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올빼미로 본 2002년]`일탈의 세상` 씁쓸

  • 기사입력 : 2002-12-30 00:00:00
  •   
  • 2002년 지난1년간도 본지 사회면 우측하단에 둥지를 틀고 사회백태를 지
    켜본 「올빼미」는 인간사를 예민한 청각과 부리부리한 두눈, 날카로운 부
    리로 꼬집어 내며 독자들에게 속속 전달했다. 올빼미가 독자들께 비춰준 임
    오년(壬午年)은 「혼란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가치관의 부재사회」였다.

    갈수록 발달하는 성범죄, 10대들의 일탈, 신용사회의 신용카드 범죄 급
    증, 끊이지 않는 연예인 추태, 돌팔이 의사들의 불법의료, 폐륜·막가파식
    범죄, 아내 상습폭행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혀를 『쯧쯧』차게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횡재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거나 전국민을 흥분
    과 감동으로 이끈 월드컵 관련소식, 경찰들의 헌신적인 대민구호 등의 소식
    은 잔잔한 감동과 뜻하지 않는 행운을 기대토록 만들었다.

    독자들을 우울하게 만든 올빼미소식은 우선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10
    대들도 자신들의 성을 용돈을 버는 수단으로 거리낌없이 제공해 비뚤어진
    성윤리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여관에 투숙한 10대소녀에게 윤락행위를 시킨 40대 여관
    업주가 있는가 하면, 여대생에게 전화를 걸어 액땜을 하려면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속여 성폭행한 간큰 30대 농부도 있었다.

    또한 강간을 당한뒤 강간범과 함께 공모해 강도짓을 한 여인이 있는가 하
    면, 국정원 직원을 사칭해 성관계를 한후 금품을 뜯고, 68세의 할머니를 성
    폭행한후 4천만원을 뜯어낸 40대, 60대 할아버지가 약초캐러가던 70대 할머
    니를 성폭행하려 하기도 해 세상사가 백태임을 보여줬다.

    여성 상위시대 또는 남녀평등시대를 거스르는 몰지각한 남편·아버지들
    의 조강지처 폭행사건도 발생해 애처가, 공처가를 자처하는 독자들을 우울
    하게 만들었다.

    김해에서는 27년간 동고동락한 아내를 상습폭행한 사람이 경찰에 잡히는
    가 하면, 70대 노인이 불륜으로 황혼이혼당해 거리로 나앉거나, 심지어 내
    연관계를 숨기기 위해 아내를 상습폭행한 뻔뻔스런 남편도 있었다.
    10대 관련 올빼미 소식중 최근 「고구마앵벌이」가 급증, 독자들의 시선
    을 끌었다.

    마산 진해에서 3건이 발생한 고구마앵벌이는 후배들에게 강제로 군고구마
    장사를 시켜 돈을 갈취하는 등 강제노역 수준이었으며, 중학교 중퇴생인 박
    모양은 성관계후 돈을 못받게 되자 20대 남자를 경찰에 신고해 수사관의 두
    손을 들게했다.

    노총각이 장가가지 못한데 앙심품고 부모형제를 상습폭행하거나, 아버지
    가 나무라자 집에 두번이나 불을 지른 폐륜아, 대통령면담이 좌절되자 생가
    에 불을 지르는 막가파들도 올빼미가 다수 발견했다.


    신용사회에서 신용카드 범죄가 매년 증가해 신용카드의 철저한 관리가 요
    구된다고 올빼미는 수차례 지적했다. 주민등록증을 훔쳐 신용카드 7매나 발
    급해 펑펑 쓴 사람, 월드컵 거리응원전때 카드를 슬쩍해 흥청망청 쓴 사
    람, 사촌동생의 카드도 훔쳐 유흥비로 쓴 사람, 심지어 울산에서는 노숙자
    들에게 카드를 발급해줘 1억7천만원을 갈취한 사기단이 철퇴를 맞기도 했
    다.

    한의사면허증도 없이 10년간 진짜처럼 행세한 돌팔이 한의사와, 의사를
    고용해 병원까지 개업한뒤 각종 성형수술을 한 30대 간호조무사, 돈 안된다
    는 이유로 행려환자의 진료를 거부한 20대 인턴, 무면허로 약을 조제하다
    덜미가 잡힌 40대도 올빼미의 표적이 됐다.
    하지만 올빼미에는 우울한 소식, 칙칙한 얘기만 실린 것은 아니다.
    제주도를 찾은 신혼부부가 호텔 해장국을 먹다 진주를 발견하거나 한 장
    소에서 산삼을 67뿌리나 캐 1억5천만원의 감정가액을 받아낸 40대, 소백산
    자락에서 산삼 4뿌리를 캔 기상예보관의 소식은 각박한 세상에 한가닥 행운
    을 기대할수 있는 희망도 전달했다.

    한편 한국심마니협회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대표팀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산삼 50뿌리(시가 1억~1억5천만원)를 월드컵대표팀에 전달해 독자들
    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월드컵의 열기를 반영하듯 조계종 최대 수행사찰인 해인사 선원에서는 하
    안거(수행정진)에 들어간 스님들이 축구경기를 시청하며 응원하는가 하면,
    한국-미국전이 무승부로 끝나자 남의 차를 건드리고 운전자를 폭행한 특별
    한 애국심을 발휘한 회사원도 소개됐다.

    경찰들도 올빼미의 단골 손님이었는데, 익사직전의 치매노인을 구한 거
    창 「투캅스」와 한밤 순찰경찰이 위급한 산모를 구한 경우, 노래연습장 불
    법영업 단속중 업주들로부터 수난을 당한 파출소 경관들의 소식도 빠지지
    않았다.

    서서히 밝아오는 2003년 계미년(癸未年)에는 슬픈소식, 얄궂은 소식, 추
    잡한 소식보다는 독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흐를수 있는 소식이 많이 실리기
    를 올빼미는 소망하고 있다.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