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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11) 산청장

  • 기사입력 : 2005-05-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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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장- 향긋한 산내음 장터에 활기 불어넣고…


        이슬비가 내리는 듯 마는 듯해 취재길에 올랐다.
        무엇보다 어지간한 빗방울에도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장사를 한다는 동료 기자의 조언을 믿고 나선 것이다.
        숲이 많아 산그늘이 진다 해서 산음(山陰)이라고 불린 산청은 온통 갈맷빛이다. 눈이 시원하다. 물기를 머금은 산은 초록빛으로 더욱 빛난다.
        마수를 끝낸 시장은 활기에 넘친다.

        “오늘 콩나물 많이 샀네?”
        “콩나물 잔치 할라고.”
        “햇감자 났네?”
        “난지 제법 됐는데예~.” “두릅 좀 사가예~. 핀 것이라서 한 다라이에 2천원밖에 안해예~.”

        오고가는 투박한 대화 속에 시골장터의 정겨움이 묻어난다.
        산청장은 읍내에 열리는 오일장이지만 시골장답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읍내사람들과 금서. 차황. 생초. 오부면에서 주로 이용한다.
        지금의 열십자 모양의 장터가 서기까지는 세번이나 옮겨다녔다. 장이 서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는지 올해 막 일흔에 접어든 시장번영회 상무도 잘 모르겠단다. “얼추 100년은 됐을 기라”고 짐작할 뿐이다.

        지난 1978년 상가로 지을 때만 해도 170동이었는데 지금은 3분의 1인 65동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장이 서는 날이면 시골 여기 저기에서 약초며 채소를 들고 찾아든 장사꾼(?) 180여명이 장터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이처럼 비어있는 상가가 많자 산청시장번영회는 산청군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재개발을 추진중이다. 노점상을 상가 안으로 끌어들이고 대신 큰길로 확장한다. 시골 5일장은 그대로 살리되 상설 시장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한방도시 산청의 특성을 살린 약초시장도 만들어 또다른 명물로 만들 계획이다.

        오이상(70) 산청시장번영회 상무는 “30여억원의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군에서도 재래시장 활성화에 계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장번영회 상인보다 보따리 장수가 더 많은 주객이 전도된 탓일까? 산청장은 약초가 먼저 반긴다. ‘봄나물은 약’이라는 말처럼 산에서 갓 캐어 들고 나온 취나물과 두릅. 더덕. 칡. 산미나리. 계피이파리 등은 발길 닿는데마다 향긋한 산내를 풍기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을 몇바퀴 돌자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보따리마다 담겨 있는 약초를 다 팔기 전에는 자리를 뜰 마음이 없는 듯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우산을 쓴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생선 등 어물전도 빼놓을 수 없는게 이곳 장의 특징이다.

        장날이 돌아와야 비린맛(생선)을 볼 수 있는 산골 사람들에겐 시장에 가야 간갈치와 간고등어를 밥상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질녘. 지친 몸을 이끌고 탄 막차에는 약초 보따리 대신 생선의 비릿한 냄새가 훅 풍겨나온다. 김다숙기자 dskim@knnews.co.kr

     

        장터 사람들

        ★책방 주인 조봉호(64)씨 "40년 전 책 한권 400원이었어"
        “아이고~. 고생한 것 말도 마요. 경제적으로 말도 못했죠. 뭐, 책을 지게에 지고 30리 산길을 걸을 땐 땀이 비오듯 흘렀재.”
        산청장터 옆 도로변에 제법 큰 규모의 서점·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봉호(64·산청시장번영회장)씨.

        책과 인연을 맺은지 어느새 40년이다. 
        강산이 네번이나 변한 만큼 조씨의 사업규모도 상전벽해에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68년 월남전 당시 길바닥에 가마니를 펴놓고 일반대중소설을 팔면서 생계를 꾸렸다. 당시 책 한권은 400원.
    하루에 10여권 팔면 많이 판 날이다.
        시골 5일장터를 찾아 다니길 3년. 그 땐 시골길이 자갈길이라 자전거 타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다보면 고무신 밑창이 다 나갔다고 조씨는 회고한다.
    그 후 지하 만화방가게 2년. 헌책방 5년여를 전전하다 10년만에 새책방을 갖게 됐다.

        “그 때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가 없지. 하면 되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거야.”
        7~8년 전만해도 잘 나갈때(장사가 잘 될 때)는 하루 30만원도 팔고 그랬지. 그 땐 학교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참고서도 기증하고 했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2/3가 줄어들어 하루 매상도 10만원이 채 안된다.

        그래도 1남2녀 공부 다 시켰다. 아들은 장가갔고. 딸 둘은 영어 학원을 운영하며 강사로 뛰고 있다.
        취재도중 한 학생이 3천원짜리 열쇠고리를 손에 쥐고는 1천원을 낸다. “학생증 맡기고 2천원은 나중에 드릴게요.”

