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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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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맛 그리고...] (12)- 통영 장어국.장어탕

  • 기사입력 : 2002-07-01 00:00:00
  •   

  • 설명하는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 싶었다.
    양념이 우러나 얼큰한 국물에 뼈째 썬 장어토막이 수북하다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장어를 푹 고아낸 국물이라서 건더기는 거의 없다는 사람도 있었
    다. 가서 확인하자 싶어 일단 통영으로 향했다.

    소개받아간 음식점(우리들식당)에서 주문한 지 5분만에 나오는 장어탕에
    는 건더기가 없다. 맛은 추어탕과 비슷한데 구수함이 더하고, 방아와 산초
    가루 덕분에 향도 일품이다.

    조리법도 추어탕과 비슷하다. 붕장어의 뼈와 머리를 2시간 정도 푹 고은
    뒤 국물만 걸러내고, 여기에 된장, 배추시래기, 숙주, 대파, 고추를 넣고
    다시 끓이면 된다. 갖은 양념을 해 발갛게 내놓는 집도 있고 소금간만 해
    서 보얗게 내는 집도 있다. 장어가 제철인데다, 몸보신의 계절이라 장어구
    이손님이 유난히 많은 요즘은 발라내고 남는 뼈도 많아서 국물이 더 시원하
    다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생각보다 쉽게 장어탕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맘편히 한그릇 먹고 나서 주
    인 송선영씨(41)에게 이것저것 말을 붙이는데, 주인이 「장어국」얘기를 꺼
    낸다. 『고기를 듬성듬성 썰어 넣는 국도 있습니더. 이거는 탕이라 카고 그
    거는 국이라 카는데 사실은 장어국하는 집이 오래되고 유명한데가 많지예』

    벌써 배는 부를대로 부른 상태. 갑작스런 주인의 「조언」이 더운 날을
    더 덥게 하지만 어쩌랴. 다시 장어국집을 수소문한 끝에, 장어통발어선을
    비롯한 각종 고깃배와 바다색 하늘, 하늘색 바다가 그림을 이루는 연안여객
    터미널 근처 「분소식당」을 찾아냈다.

    장어탕, 장어국. 이름은 헷갈리지만 맛과 모양, 재료는 다르다. 장어탕이
    보통의 붕장어를 쓰는데 비해, 장어국에는 붕장어의 일종인 「꾀장어」를
    쓴다. 꾀장어는 일반 붕장어에 비해 육질도 연하고, 뼈도 약해서 통째 씹어
    먹어도 부담이 없다.

    꾀장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손가락 한마디 길이로 썰면 동글동글하게 말린
    다. 이것을 깨끗이 씻은 뒤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콩간장, 고춧가루,
    된장, 참기름과 함께 살짝 볶는다. 이렇게 볶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지기도
    하지만, 연한 장어살이 센 불에서 풀리지 않게 하는데도 효과가 있단다. 볶
    은 장어와 콩나물, 대파, 붉은 고추를 넣고 소금간을 해가며 끓이면 장어국
    이 완성된다.

    장어탕이 전혀 비리지 않고 양념의 정도에 따라 조금 자극적인 맛이 있다
    면, 장어국은 장어의 부드럽고 고소한 고기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향어 등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였을 때처럼 약간은 비린 맛이 있지만 그 또한 묘미
    가 있다.

    『어릴 때부터 뼈째 썬 장어로 국을 많이 끓여먹었다』는 통영·거제 토박
    이들의 말로 미루어, 장어탕보다는 장어국이 이 지역에서 더 오래되고 특색
    있는 음식이라 짐작해본다.

    통영에서 20년 넘게 장어국을 끓여온 조봉씨(61)는 『서호항에 장어통발
    어선이 겹겹이 배를 댈만큼 어황이 좋을 때는 통영하면 장어였고, 항구 분
    위기도 좋아 장사도 잘됐다』고 회상한다. 두차례의 어업협정을 거치면서
    입은 수산업의 막심한 피해를 장어잡이라고 피할 재간이 있었겠는가. 지금
    은 중국 통발어선이 실어오는 장어를 대량으로 사들여야 하는 실정이니 말
    이다.

    그렇다해도 예나 지금이나 장어는 통영의 대표적인 수산물이다. 감척을 기
    다리고 있는 노후선 몇 척이 처량해보여도 밤 조업을 위해 장비를 점검하
    고 있는 통발어선들의 모터소리는 여전히 힘차다.
    양질 고단백이라는 과학적 근거에다 장어의 힘찬 꼬리짓에 대한 특이한 추
    측까지 합쳐져 「최고의 보양식·정력식」으로 널리 알려진 장어.

    올 여름 장어국·장어탕을 맛보러 통영에 들른다면 『장어국(장어탕) 어디
    서 팝니까』라고 묻지말고 『장어덩어리가 많이 들어있는 장어국집이 어딥
    니까』 『추어탕같이 끓인 장어탕을 찾는데요』라고 자세히 묻기를 권한
    다. 반대로 가르쳐주고 나서 『통영사람들 말이 그리 헷갈립니더. 탕이나
    국이나 다 같은 장어 아입니까』라며 웃어 넘겨버릴 지도 모르니 말이
    다. /신귀영기자 beaut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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