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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운 교수의 로드트립]<2> `미국 서부에서 캐나다까지`

  • 기사입력 : 2003-09-01 00:00:00
  •   

  • 콜롬비아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지나 워싱턴 주로 들어서면 캐나다 브
    리티쉬 콜롬비아 주의 밴쿠버와 같은 이름의 도시가 나온다. 태평양 서북지
    역에서 백인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으로 서부 개척 시대의 요새이다. 오
    리건 주 포틀랜드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보니 사실상은 포틀랜드
    생활권이다.

    북으로 한시간 쯤 달리면 세인트 헬렌스 국립화산기념지 안내판이 보인
    다. 1980년 5월18일에 대규모 화산 분출이 있었던 산이다. 우리나라 광주에
    서 정치적 폭발이 일어난 날짜와 일치한다. 워싱턴 주의 수도인 올림피아
    를 거쳐 타코마를 지나면 훼더럴 웨이가 나타난다. 타코마 지역의 한국교포
    들이 많이 사는 도시로 시장도 한국계다.

    시애틀이 가까워오자 아내와 딸은 다소 설레는 표정이다. 시애틀은 지난
    2000년 봄 필자가 국무성 풀브라이트 교수로 선발돼 이곳 워싱턴대에 옴으
    로써 우리 가족이 1년간 정을 붙인 곳이다.

    50개 주 중 유일하게 대통령 이름이 붙은 워싱턴 주의 중심도시인 시애
    틀 지역은 깨끗한 자연환경과 빠른 경제성장이라는 두 이미지를 동시에 유
    지하는 태평양 서북 지역의 중심 도시다. 쾌적한 기후 조건 등으로 한때 미
    국 전역에서 가장 살기 종은 대도시권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구의 급증으로 인해 교통체증, 주택가격 인상, 범죄발
    생률 증가 등으로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 시애틀 광역도시권 지역은 인구
    200만 이상의 대도시권이나 시애틀 자체 인구는 약 55만으로 창원시 인구
    와 비슷하다.

    우선 시애틀 도심의 전경을 바다 건너 볼 수 있는 웨스트 시애틀로 향했
    다. 이곳은 주거지로서도 크게 선호되는 곳이다. 또한 시애틀 지역에서 도
    심의 전경을 촬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도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평화로워 보인다. 도심에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언제나 분잡한 분위기이다. 세계적 명성의 스
    타벅스 커피 1호점 가게를 거쳐 IT 전공의 아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마이크
    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레드몬드를 향해 워싱턴 호수를 건넜다.

    호수가에 빌 게이츠 등 부자들이 사는 저택이 눈에 들어 온다. 시애틀 동
    쪽 근교인 벨뷰, 커크랜드, 레드몬드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 및 연구
    소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살았던 시애틀 북쪽의 아파트를 찾아 갔다. 이
    곳에서 같이 지내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딸이 이곳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러 간 사이 아들과 함께 워싱턴대 캠퍼스 투어를 했다. 친구
    를 만나고 돌아온 딸은 매우 행복한 표정이다.

    시애틀 여름 경치의 압권은 북쪽의 노스 케스케이드산, 서쪽의 올림픽
    산, 그리고 남쪽의 레이니어산을 덮은 눈이다.

    그러나 어제처럼 오늘 아침에도 날씨가 흐리다. 군복무 때문에 시애틀 생
    활을 같이 하지 못한 아들에게 절경을 보여줄 수 없어 아쉬웠다. 시애틀을
    떠나 보잉사가 있는 에버릿을 거쳐 북으로 향했다.

    국경선을 10마일 정도 남겨두고 있는 거스트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하였
    다.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주간고속도로 I-5의 마지막 휴게소다. 레스트 에
    어리어라고 불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화장실과 벤치 등 간단한 휴식 시
    설과 자판기만이 있다. 동부지역 등 일부 유료고속도로의 서비스 에어리어
    에는 우리나라처럼 상업시설이 있기도 하나 휴게소의 개념은 그야 말로 쉬
    는 곳이다. 이곳에서 15분 정도 달리면 국경도시인 브레인이 나타난다.

    미국 본토의 최북단 접경 도시다. 국경선에 있는 피스 아치공원의 구조물
    에 새겨져 있는 글이 오늘도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같은 엄마의 아이
    들` `단결해서 같이 사는 형제` 등의 구호가 두 나라의 긴밀한 관계를 나타
    내고 있다.

    밴쿠버 시내가 가까워지면서 도로의 폭이 좁아진다. 그러나 도로변 주택
    전면에 오염방지와 방음을 위해 심은 무성한 나무들이 서 있다.

    도심에 있는 차이나타운에 들려 점심 식사를 했다. 손님 대부분이 중국
    사람이다. 시끄러운 분위기로는 세계 정상급인 것 같으나 맛은 꽤 좋은 편
    이다. 밴쿠버 차이나타운은 캐나다 최대 규모이며 북미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19세기말 캐나다 대륙횡단철도에 동원된 수많은 중
    국인들의 역사가 이곳에 스며 있다.

    시내 중심지를 벗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심공원인 스탠리 공원을 둘러
    보았다. 바닷가 공원에서 쉬고 있는 이곳 시민들의 삶이 부럽다. 라이온스
    게이트 브리지를 건너 노스 밴쿠버의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로 향했다.
    별로 크지 않은 계곡 사이에 걸쳐져 있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많은 사람들
    이 몰려있다. 미국, 캐나다 도처에 있는 평범한 다리지만 밴쿠버의 대표적
    관광 상품이 된지 오래다. 근교의 서레이에 있는 예약된 호텔로 향해 카필
    라노 계곡을 떠났다. 내일은 드디어 캐나다 록키로 가는 날이다.

    # 벤쿠버 도심공원 `스탠리 파크`
    스탠리 파크는 잉글리쉬 만을 끼고 자리 잡은 122만평 규모의 세계적 도
    시공원으로 밴쿠버를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
    트 파크, 뉴욕 맨하탄의 센트럴 파크와 함께 북미 지역 도시공원을 대표한
    다.

    1886년에 밴쿠버 시의회가 연방정부에 국유지 사용 청원을 한 결과 1888
    년에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그 이후 철저하게 개발을 규제한 결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유지하고 있다.

    공원 내에는 모래 해안, 울창한 숲을 비롯한 휴식 공간과 다양한 레크레
    이션 및 스포츠 시설이 있다.

    스탠리 파크를 뺀 밴쿠버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이 공원에 대한 시민
    들의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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