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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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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16) 화개장

  • 기사입력 : 2005-06-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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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경상도 어우러진 '화합의 장'

      옛 명성 시들고 관광상품화 '씁쓸'


      #현재의 화개장-하나의 관광 상품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

      조영남 덕분이다. 화개장이 유명해진 건.

      그러나 지금은 조영남이 그토록 칭찬했던 화개장은 없다. 그의 노래시비만 눈에 띌 뿐이다. 5일장의 의미가 퇴색된 지도 오래다. 지난 2000년 맞은편 자리로 새로 옮겨 조성되면서 거의 상설화 됐기 때문이다.

      하동에서 시원한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가면 남도대교를 지나 도로 오른쪽에 자리 잡은 화개장터가 나온다.
      ‘화개장터 어서 오이소’. 아치형 입구에 커다랗게 써 놓은 입간판이 왠지 낯설다.

      초가집으로 만든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산물 판매장. 식당가. 방앗간 등 정형화된 집들은 마치 민속촌에 온 느낌이다.

      “한 4~5년 됐어요. 조영남 노래 발표 나고 유명해지는 바람에 아예 관광 상품이 돼 버렸지예.” 매실 파는 아주머니의 말이다. 실제 별로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가끔 버스로 효도관광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한바퀴 휭 돌고 갈 뿐이다.

      입구에 늘어서 있는 화개장의 역사를 알리는 알림판. ‘소설 역마의 배경’을 설명하는 조형물. 최근에 새로 지은 듯한 커다란 장옥까지.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장옥에는 아직 입주를 다하지 않은 듯 서너곳을 제외하고 텅 비어 있다. 대신 화개장 끝 쪽으로 할머니들이 파라솔을 치고 약초. 고추. 매실 등을 팔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이곳이 더 5일장 느낌이다.

      옛 화개장은 구례군과 하동군의 경계에 위치해 섬진강을 이용하는 수운 때문에 발달한 장터였다. 화개장이 한창일 때는 남해 거제 삼천포 등 남해안의 해산물이 이곳까지 실려와 구례 남원 함양 등지의 내륙 농산물. 지리산에서 나오는 임산물의 교환이 활발히 벌어졌다.

      광복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의 하나로 손꼽혔던 화개장. 지금은 관광객들이 잠시 거쳐 가는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전락해 씁쓸함이 전해온다.

      화개 노래한 시문 400여편… 곳곳 문화·예술인 '흔적'

      #옛 화개장- 유명인들의 안식처
      대표적으로 김동리를 꼽을 수 있다. 김동리는 광복 직후 화개에서 잠시 문학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의 소설 ‘역마’는 당시 화개장을 풍성하게 했던 예인집단 남사당패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김동리는 소설에서 “하동. 구례. 쌍계사의 세 갈래 길목이라 오고가는 나그네로 하여. ‘화개장터’엔 장날이 아니라도 언제나 흥청거리는 날이 많았다. 지리산 들어가는 길이 고래로 허다하지만. 쌍계사 세이암의 화개협 시오리를 끼고 앉은 ‘화개장터’의 이름이 높았다. 경상 전라 양 도 접경이 한두 군데일리 없지만 또한 이 ‘화개장터’를 두고 일렀다”며 당시 화개장의 명성을 확인해주고 있다.

      남명 조식도 화개에 대한 아름다움을 극찬했다. 그는 1558년 4월 10일부터 26일까지 화개동을 유람한 적이 있다. 당시 진주목사 김홍이 수행해 큰 배까지 동원하며 예우를 다했다고 전한다.<사진>화개장터내 세워진 표지석(위)관 조형물

      조식의 <유두류록>에는 “삼백리길 바다와 산을 유람했지만 오늘 하루 동안에 세 군자(고려 말 섬진강변에서 은둔한 선비인 섯바위의 한유한. 화개의 정여창. 옥종의 조지서)의 자취를 다 보았다. 물을 보고 산을 보다가 그곳에 살던 사람을 보고 그 세상을 보니 산 속에서 10일간 품었던 좋은 생각들이 하루 사이에 언짢은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화개의 풍광과 이곳 사람들은 술회한다.

      이외에도 화개를 둘러보고 노래한 시인 묵객들은 아주 많다. 고운 최치원을 비롯해 목은 이색. 서산대사. 남명 조식. 화담 서경덕. 부사 성여신.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많은 선인들이 학문의 성취와 깨달음을 이곳에서 얻었다고 한다. 화개를 노래한 시문만도 400여 편이 넘는 게 그 근거일 듯싶다.

      동서 화합의 상징성을 지닌 화개. 지금은 변모해 버렸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옛 흔적을 더듬어 보며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 최승균기자 july9th@knnews.co.kr

      <장터사람들> 화개장 대모 약초상 장영분(70)씨

      "솔잎가루 고혈압에 좋고…" 이름만 대면 효능 줄줄~

      황기. 영지버섯. 된장. 구기자. 헛개열매. 녹말 같은 하얀가루 등. 지리산 인근 지역의 특성답게 갖가지 약초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뽕잎가루-당뇨·항암’. ‘솔잎가루-뇌졸중·고혈압’. ‘산마-위·변비·피부미용’. 메실 엑기스-‘소화불량’. ‘느릅나무-위궤양·십이지장궤양’. 약초마다 명칭과 그 효능에 대해 붙어있는 이름표가 눈에 확 띈다.

