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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II-맛 그리고...] 하동 은어튀김 (24)

  • 기사입력 : 2002-11-01 00:00:00
  •   
  • 맑은 물에 사는 귀족 「은어」. 그 은어가 물살을 거스르며 오르는 곳,
    섬진강.

    강 버들잎이 푸른빛을 띠는 오월이면 남해에서 섬진강을 향해 은어가 올
    라오기 시작한다.

    지난 겨울 섬진강에서 산란돼 부화한 치어가 바다로 나갔다가 버들잎 따
    라 크며 섬진강을 거슬러 화개동천 신흥마을까지 오른다니, 모천으로의 회
    귀다.

    물이 맑지 않으면 은어는 살지 못한다. 아직도 물 맑은 섬진강에는 재첩
    이 자라고, 참게가 산다. 그 중에서도 깨끗함을 대변하는 녀석이 바로 은어
    다.
    다른 곳에서도 은어가 잡히지만 섬진강 1급수에서 나는 은어맛에 비기
    랴.
    하동에서 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화개 등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 어딜가
    나 은어 맛을 볼 수 있다니 참 다행이 아닌가.

    은어는 뼈째 씹어먹어도 될 정도로 부드럽다. 5월부터 올라온 은어는 여
    름 내내, 그리고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 먹을만 하다.

    가을이 오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커져버린 은어는 뼈가 세서 통째
    로 튀기거나 구워먹는 게 낫다. 비늘도 치지 않고 내장만 들어내고 노릇노
    릇 튀겨낸 은어는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초간장에 찍어먹으면 연한 하얀 속살이 고소하다. 생선 특유의 비릿한 냄
    새가 나지 않는 것이 담백하고 뒷맛이 깔끔하다. 2~3인분 한접시에 8~9마
    리 얹어 2만원이다. 매실엑기스주와 야생 녹차잎 장아찌와 곁들이면 임금
    님 수랏상이 부럽잖다. 산바람 강바람을 맞으면서 벗과 함께 나누는 자리임
    에랴.

    튀김옷은 식당마다 노하우가 있겠지만 은어 맛을 느끼도록 양념맛을 적당
    히 절제해주어야 한다고.

    『꼬순(고소한) 맛이 있지. 담백허고.』
    자연산과 양식의 결정적인 차이는 은어에서 나는 냄새에 있다. 『자연산
    은 수박 내가 많이 나. 그건 어떻게 만들 수가 없어.』

    화개면 덕은리 영당마을, 영호남화합교가 눈앞에 아치형으로 솟아있고 화
    개장터가 지척에 있는 국도변에 자리한 일미식당의 김채성(54) 장삼례(52)
    씨 부부의 은어맛 자랑이다. 그 자리에 터 잡고 음식집을 낸 지 7년째지만
    김씨는 화개면 정금리에서만 4대째 살고 있는 본토박이다. 그런만큼 섬진
    강 일대는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하다. 70년대초 어린시절 은어치어를 낚
    싯밥으로 삼아 낚시를 하면 손이 바빴을 정도였다고. 그땐 연어도 올라오
    고 했으니, 흔한 은어로 죽을 끓여먹기도 하고 돌에 구워먹기도 했단다.

    그는 『신용으로 장사를 한다』며 『입소문을 타고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에서 일부러 은어 맛을 보러 들른다』고 자랑했다.

    은어는 늦은 봄부터 8월말까지는 낚시를 해 주로 회로 먹는데, 알이 굵
    은 것은 20㎝가 넘는다. 이때는 뼈가 하도 연해 은어회로 먹기에 제격이
    다. 비늘이 없으니까 보드랍고, 성장해도 육질이 뻣뻣하거나 단단해지지 않
    는다.

    연어는 요즘은 양식을 많이 하지만 사람이 바로 떠서 먹을 수 있을 정도
    로 깨끗한 물이 아니면 키우기 어렵다고 한다. 맑은 물에 사는 탓인지 성깔
    도 세다.

    강에서 사는 놈을 잡으면 성질이 급해서 바로 죽어버릴 정도란다. 하긴
    수족관에 가둬두면 부딪혀 죽을 정도로 이틀을 못 넘긴다니. 그래서 자연산
    을 맛보려면 여름철에 예약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기본이다.

    은어는 잘다. 새끼 때는 마치 겨울철 빙어를 보는 듯하다. 양식으로 키
    운 은어는 통통하지만, 여울을 따라다니며 사는 은어는 늘씬하고 가녀리
    다. 양식은 색깔도 단순하게 꺼멓고 하얀색으로 탁한 빛을 띤다. 강에서 제
    멋대로 자란 은어일수록 색깔은 다채롭다. 등 쪽에는 검은 빛과 초록, 노
    란 빛이 있고, 배 쪽은 밝은 은색으로 빛난다.

    여름까지 화려하게 살다가 가을이 깊어지면 말라죽는다는 은어. 그래서
    이 계절이 지나면 그나마 튀김으로도 맛볼 수 없어 내년을 기약해야 해 은
    어맛을 보고싶다면 서둘러야 할 성 싶다.

    아름다운 은어를 통해 섬진강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글:김다숙기자 dskim@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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