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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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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7) 진해 경화장

  • 기사입력 : 2005-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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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해 경화장    1천여 장꾼·손님 '즐거운 전쟁' … 5일마다 열리는 또 하나의 축제



        #또 하나의 축제
        예상은 빗나갔다. 군항제가 끝나 한산할 거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안민터널을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한여름 해수욕장 만큼 많은 파라솔과 인파가 눈에 들어온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경화장은 말 그대로 ‘장날’이었다. 시장입구에서부터 싱싱한 어류와 해물. 파릇파릇한 나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게다가 중간중간 들어서 있는 떡볶이. 붕어빵. 뻥튀기 등 군것질거리는 군침을 돌게 한다.
        경화장은 군항제 다음으로 진해에서 최대 인파가 모인다. 1천여명의 장꾼과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화창한 날씨에 뒤늦게 만개한 하얀 벚꽃들의 흩날리는 모습이 사람들을 더욱 장터로 발걸음을 재촉하는가 보다. 경화장은 5일마다 열리는 또 하나의 축제인 셈이다.

        #시장 경제학
        ‘시금치 1봉지 2천원’. ‘땅콩과자 한 소쿠리 3천원’. ‘운동화 한켤레 무조건 5천원’
        여느 장터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경화장에서도 이런 가격표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넉살스런 입답과 장꾼들의 넉넉한 마음으로 가격이 얼마든지 내려간다. 반찬전에서 물건 사러온 한 아주머니가 너스레를 떤다. “아이고. 아지매 찾는다고 한참 헤맸네. 저번에 사 간 마늘쫑 너무 맛있어서 다시 안 왔나. 2천원어치만 도” “그래예? 고맙습니더. 이거 좀 더 가져 가이소.” 인심 좋은 아주머니는 일부러 다시 찾아준 게 고마운지 마늘쫑을 덤으로 한움큼 더 집어 준다.
        바로 옆 어물전에서는 한 아저씨가 ‘마수’라며 멍게를 2마리나 더 얹어준다.
        장터면 어디든 존재하는 ‘마수와 덤’. 장꾼이든 손님이든 장터를 찾는 사람들만이 알고있는 시장 경제학이다.

        #은하철도 999
        멀리서 기차가 시장을 지나는게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철길이 시장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다.
        철길 위에는 상인들이 각종 화초와 그릇들을 팔기 위해 진열을 해놓았는데 어떻게 기차가 지나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철로 위에 물건들이 이렇게 많은데 기차가 어떻게 다녀요?”
        “기차가 저만치 오다 시장길에 들어서면 공중을 날아서 지나 가. 왜 만화에 나오잖아. 은하철도 999.”
        철길 위에서 각종 화초를 팔아온 한 아주머니의 말이다.
        현재 철길은 옛 진해화학과 탄약부두 등으로 물건을 실어나르는 화물차가 보통 하루에 두 차례 지나 다닌다. 기차가 지날 때면 이 일대는 물건을 치운다고 순간 전쟁터로 변한다고 한다.
        “기차가 언제 오는지 대충 알고 있어. 보통 한번 지나가면 2시간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많이 다니네. 벌써 10번째야.” 휘둥그래지는 눈을 보면서 아주머니는 즐거운 듯 비밀을 털어놓는다.

        #희망웃음
        시장 중간쯤 오른쪽 골목에서 뻥튀기 기계를 열심히 돌리는 70대 할아버지. 젊은 시절 의사의 오진으로 다리를 절단하게 된 후 시장으로 나온 지 15년째다. “오늘은 장사가 잘 되는 편이구만.” 오늘 하루 10만원 남짓 수입을 올렸다며 흐뭇해한다.
        시장 한복판에는 리어카 위에다 생활 잡화를 파는 50대 아저씨도 한쪽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다. 사고를 당했느냐고 물어보자 살아온 과거를 꺼내 보이기 싫은 듯 말없이 웃기만 하다 한마디 한다.
        “장애든 비장애든 사는 건 똑같아요.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열심히만 산다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고달픈 인생이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미소짓는 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엿본다. 최승균기자 july9th@knnews.co.kr

