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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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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1) 의령장

  • 기사입력 : 2005-03-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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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치는 인정 추억은 '덤'

        구수한 사투리 옥신각신 흥정… 사람 냄새 솔솔~

        의령읍내 100m남짓 시장통 3·8일마다 '북적'


        대형할인점이 시골에까지 들어서면서 5일 장터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는 정겨움이 넘쳐 흐른다. 아직도 끈끈한 인정과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다. 온갖 풍물거리를 접하며 흥미로운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투박한 질항아리 같은 소박함이 뚝뚝 묻어나는 삶의 현장이다.
        옥신각신하면서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들. ‘뻥’하고 큰 소리를 내는 뻥튀기 아저씨. 만물상 할아버지 등…. 휴일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장터로 가보자.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도내 5일장을 소개한다.

        <1> 의령장
        “좀 큰 것 주소. 한개 더 줘야지.”
        “아이고! 싸게 많이 주는 겁니다.”
        의령우체국 앞 묘목전 앞에서 상인과 아주머니가 흥정을 하고 있다.
        가시오가피 나무를 들고 값을 깎아달라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이 자리의 지킴이는 박인호(46)씨. 계절을 타는 품목이라 봄철에만 잠깐 나온다고 한다.
        농장에서 직접 키운 묘목들을 트럭에 싣고 합천. 함안. 신반장 등을 돌며 제법 재미를 보고 있다면서 콧노래를 부른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흥이 절로 납니다.”
        박씨는 동백. 앵두. 청매실. 헛개. 모과. 왕자두. 가시오가피 등 2년생 묘목을 도로변에 늘어놓고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
        마침 정류장에 완행버스가 도착하면서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묘목전은 순간 활기를 띤다.

        의령읍내에 있는 의령장은 의령축협에서 새마을 금고까지 길이 약 100m 정도의 주 장터이다.
        분식집. 문구점. 튀김. 떡집. 양품점. 전기용품점. 한복집. 통닭집. 이불. 식육점. 쌀집. 야채가게. 만물상회. 횟집 등이 죽 늘어 서 있다.
        시장바닥을 가득 메운 상품들을 비집고 시장통으로 들어서면 훈훈함이 옛 정취를 돋운다.

        시골아낙들이 길바닥에 펼쳐놓고 파는 봄나물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직접 만든 도토리묵. 잡곡 보따리. 과일. 흙이 그대로 묻어 있는 쑥 냉이 등을 둘러보는 사이 마음이 풍족해진다.
        “총각. 뭐가 필요하노? 각시가 뭐 사오라고 했는가베.”
        듣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구수한 사투리가 장의 정겨움을 더한다. 그러면서 바구니에 쑥을 한 움큼 더 얹어 준다.
        금방 캐온 것이라 상큼한 쑥향이 봄을 재촉한다.
        끈끈이. 나프탈렌. 체. 키. 됫박. 싸리비 등을 풀어 놓은 한 할아버지는 물건을 팔기보다는 다른 것에 더 흥미가 있는 듯하다.

        “행여 자별한 사람을 만나 국밥에 막걸리 한잔하는 맛으로 나오지.”
        할아버지의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살아가는 일의 슬픔을 흥겨운 놀이로 바꾸는 장소인 것이다.
        축협앞에는 잉어. 붕어. 가물치 등 민물고기를 파는 어물전이 비린내를 풍기고 있다. 마침 잉어 한마리를 손질해 주고 있는 상인의 입가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외지에서 온 상인들은 우체국 주변에 의류전을 펼쳐놓고 ‘무조건 만원’. ‘두장 5천원’을 외치며 손뼉으로 손님을 불러댄다.

        상설시장에는 만물상. 신발점과 징. 꽹과리. 장구 등과 건어물을 파는 가게앞에서 손님과 상인이 흥정하는 소리가 정답게 울려 퍼진다.
        오후 햇살이 이끄는 대로 방향을 틀자 하루의 허기를 국수로 달래려는 장꾼(?)들이 화정식당 긴 나무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집 국수를 먹지 않고 집에 가면 왠지 개운치가 않아.”
        한 그릇에 200원 할 때부터 왔다는 ‘할머니 장꾼’은 오늘 나물 몇 종류와 잡곡 좀 가지고 나와 1만 5천원의 매상을 올렸다고 한다.
        국수값 2천원 제하고 나면 1만 3천원을 번 셈이다.

        식당 주인 이종선(51)씨는 24년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할머니 단골들이 많은 것은 옛날 방식대로 직접 반죽해서 국수를 뽑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면발이 굵고 쫄깃하다.
        느지막한 오후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버스정류장에서 사이좋게 봄 햇살을 쬐고 있다. 의령장의 하루는 이렇게 넉넉한 오후풍경을 뒤로 하고 저물어 간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의령장은>
        조선조부터 장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의령장은 마산의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장날(3. 8일)이면 함안 군북장과 함안장을 거쳐 이 곳에서 장을 본 후 합천 삼가장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마산. 진주. 합천. 부산 등지에 널리 알려진 곳으로 미맥 위주의 농사로 쌀 보리 등 곡물류가 성시를 이루고 있는가 하면 배추 상추 수박 등 채소·과일류의 집산지로 이름나 있다.
        의령읍내에 있으며. 지난 1981년부터 상설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153개의 점포와 넓은 주차장도 겸비하고 있어 마음놓고 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주변 볼거리>
        의령장에서 남산천을 건너면 충익사가 있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켰던 홍의장군 곽재우(1552~1617)와 그 휘하 장병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옆에는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17장령의 위훈을 기리고 영혼을 추모하기 위하여 1972년 건립한 의병탑이 있다.

