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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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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 '글머리 공포'에서 벗어나기

  • 기사입력 : 2005-05-09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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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문장 완성은 절반의 성공


      글짱: 안녕하세요? 논술에 관심 많은 고1 학생입니다. 글을 쓸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랍니다.

     글샘: 글머리에서 시간을 허비한다는 학생들이 많단다. 학교에서 수행평가로 글을 써 오라고 하면 하루종일 고민만 한다지. 논술에도 어느 정도 `틀'이란 게 있단다.

     글짱: 막상 논제가 주어지면 무슨 얘기로 풀어가야 할지 `공포'에 시달린답니다.

     글샘: 걱정 마. 글머리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줄 테니. 논술은 대체로 `서론­ 본론­ 결론' 유형으로 잡는단다. 퇴고(다듬기)와 정서(바르게 쓰기)를 거쳐야 함은 두말 하면 잔소리지.

     글짱: 서론이 글머리란 뜻이에요?

     글샘: 꼭 그렇지만은 않아. 서론은 글 전체를 세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첫째 부분을 일컫지만, 글머리는 말 그대로 `글의 첫머리'란다. 그래서 논술에서는 글머리를 어떻게 쓸 것인지 `알맹이'만 정해지면 “절반은 썼다”고 말할 정도잖아.

     물론 머릿속에 글의 얼개(짜임새)를 대략 그려 놓고 시작해야지. 그래야만 한정된 시간 내에 자기 생각을 정리한 글을 쓸 수 있단다.

     글짱: 어떤 내용이 주로 글머리에 들어가나요?

     글샘: 논제에 따라 다르겠지만, 읽는 이(심사위원)에게 흥미를 갖게 하고,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 바람직하단다. 또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암시할 수 있는 글머리가 제격이지.

     글짱: 그게 맘대로 되나요?

     글샘: 맞아. 쉽지는 않지. 평소 틈나는 대로 다른 학생들의 `잘 쓴 글머리'를 살펴보며 연습하거나, `어색한 글머리'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방법이 적절하지.
     이렇게 말로만 설명하니까 가슴에 팍 와 닿지 않을 거야. 학교폭력을 주제로 쓴 글머리 두 편을 비교해 봐.

     <A글>   학교폭력. 이 단어는 그 말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위협감과 섬뜩함을 줄 수 있다.
     평소 학교 폭력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던 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뉴스의 내용은 학교 폭력 단체 일진회에 관한 것이었는데,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B글>  학교는 세상에 나가기 전에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곳이다. 학교교육에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어울림 속에서 우정을 쌓는다. 희망과 도전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해 주는 곳, 이러한 곳이 바로 학교이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에서는 좌절과 불만, 그리고 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친구간의 불신과 교사와의 세대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글짱: 위에 나와 있는 A글과 B글인가요?

     글샘: 그래. A글은 `학교폭력에 관한 뉴스'를 글머리로 썼어. 그러나 논술이 아니라 생활문에 가깝지. 논술은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남이 공감하도록 최대한 객관화 하는 글이야.

     `나는 ∼∼했다'식의 글투는 감점이지. 또 `깜짝 놀라고 말았다'나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나 한 단락 안에서 비슷한 표현이 눈에 띈다는 건, 다듬기(퇴고)를 소홀히 했다는 거지.

     글짱: 제가 겪은 일을 논술 글머리로 써도 되나요?

     글샘: 개인 경험을 넣어 쓴다면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단다. 글머리는 책에서 읽은 내용(격언이나 사례 등)이나 사회현상을 묘사하는 방법 등 다양하지.
     이번엔 B글을 찬찬히 살펴봐.

     글짱: 으~음, 아하! 알겠네요. 이 글머리만 봐도 학교폭력에 대해 쓰려는 글인 줄 짐작할 수 있네요.

     글샘: 제대로 봤군. 고1 학생이 쓴 글이야. 평범한 명제라서 참신함은 떨어지지만 `글머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예문이지.
     어차피 현실적으로 논술이란 게 개인의 생각을 논리있게 포장하는 글이잖아. 그래서 다양한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습관이 필요하단다.
     `청소년 헌장'의 한 조항을 인용하는 방법도 괜찮지. 논술을 대비하는 학생이라면, 헌법이나 무슨 헌장에 있는 특정 조항은 알아 둬야 해.

     글짱: 이 정도 원칙만 알면 되나요?

     글샘: 아니지. 아직 가르칠 게 많아. 논술 글머리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원칙은 없어.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논점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도 그 때문이야.
     다음 주에 한 번 더 다뤄 줄게.
     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심강보(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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