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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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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운 교수의 로드트립] <6.끝> 할리우드-캘리포니아 해안

  • 기사입력 : 2003-09-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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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했던 밤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막의 도시에는 조용한 아침
    이 밝아 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아침거리는 놀라운 변신을 한다.

     캘리포니아로 들어서서 달리다 데스밸리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 마을
    인 베이커에 잠시 들렀다. 지난 96년 여름 오랜 친구인 B변호사, H박사 가
    족과 함께 이 험한 죽음(?)의 계곡을 지나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겨울에 방문하는 이곳을 무더운 여름 그것도 한낮에
    지나며 작열하는 태양의 위세에 시달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데스밸리는 300만년 전에 형성되고 한 여름 온도가 섭씨 56도까지 올라가
    는 황무지이다. 문명과 원시가 공존하는 미 대륙은 사람의 마음을 감싼다.
    미국과의 이해관계가 어떠하든 이곳의 자연과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다.

     I-40과 만나는 발스토우에서 58번 도로로 10여 마일만 가면 힌클리이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에서도 나타나듯이 미국 역사상 최고의 손해배상
    합의금인 3억3천300만 달러를 받은 지하수 오염 소송의 현장이다.

     로스앤젤레스가 가까워지자 교통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대기오염으로
    고민하고 있는 거대도시의 하늘은 오늘도 맑지 못하다. 수많은 도시문제를
    안고 있는 이곳은 더 이상 천사의 땅이 아니다. 할리우드 왁스 뮤지엄의 내
    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할리우드 하이랜드 센터의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준비 중인 록 밴
    드의 열기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워크 오브 훼임 보도에 박힌 동판에
    는 친숙한 유명 배우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비벌리 힐스 시청 건물의 모
    양은 꽤 인상적이다.

     그러나 로데오 거리의 겉모습은 명성에 비해 너무나 평범하다. 비벌리 힐
    스는 적어도 겉으로는 화려함을 들어 내지 않고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는 오전부터 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이번 방문에서
    는 영화 세트장을 둘러보는 스튜디오 투어를 한 것이 보람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화와 가깝게 지내온 편이다. 영화는 사랑과 미움이
    라는 인간의 본원적 감정을 다룬다. 또한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
    는 다양한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영화 속에서 우리는 많은 여행을 하
    는 셈이다. 영화는 돈과 권력으로부터 멀리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새
    로운 감동과 즐거움을 더해준다.

     할리우드를 떠나 101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
    에 들렸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바닷가에 자리잡은 캠퍼스는 정적에 싸여 있
    다. 바로 옆의 해안공원이 대학의 평온한 이미지를 잘 살려주고 있다.

     연안관리의 종주국인 미국의 해안에는 수준높은 관리체계가 존재한다. 캘
    리포니아 해안에는 주 연안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관리체제가 잘 가동되
    고 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 주택에서의 삶이 부럽다. 전망이 탁 트인 그
    림 같은 저 집들의 가격은 우리나라의 고가 아파트 가격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높은 주택가격을 지불하고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삶의 질을 누리
    는 우리의 획일적인 아파트 생활과는 너무나 뚜렷이 대비된다.

     산타마리아의 월마트에 들려 미국 내 지도책의 대명사인 로드 아트라스
    2003년판을 두 권 사서 아들과 딸에게 나누어 주었다. 지도를 보는 습관은
    공간적 사고 속에 지리적 체계를 잡아 준다. 길을 안내하는 지도책은 여행
    자의 소중한 친구이다.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서 유명한 해안도로인 캘리포니아 주 1번 도로에 접
    어들었다. 바닷가 프리웨이를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길은 언제나 나의 다정한 친구이다. 빅서 해안의 명물인 빅스비 크릭 브
    리지를 지나 몬테레이에 가까워지면 숨을 앗아가는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
    전개된다. 그야 말로 브레스테이킹(breathtaking)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이다.

     미 대륙의 대서양과 태평양 해안 대부분을 드라이브 해본 경험에 의하면
    이 곳이 오리건 해안의 프로렌스 북쪽 시 라이언 케이브 부근과 워싱턴 주
    올림픽반도 북쪽 끝의 케이프 프레터리와 더불어 해안 경치가 가장 뛰어난
    곳인 것 같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예술인 마
    을 카멀을 거쳐 몬터레이로 들어서자 지난 1996년 여름 어느 날 페블 비치
    골프코스가 있는 세븐 틴 마일 드라이브의 바닷가에서 본 아름다운 석양이
    아련히 떠오른다.

     101번 국도를 따라 산호세의 실리콘 밸리를 거쳐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향했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섭섭해진다.

     여행이 끝나 가면 아쉬움과 함께 여행 후 다시 돌아가게 될 일상적 삶의
    소중함도 느끼게 된다.

     평생 친구인 가족과 함께 한 이번 로드 트립도 많은 추억과 함께 소중한
    교훈을 남겨 주었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존중없이 인간을 존중할 수 없고
    도시와 자연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캐나다와 알래스카 사이의 고독한 하이웨이를 대자연의 품속에서 끝
    없이 달리는 또 한번의 로드 트립을 그려보며 소중한 내 이웃이 있는 보금
    자리로 돌아간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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