        <추억을 열며>
        ▲1986년 4월 11일 본지에 게재된 의령장은
        내·외로 구분되어 같은 날짜에 서는 의령장. 내시장은 상설시장을 겸한 일반장이나 외시장은 우시장을 겸한 장으로 아직도 장날이면 인근 도시장사꾼은 물론 농촌 아낙네들이 어김없이 장터를 찾아 몰려온다.
        장이 서는 곳은 교통의 요충지로 완행 직행버스에서 내리면 장터가 나온다. 마산 합천 진주 직행버스를 이용한 장꾼들과 화물자동차와 완행버스를 이용한 장꾼들이 모여들고 의령읍 인근 주민들은 경운기에 장봇짐을 싣고 도착하여 장어귀에서부터 전을 펴는 등 부산스럽기만 하다.
        ▲현재의 의령장은
        우시장은 1992년까지 열리다가 군민회관이 생기면서 없어졌다. 이후 2001년 축협에서 의령읍 무전리에 한우 경매시장을 개장했다. 시외버스주차장도 1993년 외곽으로 이전해 그 영향으로 장이 많이 축소됐다. 또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대장간도 없어져 버렸다. 최승균기자 july9th@knnews.co.kr

     

       <장터 사람들 - 의령쌀집 정정순 할머니>
        “옛날에는 쌀 한차 싣고 오면 내리자마자 다 팔려 버렸지.”
        의령장을 50여년째 지키고 있는 의령쌀집 정정순(89)할머니는 ‘장터 정보통’으로 통한다.
        지나가는 이웃 옷차림만 봐도 ‘누구누구 돌잔치 하는구나’. ‘저 집은 오늘 제삿날이다’ 등 주변의 대소사를 꿰고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을 지켜온 까닭일 것이다.

        할머니가 의령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6·25전쟁 때부터.
        남편을 여의고 아들 한명만 데리고 진주에서 이 곳으로 피란을 왔다고 한다.
        “너무 배가 고파 먹는 것이 한이 되어 쌀장사를 시작했지.”
        거창의 외가에서 쌀을 팔아 의령장에 내놓으면서 할머니의 싸전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장이 열릴 때마다 푸대자루에 지폐가 수북이 담길 정도로 문전성시를 누리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쌀이 귀해 한차 가득 싣고 와도 순식간에 동나 버렸다고 한다.
        부산. 마산. 진주 등의 도매 상인들이 수십가마씩 사가지고 가는 시절이었으니….

        쌀집 조그만 방에 주변 아주머니들이 모여든다. 이 집 며느리 친구이자 쌀집 점원이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늘어 놓는다.
        “할머니는 우리 장의 보배입미더.”
        불쌍한 사람을 보면 데리고 와 밥을 먹여 보내고. 노전에서 떡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 쌀은 많이 퍼주면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할머니도 노전에서 시작해 그 어려움을 잘 알아 장날 다 팔지 못한 나물류 같은 것들을 일부러 사주기도 했다.
        “칠팔십년대가 전성기였지. 서리꾼이 설치고 다닐 정도로 사람도 돈도 많았지”

        30여년간 할머니(시어머니)와 함께 싸전을 운영하고 있는 며느리 이보임(54)씨는 올해부터는 어머니께서 몸이 불편해 가게에 자주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따로 일하는 사람을 두지 않고 혼자서 장사를 한다. 그만큼 손님들의 발길이 많이 끊어진 것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쌀의 유통구조가 바뀌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소규모 싸전은 시골장터의 현실을 그대로 비춰주고 있다.
        “쌀 수백가마씩 거래되던 옛날이 좋았는데….” 거의 파장 무렵의 썰렁한 장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 속에 그 시절의 추억이 어른거린다.

        <장터구경도 식후경>
        ▲의령 장터국밥= 의령 장터국밥은 40여년 이어져 내려왔다. 큰 무쇠로 만든 가마솥에 순수 한우고기만을 충분히 달여 국물을 만든다. 거기에 콩나물. 무. 파. 고춧가루. 양념 등을 넣고 쇠고기와 선지를 곁들여 먹으면 고기가 쫄깃하며 국물맛이 일품이다. 해장국으로 더할 나위 없다.
        다소 서민적인 향기가 물씬 나는 뚝사발에 담긴 뜨끈한 국밥은 한우고기만을 삶은 ‘쇠고기 수육’과 같이 먹으면 살코기의 녹는 맛이 입에 뱅글뱅글 돌아 그 맛을 쉽게 잊지 못한다.

        ▲의령메밀국수(소바)= 메밀국수를 ‘소바(そば)’란 일본명을 그대로 부른다. 충분하게 멸치를 넣어 3~4시간 이상 푹 달인 다시 국물에 메밀로 빚은 국수 면발을 삶아 1주일 정도 졸인 소고기 장조림을 잘게 찢어 곁들여 일반 국수와 달리 매콤하면서 얼큰한 국물 맛이 숙취 해소에 제격이다. 의령군 홈페이지 참조 (http://www.uiryeong.go.kr)

        <이번 주말 열리는 5일장>
        ▲3월 12일= 진주 지수장. 통영 중앙장. 김해장. 밀양장. 창녕 대합장(십이리장)·남지장. 고성 영오장. 남해읍장. 하동장. 함양장. 거창 신원·위천장. 합천 야로·삼가장
        ▲3월13일= 진주 일반성장. 진해 경화장. 장유장. 밀양 수산장. 양산 신평장. 의령장. 함안 칠원장. 창녕장. 고성 당동장. 남해 동천장·고현장. 하동 진교장·옥종장. 산청 생초장·문대장. 합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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