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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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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5) 논점 꽉 잡는 비법

  • 기사입력 : 2005-05-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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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제에 걸맞은 글머리 구상하라"

     글짱: 논제의 핵심을 꽉 잡을 수 있는 비법이 또 있나요?
     글샘: 당연하지. 오늘은 출제자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해 논제와 동떨어지게 쓴 글머리를 골라 봤어. 제시문은 `은전 한 닢'이라는 피천득의 수필이야. 여섯 달 동안 구걸한 푼돈을 은전 한 닢과 바꿔 행복해 하는 거지를 다룬 이야기지.
     수필의 원문은 생략하마.
     
     [ 제시문 ]
     피천득의 수필 `은전 한 닢'에서 늙은 거지와 같은 행복 만들기가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의와 한계를 지적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참다운 행복에 관하여 논술하라. (1800자 내외)
     
     글샘: 이 제시문을 읽고 어떤 글머리를 쓸 요량이니?
     글짱: 글쎄요. 사람마다 욕구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행복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언급하고 싶어요.
     글샘: 맥은 제대로 잡고 있군. 그러면 한 학생이 쓴 글머리를 본 뒤 내 질문에 답해 보렴.
     
     〈 A학생의 논술문 〉
     몇 년 전부터 마니아라는 말이 화제가 되어 이제는 대중문화나 여러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것에 대하여 광적일 정도로 좋아하고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은 현대사회의 특징적인 일면이다. 마니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통해 행복과 만족감을 느낀다. 지금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때이니 만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개인의 행복추구 또한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러나 그 속에서 정체성을 잃고 행복의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혹은 일그러진 형태의 자신만의 행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략)


     글샘: 글머리로는 내용도 알차고 문장력도 탁월한 수준이야. 잘 쓴 글임에도 어떤 문제점이 엿보일까?
     글짱: `오버'한 건가요? 행복론보다는 `취미생활' 쪽으로 빗나간 느낌이에요.
     글샘: 맞아. 심사위원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위험수위를 넘은 글이라고 볼 수 있어. `마니아'와 `행복의 가치'를 연결하려면 심사위원이 고민 좀 해야겠지. 자칫하면 감점될 수도 있어.
     미리 머릿속에서 글머리를 정리하고 써 나가야 해. 여기선 네 번째 문장이 앞에 내세울 글감으로 적절할 거야. 물론 논제에 맞게 다듬어야지.
     
     [ 글샘이 다듬은 글머리 ]
     현대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때이니만큼 개인의 행복추구 또한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정체성을 잃고 행복의 의미를 상실하거나 왜곡된 형태의 개인 행복관이 드러나기도 한다.
     
     글샘: `마니아'를 다룬 글머리를 빼니 훨씬 돋보이지 않니? 논제의 혼선을 걸러주는 방법이란다. 또 제시문에서는 `현대사회에서의 한계'와 `나의 행복론'을 묻고 있으므로, 그러한 내용이 주가 돼야 하지. 덧붙여 본론에선 `거지의 행복'이 현대사회에서 왜 비판받아야 하는지 강하게 다루는 게 필요하단다. 예를 들어 거지가 은전을 얻기 위해 굶주림도 참아야 했을 여섯 달의 고통을 과연 행복으로 봐야 하는지를 한계 측면에서 논하라는 거야.
     참고로 이 학생의 본론에서는 그런 내용이 안 보이더군. 결국 논제를 살짝 빗나간 글머리가 되다 보니 정작 본론에선 일반적인 행복론으로 흘러가고 말았던 거야. 마무리글에서는 이렇게 썼더군.
     
     〈 A학생의 마무리 부분 〉
     개인마다 구체적으로 좇는 것과 그 방법이 다르더라도 진정한 행복의 본질적인 면은 변함이 없다. 물질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더욱 큰 행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부터가 참다운 행복의 시작이다.
     
     글샘: 너무 평범하지? 제시문에 맞춰 `나의 행복관'을 쓴다면 참신한 마무리가 될 수 있겠지.
     
     [ 글샘이 보완한 본론­마무리글 ]
     목표한 돈을 얻기 위해 작은 부분부터 시작한 늙은 거지의 소박한 자세는 본받을 만하다. 그러나 거지의 물질에 치우친 목표달성 과정은 현대사회에서 추구하는 행복과는 배치된다. 물질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우리는 부분적으로 가족공동체라는 틀 안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목표한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등록금을 부모의 힘으로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면 이 또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현대사회에서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가 둘 다 똑같이 인간의 행복을 설명하는 도구가 된다. 정신적으로 풍요하더라도 물질적인 풍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대적인 빈곤, 즉 불행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물질과 정신이 함께하는 안정된 삶 속에서 찾는 행복이 현대사회에서 추구하는 참다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글샘: 글샘의 설명이 길었구나. 다음 주엔 더욱  깊게 탐험해 보자. (편집부장)글샘: ‘마니아’를 다룬 글머리를 빼니 훨씬 돋보이지 않니? 논제의 혼선을 걸러주는 방법이란다. 또 제시문에서는 ‘현대사회에서의 한계’와 ‘나의 행복론’을 묻고 있으므로. 그러한 내용이 주가 돼야 하지. 덧붙여 본론에선 ‘거지의 행복’이 현대사회에서 왜 비판받아야 하는지 강하게 다루는 게 필요하단다. 예를 들어 거지가 은전을 얻기 위해 굶주림도 참았던 여섯 달의 고통을 과연 행복으로 봐야 하는지를 한계 측면에서 논하라는 거야.
    참고로 이 학생의 본론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더군. 결국 논제를 살짝 빗나간 글머리를 쓰다 보니 정작 본론에선 일반적인 행복론으로 흘러가고 말았던 거야. 마무리글에서는 이렇게 썼더군.

    <A학생의 마무리 부분>
    개인마다 구체적으로 좇는 것과 그 방법이 다르더라도 진정한 행복의 본질적인 면은 변함이 없다. 물질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더욱 큰 행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부터가 참다운 행복의 시작이다.

    글샘: 너무 평범하지? 제시문에 충실하게 ‘나의 행복관’을 써서 참신한 마무리가 되면 금상첨화겠지.

    [글샘이 보완한 본론-마무리글]
    목표한 돈을 얻기 위해 작은 부분부터 시작한 거지의 소박한 자세는 우리 현대인도 본받을 만하다. 그러나 물질 측면에 치우친 목표달성 과정은 현대사회에서 추구하는 행복과는 배치된다. 물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우리는 부분적으로 가족공동체라는 틀 안에서도 행복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목표한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등록금을 부모의 힘으로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면 이 또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현대사회에서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가 둘 다 똑같이 인간의 행복을 설명하는 도구가 된다. 정신적으로 풍요하더라도 물질적인 풍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대적인 빈곤. 즉 불행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물질과 정신이 함께하는 안정된 삶 속에서 찾는 행복이 현대사회에서 추구하는 참다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글샘: 글샘의 설명이 길었구나. 다음 주엔 더 깊게 탐험해 보자.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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