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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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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12) 창원 소답장

  • 기사입력 : 2005-05-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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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 소답장] - 때묻지 않은 도심 속 장터

       포장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는 맡을 수 없는 삶의 냄새와 정취가 느껴진다. 꽉 막힌 공간이 아닌 열린공간. 그래서 더욱 정이 가는 곳. 창원 소답장도 그런 곳이다.

        창원초등학교부터 장이 시작된다.
        닭의 홰치는 소리와 ‘꼬끼오’ 하고 길게 빼내는 소리가 도심 골목에서 울려퍼진다.

        닭뿐만 아니라 병아리. 오리. 토끼. 강아지. 칠면조. 거위. 고양이. 오골계 등이 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엄마와 함께 나온 꼬마들은 아예 쪼그리고 앉아 움직이지도 않는다.

    <사진>위에서부터 소답장 전경, 모종을 손질하고 있는 종묘상, 가축전, `40년 2대 할머니국밥집'

        ‘창원 공설시장(소답장 내 상설시장)’으로 가는 길목에는 ‘보신’과 관련된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개소주. 건강원. 보신원과 갖가지 약재를 파는 약재상이 한데 어울려 보기만해도 힘이 넘쳐 흐른다.
        예전에 이 곳에 제법 규모가 큰 개전이 열려 자연스럽게 관계된 가게들이 들어섰다고 한다.

        창원 공설시장 앞에는 버섯. 곡류. 야채. 옷. 과일. 건어물. 국밥집 등이 있다.
        그러나 창원시가 현대식으로 지은 이 건물의 가게는 많이 비어 있다. 지난 2001년 완공했으나 아직도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변 상인들도 시장건물이 들어서고 더 장사가 안된다며 아우성이다. 공사기간 밑으로 내려가서 장사하던 상인들이 그냥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위로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시내버스가 다니는 길쪽에 노점상인들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늦은 오후 시간이 되면 중동까지 전을 펼친다고 한다.

        동창원농협 맞은편 원예조경백화점 앞에는 토마토. 호박. 고추 모종 등을 구입하기 위한 손님들로 붐빈다.
        대부분 집 화단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기 위해 많이 사간다고 한다.

        “토마토 꽃도 피고 키가 내 가슴까지 올라왔는데 왜 열매가 안 열리지요.”
        지난번에 토마토 모종을 사서 키우고 있다는 한 아주머니가 묻자 주인은 “실내에 벌이나 나비가 없는데 열매가 어떻게 열리겠습니까? 수정약을 쳐야지요”라며 빙그레 웃는다.

        종묘전 옆 골목에는 할머니 수십명이 난전을 펼쳐놓고 있다.
        나물. 양파. 마늘. 오이. 두릅. 쑥. 도라지. 잡곡 등을 작은 소쿠리에 가득담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른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쇠약한 할머니도 보인다.
        “총각, 이 것좀 사 주이소”라며 두릅을 한봉지 담는다. 그냥 지나가기가 민망하다. 한손에 두릅을 들고 장을 나왔다.

        이 곳이 고향인 김덕만(53)씨는 “40여년전 장옥이 있을 때는 부산·마산에서 쌀을 사러 많이 왔었다. 또 수년전만해도 개전이 형성돼 활기가 넘쳤다”고 말한다.
    살아 숨쉬는 소리를 한 소쿠리 가득 담아 온 까닭일까? 자동차 거울에 비치는 장터의 모습이 자꾸 가슴을 뛰게 한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장터 사람들>
        곡물전 20년 부부 최성문·김차선씨 "사람 구경하는 재미로 나와요" 

        “예쁘다고 사진 찍어주는갑네.”
        촬영하는 것이 어색한 듯 계속 땅만 쳐다보는 곡물전 최성문(75)·김차선(71)씨 부부 주변에 어느새 근처 상인들이 모여든다.

        칠순을 훌쩍 넘긴 노부부가 이곳에서 변함없이 장을 지켜온 덕에 그들을 관심있게 쳐다보는 눈이 많다.
        최씨는 해군 제대 후 월남전 때는 군 장비 물품 등을 수송했고 거제도에서 여러가지 일을 해왔다.

        그러다 소답장(북동 시장)에서 곡물전을 하고 있던 장인·장모님의 일을 물려받아 아내와 함께 20년째 곡물전을 하고 있다.
        장날에만 전을 펼쳐놓고 장사를 하는데 요즘은 쌀 두가마 정도 팔아 하루 2만원밖에 벌지 못한다.

