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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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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인간의 시각과 기계의 시각- 서재명(마산대 안경광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6-11 19: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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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연휴 기간에 다녀올 기차표 예매를 하려다 비밀번호를 세 번이나 틀리고 허둥대다가 결국 ‘매진’ 문구를 받았다. 스스로 과신한 나머지 요즘 그 흔한 생체정보(얼굴인식) 로그인 기능을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고 자책했다. 그리고 곧장 얼굴인식 로그인이 가능한 모든 계정에 생체정보를 활성화시켰다.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실시간 사물인식 기술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건물 앞 차단기가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하고 은행의 예금계좌도 나의 눈, 코, 입 등 얼굴의 윤곽을 인식하여 이체를 완료한다. 오늘을 종이 한 장으로 박제하기 위해 고안한 카메라가 이젠 ‘보안’과 ‘편리’라는 갑옷을 입고 21세기 여기저기를 종횡무진한다. 식당에서는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서빙을 하고 환자의 MRI 사진을 보며 1초 만에 치매와 자폐를 찾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한편, 사람의 시각은 시력을 가장 기본으로 한다. 시력은 각막과 수정체, 시신경과 시각피질 등 하드웨어로 작동이 되지만 색각, 원근감, 동체시력 등 높은 수준의 시지각은 시각적 경험과 기억, 해석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렇게 뇌 안에서 ‘만들어진’ 시지각인 색각과 원근감 등은 개별적 경험치와 해석이 되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하다. 상대방과 확인하기 위해서 말을 하는 순간 언어의 낮은 해상도에 묻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많은 복잡한 시지각 인지과정으로 살아가면서 시지각만 가지고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 미용사가 고객의 두상을 고려해 최적의 머리 스타일을 제안하는 과정은 단순한 시각 정보의 처리가 아니라 고객의 스타일 선호도, 얼굴 형태, 모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지금 눈에 보이는 시각 정보를 제외하고도 다른 지각과도 연결하여 종합적으로 결정한다.

    이는 인간의 시각이 단순히 물리적 정보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과 감정, 사회적 맥락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기계의 시각은 그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기계 학습(ML)의 도입으로 기계는 이제 단순한 시각 정보를 넘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사물을 분류하며 의료 진단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기계의 시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그 데이터가 편향되거나 불완전할 경우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기계는 직관이나 감성보다 논리와 이성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복잡한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동시에 인간과 기계의 시각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AI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의사의 결정을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기계의 시각 기술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에서 인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가령, 공장에서의 품질 검사나, 교통 감시 시스템에서의 차량 인식 등에서 기계의 시각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우리는 이제 기계시각을 이용하여 더 창의적이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90년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 중 ‘어항 속의 뇌’가 생각난다.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육체적 한계를 거부하고자 뇌만 생리 식염수에 가둬 영생을 살아가고자는 아이디어는 당시 ‘양들의 침묵’만큼이나 엽기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히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한다. 특히, 인간의 시각은 단순한 정보 처리가 아니라, 경험과 감정, 사회적 맥락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단, 20W(와트)만으로 모든 지각을 처리하는 뇌를 지닌 인간은 기계 시각을 거부하거나 맹신하기 보다 잘 관리하여 두 가지 시각을 모두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더 인간답게 하며 궁극적으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인간의 시각을 잃지 않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서재명(마산대 안경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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