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여사 유고변론집 `정의의 변호사...` 펴내
- 기사입력 : 1999-1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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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고 이태영 여사의 1주기를 맞아 고인의 유고변론
집 「정의의 변호사 되라 하셨네」를 펴냈다.
여성의 인권보호와 법제상의 남녀차별을 제거하는데 일생을 바쳤던 고인이
생전에 변론집을 내려고 썼던 글들을 모아 고인이 88년에 썼던 시의 제목
을 붙였다.
그러나 이 여사가 인권변호사로서 법정에 서서 펼친 변론들은 아니고 과
거 관여했던 많은 사건에 대한 자신의 논리, 사건에 얽힌 비화, 인간적인
관계 등을 반추하는 회고담 형식의 글들이다.
책에는 간통죄로 고소된 여선생, 최초의 여판사 황윤석, 재미교포 사형수
이철수, 불행에 우는 강 여인, 이란 여성, 권인숙씨, 최은희와 신상옥씨,
명성왕후, 제2공화국 민주당과 장면 박사, 아동, 한국여성에 대한 변론이
담겨 있다.
「변론」은 지난 59년 여름, 부흥부 차관을 지낸 오모씨가 인텔리인 자신
의 아내 안씨와 댄스교사 사이의 불륜을 이유로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간통사건에서 시작된다.
이 여사는 『내면에서는 부도덕한 한국남자와 한 많은 한국여자의 원형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라며 안 여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여성 방청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던 진풍경을 회상했다.
그는 『그 만세는 정의와 부정을 가리는 싸움에서 정의 편이 승리했다는
기쁨과 안도의 환호였을 것』이라며 『여성들은 이 사건을 출세한 바람둥
이 남편과 억울한 누명을 쓴 여자의 법정대결로 규정짓고 사회와 법의 여성
차별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결국 안 여인이 아무 죄없이 이혼당한 것을 가슴아파하면서 그후
「절대이혼은 안 시킬 것」, 「이혼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남자와 부인을 불
러 남몰래 소리없이 조정을 통해 이혼시켜 주는 것」을 상담소의 원칙으로
삼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권인숙양 성고문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의 양심을 시험했던 사건으
로, 그를 변호하기 위해 나섰던 나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교도소에서의 수모
와 법정변론을 경험했다』고 회고했고 아동을 위한 변론에서는 『이혼은 아
이의 권리를 빼앗는 행위이며 부모에 의한 일종의 아동유기요, 학대이다』
라고 아동의 권리를 옹호했다. 이 책은 이밖에도 상담소 기관지인 「가정
상담」에 고인이 매월 썼던 메시지들을 모두 모았다. 가족법 개정, 혼수 악
습, 환경공해 대책, 독서, 고문없는 사회, 돈 안쓰는 선거, 북한 여성들에
대한 글들이 고인의 폭넓은 관심사를 엿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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