      컴퓨터로 깔끔하게 만든 명찰을 달고 있는가 하면 철자도 틀린 어설픈 글자의 명찰이 미소를 짓게 한다.

      “총각. 솔잎가루 한 번 봐이. 고혈압. 피부미용에 최고여. 어머니 하나 사다 드리면 효자지~”
      새하얀 머리. 푸근한 인상이 정겹다. 삼도의 억양이 섞인 사투리는 신기하기만 하다.

      약초상 장영분 할머니(70). 지금의 화개장에서 4년째 약초를 팔고 있다. 주로 약초는 구례. 남원 등 지리산 인근에서 가져온다. 일부는 직접 재배한다고 한다. 비록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연차는 짧지만 현재 화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 중 나이가 가장 지긋하다. 한마디로 화개장의 대모. 고향은 충청도지만 화개로 이사온 지는 20년이 넘는다.

      처음엔 장사를 위해 이것 저것 약초의 효능을 소개하다 기자 신분을 알고는 소원 하나 풀어달라고 애원한다.

      작년 6월 화개장 노점상에는 불이 났다. 당시 20여명의 상인들이 피해를 봤다고 한다. 그 피해자 중 할머니도 한 명. 그때 본 피해만해도 2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노점상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보상조차 전혀 받지 못했다.

      그 이후 군에서는 현재의 장옥을 건립해 10년 이상 된 주민들에게 공개입찰을 했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거기서 탈락한 것. 장옥으로 들어가지 못한 할머니는 주위에서 다시 노점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별로 장사가 신통치 않다 보니 현재 장옥을 임대받은 사람들이 장사를 제대로 하지않아 몇곳을 제외하곤 텅빈 상태로 남아있다.

      “현재 장옥 자리가 불난 자리여. 임대분양 받아놓고 장사도 하지않는데 왜 그냥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이왕 놀릴 바에야 피해를 본 사람이라도 (장옥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우선 배려해 주면 좋으련만.” 할머니는 놀고 있는 장옥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힌다. 최승균기자

      <장터구경도 식후경>

      화개장에는 섬진강에서 직접 채취한 재첩과 은어. 차 시배지로 녹차가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음식도 이들을 가미한 게 많다. 화개장 입구에서 바라보이는 식당가에는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인 재첩국(4천원). 녹밀면에 재첩을 듬뿍 넣은 칼국수(5천원). 녹차냉면(5천원) 맛이 일품이다. 소설 역마의 주막이던 옥화주막의 이름을 딴 식당도 자리하고 있다.

      <주변 볼거리> 
      ▲최참판댁=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하동 평사리 일대는 동명소설을 드라마화 한 KBS 대하드라마 ‘토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지금은 관광 상품화 돼 있다. 최참판댁을 비롯해 인근 마을이 그대로 복원돼 있다.<사진>

      ▲남도대교= 화개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하동군 화개면 탑리와 전남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 사이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359m. 폭 13.5m 다리로 경남과 전남의 가교 역할을 한다. 멋진 아치형으로 섬진강을 위에서 걸어가는 낭만을 맛볼 수 있다.

      ▲불일폭포= 불일폭포는 지리산 10경의 하나이다. 불일폭포 오른쪽에 위치한 불일암터는 보조국사 지눌이 수도했다고 전한다. 쌍계사에서 3km지점에 있어 쌍계사를 답사한 후 불일폭포를 등산하면 좋은 여행이 된다. 높이 60m. 폭 3m의 지리산 유일의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거폭으로 상하 2단으로 된 폭포다.

      ▲쌍계사= 신라(新羅) 성덕왕(聖德王) 21년(722) 의상대사의 제자인 삼법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 중국 불교 선종 제6대조인 혜능의 정상을 모시고 와 이곳에 안치하여 선을 닦은 유래가 있는 곳이다. 지금의 절은 임진왜란 때 소진된 것을 벽암선사가 조선 인조 10년(1632)에 다시 지었다. 이곳에는 국보 1점(쌍계사 진감선사 대공탑비). 보물 3점(쌍계사 부도. 쌍계사 대웅전. 쌍계사 팔상전 영산회상도)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주말 열리는 장>

      ▲6월25일= 진주 미천장. 진해 마천장. 사천 사천·곤양장. 김해 진례·불암장. 밀양 송백장. 양산 물금장. 의령 칠곡장. 함안 가야장. 창녕 영산장. 남해 무림장(이동). 하동 횡천·계천장. 산청 차황·단성장. 함양 마천·안의장. 합천 가야·초계장.

      ▲6월26일= 창원 신촌·가술장. 진주 금곡·대곡장. 사천 완사장. 밀양 무안장. 의령 궁류장. 함안 대산장. 고성 고성장. 하동 화개·악양·고전장. 산청장. 거창장. 합천 묘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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