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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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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맛 그리고...] (11)- 의령 망개떡

  • 기사입력 : 2002-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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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책 보따리를 청마루에 내동댕이 치고 동
    무들과 뒷동산에 올라 찔레순이며 빠알간 망개 열매, 오디를 따 먹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으리라.

    특히 40대 이후의 세대라면 입가는 물론이고 웃옷에 오디의 보랏빛 물과
    함께 풀물을 들여 꾀죄죄한 모습으로 엄마한테 혼나던 기억들이 더더욱 가
    슴 싸하게 남아 있을 것 같다.

    거기다가 망개이파리도 따고 열매도 따서 소꿉놀이하던 추억까지 보태지
    면, 그리움으로 그만 그곳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지는 것은 비단 기자뿐일
    까?
    아련한 향수와 함께 고향의 맛을 전해주며 의령 특미로 자리잡은 의령망
    개떡.

    취재진이 찾은 때는 모처럼 맑은 하늘이 눈이 시리게 푸르렀다. 의령 망
    개떡의 원조인 어머니의 대를 이어 지금도 의령에서 유일하게 망개떡을 만
    들고 있는, 의령읍 시장 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원조 의령 망개떡」(대표
    임영배)을 찾았을 때의 풍경은 여느 떡방앗간과는 사뭇 달랐다.

    쌀을 빻는 기계가 놓여 있고, 떡시루에 모락모락 김은 나고 있었지만 구
    수한 떡 냄새는 어디서도 맡을 수가 없었다.
    『망개떡은 안 보이네요』라는 기자의 우문에 『뒷마당으로 나가 보이
    소』한다.

    방앗간 뒷문을 열고 뒷마당으로 나가 다시 「망개떡」이라고 적혀 있는
    옆문을 밀치자 쌉싸름한 망개이파리 향이 코끝에 가득 전해온다. 너댓평 되
    는 공간에서 망개떡을 만드는 아주머니 3~4명의 손놀림이 바쁘다.

    『잡숴보이소. 이게 망개떡이라예~』 정감넘치는 인사말에 군침이 도는
    입안으로 한개 가져간다. 입안에 사르르 녹는 데다 끝맛이 달짝지근한 여운
    으로 남는다. 금세 3개째, 자꾸만 떡에 가는 손을 그만 둔다.
    얇은 절편을 손바닥만한 크기로 자르고 그 위에 팥 소를 한숟가락 얹어
    네 귀퉁이를 연꽃처럼 감싼 다음 진녹색의 망개잎을 마주보게 감싸면 망개
    떡이 된다.

    팥 소는 팥을 삶아 껍질을 벗겨내고는 소쿠리에 걸러서 안치면 되는데,
    하루 3~4대 이상 쓰인다고.
    망개잎은 6~7월에 채취해 진한 소금물에 담가둔다. 물에 씻은 후 시루떡
    찌듯이 푹 쪄 한 잎 한 잎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 한 마디로 손
    이 많이 가고 밑천이 많이 드는 떡이다.

    『하필 망개이파리로 떡을 쌌을까요』라고 묻자 『망개잎으로 싸면 건조
    도 잘 안되고 약효도 있고, 방부제 역할까지 하니까』라고 안주인 손은숙씨
    는 답한다.
    『시어머님이 젊은 시절부터 함지박 이고 다니면서 떡장사 하여 애들 키
    웠다』며 『시집(25세)와서 부터 배웠는데 대물림해야죠』라는 손씨의 말
    에 특별한 애정이 묻어난다.

    손씨는 팥 소를 듬뿍 떠 얹고는 『맛 없는 떡은 안 만든다』며 만든지 하
    루안에 먹도록 권한다. 말랑말랑할 때 먹어야 망개떡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택배도 사절이다.

    일손을 돕고 있는 전막순(60)씨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의령이 고향
    이라서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랐다. 자꾸 먹고 싶을 정도로 맛이 있다』며 물
    리지 않는 것이 망개떡 맛의 비결이란다.

    주문생산하고 있지만 얘기중에도 40~50개씩 주문이 이어진다. 이제는 백
    화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심심찮게 맛볼 수 있게 됐다.
    짙은 쑥색의 망개이파리와 흰 절편, 자주빛의 팥 소의 조화, 망개떡.

    의령을 사랑하는 시인 윤재환(의령군청 사회복지과)씨는 그의 애향시집
    「의령」중 〈의령·44-망개떡〉에서 이렇게 읊고 있다.

    「상큼한 풀내음/ 녹색이파리로 감싸져/ 달콤한 입맛이 된다/... 망개나
    무 넝쿨에서 따낸/ 이파리로 감싸서 만든 찰떡이다./ 의령시장 한 모퉁이
    에 자리잡아/ 작은 손끝 사랑으로/ 맛의 묘미를 연출하는/ 망개떡을/ 한 번
    에 삼키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배고픔을 잊게 한다/ 망개이파리의 향
    기와 싱그러움으로/ 더욱 맛나는 망개떡은/ 인스턴트 식품에 떠밀려 가는/
    요즘/ 고향의 맛을 전해주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글 김다숙기자 dskim@knnews.co.kr
    사진 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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