        수년 전에 공설시장이 들어서면서 밑으로 내려간 상인들이 올라오지 않아 더 장사가 안된다는 것이다.
        최씨 부부는 장날이 되면 오전 7시부터 손수레를 가지고 곡물을 5~6번 운반해 펼쳐 놓는다. 그렇게 힘을 들여 하루장사를 하지만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집에 있으면 뭐하겠습니까. 운동하고. 사람 구경하는 재미로 나오지요.”
        인정이 많아 그런지 단골들도 꽤 많다. 돈이 모자라 조금 깎아주면 그것을 잊지 못해 계속 찾아온다는 것.

        노점에 펼쳐놓고 하는 장사라 날이 궂으면 아침부터 걱정이다. 행여 비라도 쏟아지면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곡식을 덮을 비닐을 가지고 다닌다.
        최씨는 “할멈과 나랑 누구라도 아프면 장에 나오지 못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남한테 손 벌리지 않을 것”이라며 열심히 곡물 손질을 한다.

        이동식 카세트 테이프 상점 이휘영씨 - 유창한 설명 '거리의 평론가'
        “사랑은~ 당신은~ 아아~ 이히~”
        신나는 트로트 음악이 울려 퍼진다. 탑차를 개조해 만든 이동식 카세트 테이프 상점 앞에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취향에 맞는 곡을 고르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는 박진석의 ‘천년을 빌려준다면’입니다. 또 이 노래는 차 안에서 듣기 좋고. 유행이 지나갔고….” 주인 이휘영(67)씨는 몇가지를 골라 가요평론가처럼 유창한 설명을 곁들여 고객들에게 권한다. 아저씨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노래를 들어 보다 구입한다.
        이씨는 4천~5천개의 카세트 테이프를 차에 싣고 창원 팔룡장. 함안 가야장 등 인근 5일장을 돌아 다닌다. <신들린 관광 디스코>. <카바레 콜라텍>. <엽기 테크노>. <누드송>. <오부리 경음악> 등 별별 노래가 다 있다.

        또 찬불가요. 불경 등 종교와 관련된 노래도 갖추고 있다.
        마산 창동에서 노점을 하다 10여년 전부터 5일장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에 창원에서 카세트 테이프 가게를 차렸지만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다.

        “MP3니 뭐니 하면서 카세트테이프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버려 그동안 벌어놓은 것을 모두 까먹고 다시 장으로 나왔죠.”
        트로트는 유행을 많이 타 금방 재고가 되어버릴 때가 많아 장사하기 힘들다고 한다.
        “누구 할 사람 있으면 줘버리고 싶을만큼 장사가 안된다”는 이씨는 “오늘은 그래도 손님들이 많은편”이라면서 흥겨운 음악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고객들을 맞이한다.

        <소답장은>
        2일과 7일 열린다. 북동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장날이면 중동까지 전을 펼친다. 예부터 개전이 유명하고 1900년대 초에 장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장터구경도 식후경>
        창원 공설시장앞 ‘40년 2대 할머니국밥집’이 유명하다. 지금은 며느리 김미경씨가 이어받아 국밥집을 하고 있다. 소머리국밥. 선지국밥. 수육 등의 메뉴가 있다. 특히 내장까지 푸짐하게 넣은 선지국밥은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나지 않고 고소한 맛과 깔끔함이 더해 많이 찾는다. 또 시원한 열무·무청 김치도 국밥의 맛을 높여준다.

        <주변 볼거리>
        ▲창원향교= 고려 충렬왕 2년(1276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나 확실치 않으며. 창원군지의 기록에는 조선 상반기로 건립 시기가 나타나 있다. 창원향교는 대성전. 동서무. 명륜당. 동서재. 풍화루로 구성되어 있다.
        ▲달천계곡= 북면 외감리 입구에서 서쪽으로 900m에 위치한 달천계곡은 울창한 수목과 넓은 반석. 쉼없이 흐르는 맑은 물로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마금산 온천= 그 지역 이름을 따서 일명 북면온천이라고도 하는데, 창원시 의창동에서 지방도 1045호선을 따라 북쪽으로 13㎞ 지점. 자동차로 약 20분가량 소요되는 마금산(해발200m)의 기슭에 있으며 55℃ 이상의 약알칼리성 온천이다.

        <주말 열리는 장>
        ▲5월 28일= 진주 지수장. 통영 중앙장. 김해장. 밀양장. 창녕 대합장(십이리장)·남지장. 고성 영오장. 남해읍장. 하동장. 함양장. 거창 신원·위천장. 합천 야로·삼가장
        ▲5월 29일= 마산 진동장. 진주 문산장. 진해 웅천장. 사천 삼천포·서포장. 김해 진영장. 밀양 송지·구지장. 양산 서창·석계장. 의령 신반장. 함안 군북장. 창녕 이방장. 고성 배둔장. 남해 지족·남면장. 하동 북천장. 산청 화계·단계·덕산장. 함양 서상장. 거창 가조장. 합천 대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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