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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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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그리고...]송이덮밥 (21)

  • 기사입력 : 2002-10-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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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아들에게도 발생된 장소(균환, 菌環)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는 송이.

     신라 성덕왕 3년(704) 왕에게 진상했다는 「삼국사기」나, 세종 원년 명
    나라에 보냈다는 기록이 전하는 「조선왕조실록」을 보더라도 송이는 먹거
    리로 서민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1㎏에 30만원을 호가하고 송이가 들어가는 음식은 정해진 가격이 없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중심으로 자생하는 송이를 「창녕에서 얇은 호주
    머니 사정으로도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창녕군 화왕산 옥천계곡 입구를 들어서니 계성면과 창녕읍 옥천리를 잇
    는 군도에 송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과 직판점 등 20여곳의 간판
    이 눈에 들어온다.

     구름 한점없는 높은 하늘, 푸르름을 시기하는 듯 점점이 떠있는 구름. 인
    사라도 하듯 언덕배기에 비켜선 억새. 가을 풍경이 이방인의 마음을 들뜨
    게 한다.

     귀동냥으로 들은 음식점의 간판이 멀리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앞마당이
    다.

     주차장에 낯선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한끼를 채우기 위한 발걸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식당 아줌마의 밥을 내는 손길도 빨라진다.
     찹쌀로 지은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위에 갈색과 흰색의 반점이 간간이 눈
    에 들어온다. 송이다.

     향긋한 솔내음이 상에 가득하다. 송이가 드문드문 얹혀있는 것이 아쉽
    다. 그래도 쉬 떠나지 않는 솔향과 부드럽게 씹히는 송이의 감촉, 부끄러운
    듯 뽀얀 속살을 드러낸 송이를 골라 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밥을 한술 떠
    입에 넣었다. 곁에 있던 「된장마을 청국장」 주인 김향숙(37)씨가 말을 거
    든다. 『밥을 지은 후 송이를 잘게 썰어 밥에 섞고 2~3분간 뜸을 들이면 송
    이의 향이 밥에 스며들고 영양분도 파괴되지 않는다』고.

     김씨는 『특별히 찾는 손님이나 예약한 분들에게만 송이덮밥을 낸다』며
    『송이 값이 비싸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지만 송이의 독특한 향과 계절감
    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지금
    은 끝물로 송이를 냉동 보관, 내년 3~4월까지는 맛볼 수 있다』며 『송이덮
    밥은 그때 그때의 송이가격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1인당 1만5천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옥천계곡에 늘어선 음식점의 「비밀」, 화왕산 옥천 송이의 유명세 등 궁
    금증을 풀기위해 고향에서 나 평생을 송이 하나로 살았다는 박영기(52·전
    원가든 대표)씨를 만났다.

    굵은 손마디, 투박한 말투가 「송이를 닮았다」는 느낌을 준다.
    박씨는 『「화왕산 옥천 송이」가 국내에서 가장 향이 좋기로 이름났다』
    며 『아마 창녕군 화왕산 옥천계곡 일대가 우리나라 3대 기(氣)명산지이기
    때문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송이는 중국이 8월 초순, 북한 8월 중순, 강원도 8월말, 경북
    9월 초순, 제일 마지막으로 9월 중순부터 옥천계곡에서 채집, 세계의 송이
    군락지중 창녕이 최남단이고 남단으로 내려올수록 향이 조금씩 진해지므로
    화왕산 옥천 송이버섯의 향이 세계에서 제일 진하다』고 자세히 일러줬다.

     박씨는 이도 모자란듯 『자연산 송이버섯은 갓이 피지 않아 갓둘레가 자
    루보다 약간 굵고 은백이 선명한 것일수록 좋으며 갓이 두껍고 단단하여 향
    이 진하고 자루의 길이가 길고 밑부분이 굵을수록 상품으로 친다』고 덧붙
    였다.

    박씨의 말처럼 「한국 3대 기 명산지」, 「천하 제일의 향」 두가지가 오
    늘의 화왕산 송이를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것은 평생 농사
    꾼으로 머물기를 자처하며 사는 옥천계곡의 많은 농민들의 흙같은 삶, 고단
    하지만 정성으로 만들고 빚으며 이방인을 맞는 따뜻한 그들의 마음이 화왕
    산 송이를 이름높게 만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짧은 순간 스쳤다. 송
    이의 향보다 더 진한 농민들의 따뜻한 손내음이 몸을 감쌌다.

    송이덮밥을 기다리는 짬을 타 인근 관룡사를 찾는 것도 또 다른 멋.
    관룡사는 마침 법회중이었다. 목탁소리가 평온을 깨는가 싶더니 어느새
    불어온 가을바람이 풍경소리를 재촉하며 산사의 맛을 더했다. 대웅전 앞마
    당을 지나 왼쪽으로 걸음을 재촉, 용선대를 찾았다. 등줄기에 땀이 맺히는
    가 싶더니 이내 다다랐다. 관룡산 능선 용선대 마루에 결가부좌한 채 앉아
    있는 석조석가여래좌상이 멀리 창녕읍 옥천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중생의
    작은 시름 하나쯤 느끈히 받아줄 만한 넉넉함으로. 글=이병문기자
    bmw@knnews.co.kr 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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