     

        장터사람들

       20년 이상 묵은 칡 곡괭이 하나면 OK

        ▲경화장 ‘칡할배’ 한정우(76)씨
        “여기 있는 건 보통 20년이상 묵은 거지.”
        할아버지가 들어보이는 굵은 칡은 불룩불룩한 근육(?)들이 터질 것만 같다. 마치 정력 넘치는 남자의 하체를 보는 듯하다.
        한정우 할아버지(76). 할아버지는 경화장에서 ‘칡할배’로 유명하다.
        경화장시장 바로 맞은편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장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하는 개근생이다. 젊은 시절부터 산을 좋아한 할아버지. 취미삼아 파온 칡을 장에 내다팔면서 시작된 출근이 벌써 15년이 됐다.
        약용으로 쓸 수 있도록 칼로 정성스레 썬 칡은 비닐 1봉지에 2천원. 소일거리 삼아 소주 한병값 벌겸 나오는 장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주로 인근 웅천. 괴정 등 동네 산에서 칡을 파 온다. 작년에는 대단한 발견을 했다.
        “사람 몸하고 똑같이 생긴 놈인기라. 무게만 35㎏이 넘더라꼬.” 몇백년 묵은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처럼 자신의 영웅담을 자랑한다.
        할아버지는 삼손이다. 곡괭이 하나만 있으면 몇십㎏ 나가는 칡을 파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믿기 어렵지만 큼지막한 할아버지의 손을 보면 절로 수긍이 간다.
        나른한 오후. 칡뿌리를 잘근잘근 씹으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간엔 굼벵이·아토피엔 거머리" 시장통 '허준'
      

         ▲곤충 파는 아저씨 김상권(54)씨
        ‘굼벵이’ ‘참개구리’ ‘두꺼비’ ‘지렁이’ ‘메뚜기’ ‘장수풍뎅이’
        시장 중앙에 떡 펼쳐논 좌판에는 어릴 적 과학실습실에서 표본해놓은 진귀한 곤충과 양서류들을 다 볼 수 있다.
        ‘굼벵이-간’ ‘거머리- 아토피 피부염’ ‘해삼- 악성빈혈’ 등 유리병 안에 담겨 있는 곤충마다 이름표가 다 붙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시장에서 ‘허준’으로 통하는 김상권(54)씨. 29년째 산간지역의 고목이나 부엽토에 서식하는 굼벵이를 비롯해 다양한 곤충들을 말려서 판다. 한마디로 약장수인 셈. 그렇다고 어릴적 보아온 만병통치약 사이비 약장수가 아니다.
        “이것들 먹는다고 모든 병이 낫지는 않죠. 다만 식이요법으로 이용하면 질병예방이나 건강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건강상식 전도사를 자처한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건 친분있는 재일교포의 권유 때문. 처음에는 돈 벌 욕심을 시작했지만 업에 종사하다 보니 정말 이런 곤충들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동의보감을 열번도 넘게 정독했습니다. 다른 한방책은 말할 것도 없구요. 실제 이들의 성분을 적절히 혼합해 식용하면 어떤 보약 못지 않지요.”
        김씨의 주종목은 ‘간염’. 이에 관련한 책도 세 권이나 펴냈다. 곤충의 성분을 분석해 간에 이로운 식생활 개선을 주제로 삼고 있다.
        “간염은 사회환경이 오염되고 복합된 현대병이죠. 간이 나쁜 사람은 고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굼벵이만큼 좋은 게 없죠”
        자신이 낸 책을 펼쳐 보이며 설명하는 모습이 한의사 못지 않다.
        그는 지금도 한방의학(?)공부에 열심이다. 시장에 나와서도 틈만 나면 화선지나 공책에 한자를 빼곡히 적는 모습이 그의 땀나는 노력을 가늠케 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계속 까먹어서….” 쑥스러운듯 붓을 살그머니 내려놓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경화장은
        3·8일 열리는 5일장으로 도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장시 중 하나다. 경화장은 과거 부산 명지. 웅동. 웅천. 창원 신촌 등 인근 지역에서 장복터널이나 안민고개를 넘어 오거나 속천항을 이용해 육해상으로 많은 장꾼들이 넘나들었다.
        지난 1955년 지금의 현대식 건물로 개장한 이후 현재 2천355평의 면적에 143개의 점포가 상설 운영중이며 장날에는 난전상인을 비롯해 약 700여명의 상인들이 자리한다. 경화장에는 해양도시답게 싱싱한 어류와 해조류가 많이 나오는게 특징. 이외에도 약재상들을 비롯해 농축산물. 공산품. 잡화. 의류 등 다양한 물품들이 거래된다.

