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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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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3) 글머리로 가는 길이 엉뚱했을 때

  • 기사입력 : 2005-05-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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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글머리로 가는 길이 엉뚱했을 때

     글짱: 오늘도 글머리를 탐험하나요?
     글샘: 허허. 왜 이젠 지겹니? 글머리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글마무리로 가는 길까지 고생만 잔뜩 하고 얻는 게 없지.
     글짱: 그게 아니라 글머리를 전체 문장과 어떻게 이어가는지 알고 싶어서요.
     글샘: 너무 서두르지 말거라. 갈 길이 멀단다.
     글짱: 논술을 쓸 때 다른 친구들은 어떤 부분에서 자주 실수하나요?
     글샘: 엉뚱한 글머리로 접어들었을 때 어떤 대처 방법이 있느냐고?
     글짱: 네. 이왕이면 긴 예문을 보여주세요.
     글샘: 논술을 많이 써 보지 않은 중학 1학년 여학생의 글을 소개할게. 글샘의 사이버공간인 `기자스쿨'에 올라온 글인데, 중학 1학년 글로는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지. 
     

    [중학 1학년 김보람의 논술 글머리]
     얼마 전 뉴욕에서 열린 국제자동차 전시회에서 1인승 자동차가 개발된 기사를 보았다. 이 자동차를 보고 `과학이 이렇게 발전했구나'라고 감탄했다. 이처럼 우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과학기술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자세하게 알아보자. 예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얼굴을 보며 통신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화상전화가 보편화 되어 흔한 것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화상전화에서 더욱 발전해 여러사람이 필요한 자료를 직접 보면서 수정이나 지시를 할 수 있는 가상 회의도 우리 생활에서 쓰이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군사분야에서도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가상으로 탱크나 전투기의 환경을 똑같이 만들어주는 모의실험 장치를 통해서 훈련받는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가상 스크린을 이용하여 쉽게 골프나 야구 등을 즐길 수 있다. 연구자들도 가상현실 기술의 발달로 덕을 보고 있다. 아주 작고 미세한 분자도 자세하게 볼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물체를 훨씬 더 크게 하거나 작게 만들 수 있다. (중략)
     지금까지 가상현실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일들을 살펴 보았다. 가상현실 기술은 많은 것들을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가상현실 기술은 발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생활에 활용될 응용 분야는 더욱 더 다양해질 것이다.

     글샘: `가상현실'을 논제로 쓴 글이지. 다양한 사례를 나열한 본론 부분은 생략하고 글머리와 마무리 부분만 예로 들었어. 글이 어떻니?
     글짱: 지난주에 배운 `있어서는 안 될 문장'이 보이네요.
     글샘: 그렇지. `이러한 기술들을 자세하게 알아보자' 처럼 중계방송식 표현은 금물이랬지.
     글짱: `지금까지 ∼살펴보았다'도 마찬가지죠?
     글샘: 맞아. 잘 봤어.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 글에서 껄끄러운 부분은 글머리야.
     글짱: 자신의 경험을 넣는 바람에 표현을 객관화하지 못한 것 같은데요?
     글샘: 오∼우! 제법인데. 그래. 글머리가 무게감이 떨어지지. 또 `가상현실'과 `과학기술'의 개념을 조금 헷갈리고 있단다.
     글짱: 거기까진 저도 잘 모르겠어요.
     글샘: 그렇다면 어떻게 보완할까? 혹시 첫 문장으로 내세울 내용이 본론 부분에 들어가 있는지 살펴보는 게 순서지.
     다섯 번째 문장을 보거라. `예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얼굴을 보며 통신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라고 나오지. 이런 대목만으로 충분히 논술의 첫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단다.
     글짱: 이미 써 놓은 첫 문장은 없애버리나요?
     글샘: 아니지. 문맥상 필요하다면 다른 단락으로 보낼 수도 있어. 물론 객관적인 표현으로 다듬는 게 마땅하지. 자, 김보람 학생이 쓴 원문에 새로운 글감을 조금 덧붙여 간단한 글머리를 만들어 볼게.
      

    [글샘이 다듬은 글머리]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얼굴을 보며 전화통화하는 것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화상전화는 물론이고,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서도 자료를 화면으로 보며 논의하는 가상 회의도 정치·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 실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궁무진한 영역으로까지 발전을 거듭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기까지는 특정 환경을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실제처럼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주는 가상현실 기술이 발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론상 거론되던 영역을 가상현실이라는 시스템으로 구현해냄으로써 돌발변수를 사전에 감지하여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대처방안을 마련한 것이다.(하략)

     글짱: 아∼하! 글머리가 이렇게도 바뀔 수도 있군요.
     글샘: 완성형 논술이 되려면 이 글머리에 맞춰 본론이나 마무리글도 다듬어야 하지.
     그러나 오늘은 글머리쪽에만 비중을 두고 설명했어. 이 정도 짚어주기는 `고교 2∼3학년'수준이라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거야. 그러나 반드시 이렇게 쓰라는 건 아니야. 이런 유형으로 자신의 글을 맞춰 가면서 서서히 논술의 맥을 찾아보라는 뜻이지.  글머리가 엉뚱한 길로 빠졌다고 생각되면 오늘 탐구한 내용을 떠올리길 바란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자.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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