        “그냥 가져가라.” 외상장부에 적지 않나요? 라고 묻자 “다음에 가져오겠죠 뭐”하고 웃고 만다.
        “능력있을 때까지는 계속 할 생각이다. 아직은 (나이가) 어중간해 경로당에 갈수도 없고. 버리고(일손 놓고) 놀아봐야 보기도 안좋다”며 일할 수 있다는 게 복이라고 말한다.

        ★약초장수 장도생 할머니 "장사 안될 땐 붕어빵으로 밥 때워"
        “봄나물은 반찬도 되고 약도 되지.”
        10여년째 산청장날이면 어김없이 찾아 계피이파리와 두릅. 산미나리. 취나물 등을 파는 봄나물 시장의 감초 같은 장도생 할머니(75·산청군 오부면 내곡리).

        많이 팔았느냐는 질문에 “점심 먹고 인~자 나왔어.” 차비하고 고기나 한마리 사 가려나 몰라. 골다공증이라 허리도 아픈데 약도 좀 사가면 좋고.
        할머니 앞에는 빨간색 다라이마다 향긋한 향이 코끝을 간질거리게 하는 계피이파리며 산미나리. 두릅이 가득 담겨 있다. 
        계피이파리의 향에 이끌려 어떻게 해 먹느냐고 물었더니. 고추장과 물엿에 버무려도 좋고. 전구지(부추)와 된장을 넣어 장떡을 구워 먹어도 맛있단다.

        하루에 많이 팔면 2~3만여원.
        마수가 좋으면 밥도 사먹고 하지만 장사가 영 시원찮을 때는 묵이나 붕어빵 천원에 때우고 만다.
        “그래도 노인회관에 나가 손놓고 마냥 노는 것보단 낫재. 돈도 벌고 운동도 되니까.”

        장 할머니는 장날(산청장)을 하루 앞두고 밭에 오른다. 원래는 산딸기 밭이지만 요즘엔 두릅과 계피나무로 대체했다. 이들 약초도 봄 한철이지만 힘이 들어 오후 한나절 3~4시간밖에 일을 못한다.
        그래도 장이 서는 날은 약초를 내다 팔 수 있어 용돈도 벌고 세상 구경하는 날이라 기다려진다. 1남1녀인 자녀는 모두 출가해 진주에 산다.

        “장에 나오면 세월이 좀 잘 가고. 친구들과 이바구(이야기)도 하니까 좋지. 단골도 꽉 찼고(많다).” “세월 잘 가는 게 뭐가 좋느냐”고 여쭙자 “억울하지만 우짜겄소. 더 애가 터지지”라고 대답한다.
        “언제까지 온다는 기약은 없어. 하는데까지 해보는 거지.” 김다숙기자 dskim@knnews.co.kr

        <산청장은> 1일과 6일 열린다. 산청군청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죽 뻗은 산청장은 세 번의 이사 끝에 자리잡은 곳이다. 읍내 사람들과 금서면. 차황면. 생초면. 오부면민들이 주로 이용하며 100여년의 성상을 자랑한다.

        <장터구경도 식후경> 그리 크지 않은 장이지만 국수집 5~6곳과 시장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식육점이 장터사람들의 시장기를 달래주는 곳이다. 매상이라도 올라 소고기국밥(4천~5천원)과 소줏잔을 곁들이면 왕후장상이 부럽잖다. 또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장터에서 말아먹는 국수 한 그릇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다.


        <주말 열리는 장>
        ▲5월 21일= 창원 신촌·가술장. 진주 금곡·대곡장. 사천 완사장. 밀양 무안장. 의령 궁류장. 함안 대산장. 고성 고성장. 하동 화개·악양·고전장. 산청장. 거창장. 합천 묘산장
        ▲5월 22일= 진주 지수장. 통영 중앙장. 김해장. 밀양장. 창녕 대합장(십이리장)·남지장. 고성 영오장. 남해읍장. 하동장. 함양장. 거창 신원·위천장. 합천 야로·삼가장

        <주변 볼거리>
        ▲산청 경호강 래프팅= 산청읍 일원. 산청읍 경호교 아래에서부터 외송(홍화원 휴게소)리까지 래프팅 장소로 매년 여름이면 전국 각지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황매산 영화주제공원=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 산1. 은행나무침대Ⅱ인 영화 ‘단적비연수’를 촬영했던 주 촬영장으로 산속에 작은 원시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목면시배유지=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 106-1. 이곳은 고려말 공민왕 때 문익점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목화를 재배한 곳이다. (산청군 홈페이지 참조. http://www.sancheong.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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