        장터구경도 식후경
        경화장 중간쯤 가면 조그마한 옛 장옥이 위치해 있다. 경화장의 대표적인 먹거리들이 이곳에 몰려있다. 장옥 안을 따라 들어가면 진주 촌국수. 호박죽을 파는 죽집. 실내포장마차. 그리고 맨 안쪽에는 서로 원조를 자랑하는 두 ‘할매국밥’집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허름한 기와집에 자리하고 있는 ‘장날 할매국밥’은 쓱 스쳐만 봐도 간판이 눈에 띈다. 주인 할머니는 3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해 왔다고 한다. 현재는 며느리가 일을 돕고 있다. 선지·돼지·쇠고기 국밥을 주 메뉴로 하며 담백하고 진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특히 국밥에 수북이 쌓아주는 선지와 고기는 할머니의 인심을 엿볼 수 있다. 할머니가 직접 만든 순대도 입에 군침을 돌게 한다. 국밥 3천500원. 순대 5천원.
        ‘장터옛날 할매국밥’은 옆집이 고부간에 장사를 한다면 여기선 모녀가 장사를 하고 있다. 이곳 주인 할머니도 30년 넘게 경화장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특선메뉴는 장어국밥. 옆집과 차별화된 메뉴다. 입에서 술술 풀리는 시원한 국물맛이 혀를 자극한다. 장어국밥 3천500원.
        이외에도 먹자골목 내에는 간단히 먹을수 있는 촌국수와 색깔부터 먹음직스러운 호박죽이 인기를 끌고 있고 명태전과 손두부를 안주삼아 먹는 막걸리 맛은 하루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한다.

        주변 볼거리
        ▲드라마 촬영지= 지난 2002년 방영된 드라마 ‘로망스’ 촬영지인 여좌천 다리. 안민도로. 문화거리. 중원로터리. 해안관광도로 등이 있다. 화려한 조형물은 없지만 낭만이 느껴지는 곳이다.
        ▲장복산 공원= 시가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장복산 기슭의 넓은 녹지대 286만7천595㎡(86만7천447평)에 자연경관을 이용하여 조성한 공원이다. 창원에서 마진터널을 통과하여 검문소까지에 이르는 1.5㎞의 도로 양쪽으로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편의시설로는 청소년전당. 팔각정자. 출렁다리 및 체육시설과 각종 휴식시설이 마련됐다. 인근에는 경남문학관. 파크랜드가 있다.(진해시 홈페이지 http://www.jinhae.go.kr)

        주말 5일장
        ▲4월 23일=진주 일반성장. 진해 경화장. 장유장. 밀양 수산장. 양산 신평장. 의령장. 함안 칠원장. 창녕장. 고성 당동장. 남해 동천장·고현장. 하동 진교장·옥종장. 산청 생초장·문대장. 합천장
        ▲4월 24일=마산 진동장. 진주 문산장. 진해 웅천장. 사천 삼천포·서포장. 김해 진영장. 밀양 송지·구지장. 양산 서창·석계장. 의령 신반장. 함안 군북장. 창녕 이방장. 고성 배둔장. 남해 지족장. 남면장. 하동 북천장. 산청 화계·단계·덕산장. 함양 서상장. 거창 가조장. 합천 대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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