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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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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헬리코박터 잡아야 위염 고리 끊는다

  • 기사입력 : 2003-07-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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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력한 위산이 활동하고 있는 위내에서는 어떤 세균도 살지 못한다고 생
    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생물의 생존능력은 상식이 지배하는 선을 훨
    씬 뛰어 넘었다. 2명의 의학자들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라는 위장내 세균의 존재를 밝혀냄에 따라 세균들이 과연 어느 정
    도의 극한환경에서까지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던져졌다.

    의료계가 새로 발견된 위장내 세균에 대해 주목하고 연구를 활발히 진행
    하면서 이 세균과 위장질환과의 상관관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7㎛크기
    의 나선형 헬리코박터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상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분포도가 넓은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미세한
    균은 대부분의 만성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위
    암 등의 주요 발병원인으로 의심될만큼 「위장병유발 혐의」가 농후하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지난 80년대초 호주의 의학자 와렌
    (Warren)과 마샬(Marshall)은 사람의 위에서 나선형의 세균을 배양하는데
    성공하고 캄프로박터 파이로리(Campylobacter pylori)로 명명했다. 이 균
    이 나중에 개명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다. 헬리코박터는 공기중에 노출
    되면 오래 생존할 수 없지만 위(胃)점막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특징이 있
    다. 위액이 역류할 때 식도와 구강내로 올라와 감염될 수 있고, 분변으로
    도 감염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감염율이 높고, 위장 질환이 많은 것과 연관이 있다.
    의료계는 맵고 짠 음식을 먹는 우리의 음식문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대에서는 50%정도의 감염률을 나타내다 나
    이가 들면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돼있다. 특히 50대에는 감염률이 최대수
    준인 70~80%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동서양을 비교할때 동양권
    의 감염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헬리코박터에 의한 위염=비교적 건강해 보이는 40대 초반의 남
    자환자가 소화불량과 쏙 쓰림, 메스꺼움 등 만성위염 증세로 한 병원을 찾
    았다. 담당의사는 대수롭지 않는 위염으로 판단하고 단기간의 약물치료를
    처방했다. 약물을 복용한 환자는 일시적으로 상태가 호전되는 듯했다. 그러
    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다시 악화됐다.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양상이 나타나자 담당의사는 위내시경 검사를
    다시 실시했다. 환자에게 내려진 진단은 위염과 함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 양성반응. 담당의사는 헬리코박터를 제거하는 치료를 시행했고 그는 만
    성위염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헬리코박터와 위염간에 상당히 강력한 연결고
    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헬리코박터균은 대부분의 만성위염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의 원인 균으
    로 밝혀져 있다. 현재는 위암과 위림프 종암의 가장 중요한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각별한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

    ▲어떻게 검사하나=헬리코박터균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
    로는 내시경 조직검사, 동위원소 호흡검사, 혈액항체검사, 대변항체검사
    등 다양하다. 대부분 쉽게 검사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할 수 있
    는 검사는 위 내시경검사를 하면서 위점막을 뜯어내 균의 유무를 직접 확인
    하는 것. 동위원소 호흡검사는 요소탄소동위원소를 음료에 타서 마실 경우
    이 균에 의해 요소가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호흡으로 배출되는 원리를 이용
    해 탄소동위원소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검사는 매우 간편한 편이다.

    ▲치료와 예방=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의 3분의 2 이상
    이 감염자인 상황이라 감염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헬리코박터균
    을 없애기 위한 검사나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지
    난 1998년 대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연구회는 우리나라에서의 타당한 치료
    대상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된 반흔을 포함한 모든 소화성(위, 십이
    지장) 궤양 환자, 위의 저악성도 림프종, 조기 위암의 내시경적 절제후 환
    자들로 합의했다.

    치료는 2가지 이상의 항체를 병합해 1~2주간 복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일
    부의 환자에서는 위의 운동기능이 함께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경우
    는 위 운동기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치료를 같이하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
    을 수 있다. 재발은 선진국의 경우 연간 1~4%정도, 우리나라의 경우 2~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후 재감염을 예방하는 것이다. 감염경로가 정확
    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구강이나 분변 등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만
    큼 개인위생을 청결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방법과 관
    련해 먹는 백신개발연구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헬리코박터의 증식을 억제하
    거나, 사멸시킨다는 주장을 펴는 여러 가지 건강보조식품, 녹차, 기능성 요
    구르트 등이 개발되어 있지만 확실한 치료는 전문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라
    고 의료계는 지적했다. 허충호기자 chheo@knnews.co.kr
    〈도움말=창원 한마음병원 내과 천맹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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