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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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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6) 요약형 논술 돌파하기

  • 기사입력 : 2005-06-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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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 용어 잘 쓰면 ‘득점 어휘’


     글짱: 고3 선배들이 바빠졌어요. 수시 1학기 모집이 7월 13일부터 시작되거든요. 논술이 걱정이래요.

     글샘: 그렇겠지. 수시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의 내신성적이 비슷할 땐 논술과 심층면접이 당락을 좌우한단다. 그렇다 보니 대학마다 논술 출제 유형이 다양해졌어.
     특히 수시에선 단순한 논제보다 3∼5개의 제시문을 낸 뒤 `공통 주제를 찾아 논술하라'는 문제가 자주 나오는 추세란다. 제시문 요약 내용을 활용해 다른 제시문에서 문제삼는 주제에 대해 논술하라는 형태까지 등장되고 있지.

     글짱: 영어로 된 제시문도 섞여 출제되잖아요.

     글샘: 그렇다고 겁먹지는 마. 해석하기 까다로운 영어 제시문은 거의 없으니까. 오늘은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요약형 문제의 함정과 맥'을 알려 줄게.
     수험생이 제시문의 함정에 많이 빠지는 경우는, `요약하라'는 문제를 `줄여라'는 뜻으로 오해하는 것이란다. 그렇게 작성하면 당연히 감점이지.

     글짱: 어떻게 써야 감점을 당하지 않을까요?

     글샘: 제시문마다 핵심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그 근거를 `제시문에 없는 새로운 내용'으로 덧붙인 답안을 작성하는 게 맥이지. 영어 제시문도 번역 내용 위주로 쓰면 감점이란다.
     먼저 써먹을 비법으로는 `전문 용어'의 활용이야. 평소에 신문을 꼼꼼히 읽은 수험생이 유리한 방법이지.
     지난주 경남신문 여론마당에 실린 한 칼럼을 예로 들게.

     
     [경남신문 칼럼 예문]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 번 돈을 어려운 서민에게 나눠 주었다고 한다. 오늘날 사고로 본다면 `사회 환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도 환경을 살리는 일에 사회 환원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봉이 김선달이 살아 돌아와 낙동강 물을 팔려고 해도 “수질이 안 좋아 힘들다”는 넋두리를 늘어놓을지 모른다. 쾌적한 환경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지속적인 참여와 노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폭풍우를 만든다는 게 `나비효과'라고 했던가. 내 작은 실천이 주변으로 점차 확산되면 환경이 살아 숨쉬는 세상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환경보전운동에 작은 힘을 보태자.


     글샘: `환경의 날'(6월 5일)에 맞춰 기고한 어느 환경단체 회장의 글 중 마무리 부분이야.
     `나비효과' 라는 말이 나오지? 글이 밋밋해 보이지 않는 건 이런 전문 용어와 그 의미를 적절히 섞은 때문이라고 봐도 돼.
     `사회 환원'이란 말도 전문용어는 아니지만, 기업체에 더욱 적극적인 환경운동을 촉구하는 `양념'으로 맛깔스럽게 포장됐어.
     여기에다 고전에 나오는 봉이 김선달을 글감으로 끌어들이는 기교까지 더해 식상한 주장이 되기 쉬운 칼럼을 눈길 끌 수 있는 글로 만들었지.
     논술도 마찬가지야. 제시문의 주제가 `자연과 환경'이라면 이런 칼럼 내용을 기억해 놓았다가 곧바로 써먹을 수 있어.

     글짱: 제시문의 주제가 뭐 정해진 것도 아니잖아요?

     글샘: 쯧쯧. 수험생들이 왜 논술 기출문제로 글쓰기 연습을 하겠니? 어차피 논술도 시험이야. 어떤 주제가 제시되든 당황하지 않으려고 문제해결 능력을 미리 키우는 것이잖아.
     결국 시험장에선 여러 주제의 문제에 부딛혀 본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단다. 전문 용어를 구사함으로써 주제에 접근하는 글재주가 교육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지만, 의외로 이런 방식의 글이 논술시험에선 변별력을 갖고 `득점 어휘'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란다.

     글짱: 예를 들어 제시문에 `자살 신드롬'이나 `생명 경시 풍조'가 나오면 어떤 전문용어를 떠올려야죠?

     글샘: 자살의 전염현상을 일컫는 정신의학 용어가 있어.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고 들어 봤니?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된 뒤 주인공처럼 노란 조끼를 입고 권총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자 생긴 말로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가 처음 사용한 용어란다.
     유명인의 자살을 자신의 처지와 동일시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기 때문에 `전염성'을 띤다는 것이지.
     이런 용어를 매개로 `베르테르 효과가 크기 때문에 언론의 자살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도출할 수 있는 거야.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모방 자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발표했다는 것 정도는 알아 두어야 하고.
     물론 제시문의 주제와 밀착된 요약을 해야 하므로 논리적으로 유연하게 연결되도록 글을 전개하는 건 기본이지.

     글짱: 다른 주제의 득점 어휘도 좀 알려 주세요?

     글샘: 내가 뭐 족집게 점쟁이니? 요행을 바라지 말고 신문을 많이 봐! 출제위원들이 뽑는 제시문이나 논제도 결국 우리 생활과 연관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시사문제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는 거야.
     다음주에도 요약형 논술을 돌파하는 방법을 알아볼 테니 준비하고 있거라. (경남신문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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