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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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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맛, 그리고...] (15) 하동 참게탕

  • 기사입력 : 2002-07-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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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정물고기의 대명사인 은어와 참게가 사는 마지막 맑은 강, 섬진강.
    산과 강과 길이 한데 어우러져 천연의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이곳에는 아
    직 때묻지 않은 자연의 풍광이 그대로 살아있다.

    초록빛 가로수, 강변따라 한없이 펼쳐지는 백사장, 섬진강을 거슬러 하동
    가는 길은 아름답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인 하동여행이 더욱 즐거운 것
    은 별미인 참게탕을 맛 볼 수 있기 때문.

    하동읍을 지나 화개장터에 들어서면 참게탕 맛거리가 나온다. 참게에 된
    장을 풀어 끓인 참게탕의 얼큰하고 개운한 맛에 반하지 않는 이가 있으랴.
    섬진강 나루 주변 100여곳이 성업중이며 맛을 내는 방법은 다르지만 우러나
    는 맛은 거의 비슷하다.

    김기영·이경숙(43) 동갑내기 부부가 운영하는 동백식당은 화개장터 옆
    40년 전통을 자랑한다. 섬진강 나루 길목에서 참게탕을 끓여온 시어머니로
    부터 요리를 배운 아내 이씨가 맛을 이어가고 있다.

    옛날에는 참게를 다듬어 된장에 발라서 탕식으로 끓인 다음 계피와 방화
    잎을 넣어 개운한 맛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입맛이 변해 맛을 내는 방법도
    바뀌었다. 동백식당의 참게탕 맛은 고추장으로 간을 조절하는 고추장양념
    이 맛을 좌우한다. 그래서인지 참게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맛이 고소하
    다. 게탕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물론 안난다.

    잘 다듬은 참게에다 시래기(우거지)와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 다음 고추
    장 양념을 넣고 호박 미나리 쑥갓 고추 등 제철나는 야채를 넣어 끓이면 된
    다. 된장도 조금 푼다.

    보글보글 끓여내 온 참게탕을 먹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식탁은 조용하다.
    일행이 말한마디 없이 하도 먹는데 열중해(?) 맛이 어떻느냐고 묻자 『맛있
    네』 『맛이 확실히 틀리네』라더니 밥 한공기를 후딱 해치우고 만다.

    「밥 한 그릇에 참게 한 마리」란 말도 있지만 참게탕은 여름 입맛을 살
    려내는 「밥도둑」이다.
    맛을 얻는 것은 천하를 얻는 것과 같다 했던가. 딱딱한 껍데기 속에 부드
    러운 속살을 숨기고 있는 게. 껍데기째 아삭아삭 씹어먹으면 키토산 운운
    하지 않더라도 또 다른 별미로 식도락가를 유혹할 만 하다.

    밑반찬도 산골과 강가에서 생산되는 것을 재료로 10여가지가 맛깔스럽게
    나온다. 산채나물도 별미다.

    참게는 봄 가을에 주로 많이 잡는데, 옛날에야 섬진강 물목마다 통발이
    넘쳤고, 수수모감지를 어른 팔뚝만한 새끼줄에 매달아 강물에 띄우기만 해
    도 참게들이 조랑조랑 열렸지만 지금이야 이런 풍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
    다. 참게 한 마리 값이 1만원을 호가하고 무엇보다 섬진강에서는 자급자족
    이 10%에도 못미쳐 남해 제주도 등에서 가져온단다.

    자연산은 몸 전체가 진갈색으로 수게는 엄지에 부성부성한 털이 많고 암
    게는 배의 뚜껑 부분이 동그랗고 선명하다. 다리가 짧고 발톱 밑 부분이 선
    명한 갈색을 띤다. 익혔을 때 자연산은 진한 주황색을 띠지만 양식 게는 갈
    색에 가깝다.

    참게장도 입맛이 없는 여름철의 보강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짭짤하고 웅
    숭깊은 맛은 남도 특유의 쏠쏠한 맛이다.

    참게장은 11월 늦가을에 알이 차고 딱딱해지면 조선간장으로 담아 이듬
    해 벚꽃 필 때까지 먹지만 요즘은 냉동시설이 잘 돼 있어 두고 두고 먹는
    다. 입맛도 변해 몽고간장과 간장, 소주를 1대1대1로 배분해 사흘마다 한
    번씩 열 두번 끓여 부어야 제맛이 난다. 참게장 역시 참게향을 그대로 살리
    기 위해 고추외에 일절 다른 것은 넣지 않는다.

    장마가 잠시 비껴난 자리에 언뜻 내비치는 햇살이 은빛으로 일렁이는 섬
    진강에는 재첩잡이의 손놀림이 바쁘고, 삶의 궤적을 안고 강은 유유히 흘러
    간다.
    글:김다숙기자 dskim@knnews.co.kr
    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사진설명]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청정물고기 대명사 참게. 엄지발가락에
    부성부성한 털이 많이 달려있는 게 특징이다.참게향을 그대로 살린 고소한
    참게탕. 몸 전체가 진갈색이지만 자연산은 익혔을 때 진한 주황색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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