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심강보의 논술탐험] (4) 논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첫걸음

  • 기사입력 : 2005-05-23 00:00:00
  •   
  • (4) 논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첫걸음

        글짱: 논제를 읽은 뒤엔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순서인가요?
     글샘: 논술에 순서가 어디 있을까만, 출제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할 수 있지. 예전에 출제된 논술문제를 예로 들어 논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논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학 기술과 생산 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극도의 물질 풍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빈곤을 물질적인 면에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정신적인 면에서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여러분은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부자라면 어떤 의미에서 부자이고 가난하다면 어떤 측면에서 가난한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라.
     
     글샘: 견해를 묻는 논술에선 `왜'라는 물음에 논리있게 답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게 글을 써 나가기 쉽단다. 여기서 출제자가 원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이지. 중학 3학년 여학생의 글을 보여 주마. 본론 부분은 빼고 소개할게.
     
     〈중학 3학년 학생이 쓴 글〉
     나는 매우 가난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집이 없거나 돈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에겐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이런 면에서 나는 매우 풍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확히 말해서 난 정신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것이다. (본론 부분 생략)
     이런 면에서 볼 때 난 결코 부자 측에 들 수 없다. 하지만 그 `부자들'을 본받아 변화하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간 나도 그 부자 행렬에 낄 수 있지 않을까?

     글샘: 이 글은 논제의 핵심인 `어떤 의미에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논거가 부족한 탓에 `나는 가난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가난하다고 생각한다'식의 감상문 수준에 머물고 말았단다. `나는 정신적으론 풍요롭지 못하다'식의 표현도 제시문에서 가져온 듯하지. 수준급 논술이 되려면 논제에 걸맞은 논거를 찾아내 `새롭게 구성한 나만의 글로 만들어야 한단다.
     `절대빈곤'과 `상대빈곤'도 그런 논거로 쓸 만한 전문용어라고 할 수 있지. 
     마무리 부분도 논제를 벗어나 있지만 다음 기회에 다루자꾸나.
     글샘: 논술을 평가할 땐 글쓴이의 지적능력도 측정하므로, 책에서 읽은 내용이나 `세상을 보는 눈'도 적절하게 들어가야 한단다. 그래서 논술을 잘 쓰려면 꾸준한 독서가 필요하지.
     글짱: 그런 예를 좀 들어주세요.
     글샘: `부와 빈곤'을 주제로 한 논술에서 써먹을 만한 글감을 알려 줄게. 요즘 인기있는 책에 나오는 내용을 떠올려 간추린 게 대부분이야.
     
     ☞ 법정스님은 수필 `무소유'에서 “소유한 것을 하나씩 버릴 때마다 삶이 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워진다”고 말한다. 다른 무엇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무엇을 버려야 하므로 자칫 더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말로 `무소유의 역리'라고 한다.

      ☞ 진정한 부자는 물질적 자산 외에 성숙한 인격 등 정신적 자산이 풍부해야 한다. 이러한 정신적 풍요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승화시키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 물질적인 풍요는 우리 인간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관심사이다. 요즘 사람들이 로또복권 당첨을 꿈꾸거나 부자를 주제로 한 책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은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이 가진 재화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다지 빈곤하지 않은 사람들도 자신이 빈곤하다고 느끼는 게 `상대 빈곤'이다.

     ☞ 물질적 풍요나 정신적 풍요나 모두 행복의 기준을 설명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물질적으로 풍요하다 할지라도 정신적인 풍요가 없을 땐 인간성 상실로 이어져 가난한 사람에 속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간은 부유한 소수와 빈곤한 대중으로 나눠지며, 대중의 빈곤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 `성녀'로 불린 테레사 수녀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극심한 가난”이라고 말했다. 이는 `풍요속 빈곤'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메시지이다.
     
     글샘: 이런 글감을 한정된 시간 안에 찾아내 자기 주장과 어떻게 절묘하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글의 질이 판가름나지. 실전 논술에서 활용할 만한 예문이니까 외워두는 게 좋을걸.
     다만 형식을 좇다 보면 교과서적인 논지에 치우칠 위험이 있단다. 논술에선 수험생의 다양한 사고를 기대하기 때문이야. 또 자신의 견해를 확실하게 표명하는 것도 중요해. 그렇다고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 `절대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식의 표현을 쓰는 건 `절대로' 안 되는 거야. 
      다 못한 탐험은 다음주에 해 보자. (편집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