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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18) 진주 일반성장

  • 기사입력 : 2005-07-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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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와도 장은 선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장마철이라 언제 비가 쏟아질지 알 수 없는 상황. 함안쯤 가자 먹구름이 차를 덮치며 장대비가 쏟아진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차게 퍼붓는다. ‘이런 비에 장이 서겠는가’. ‘돌아갈까’ 고민하다 비오는 장날의 모습도 궁금해 진성IC까지 계속 달렸다.

      진주 일반성장.
      장맛비 속에서도 장은 변함이 없다.

      도로변을 가득 메운 트럭들이 이곳이 장터임을 알려준다. 예상과는 달리 많은 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점포와 점포를 비닐로 연결. 다소나마 비를 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마치 비닐터널을 지나다니는 기분이다. 물론 허리를 조금 숙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비로 흠뻑 젖는 것에 비하랴.

      대부분 일어나 우산을 받쳐들고 비닐 위로 수북하게 고이는 물을 빼느라 정신이 없다.
      진동장에서 본 어물전 총각이 반갑게 맞이한다.

      “오늘은 비가 와서 파임미더.” 벌써부터 가지고 나온 생선을 반떨이 형태로 팔고 있다. 옆에서 풀빵을 파는 아주머니는 그래도 벌이가 괜찮은 것 같다. 비가 오니까 아무래도 따뜻한 것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옛날과자와 사탕. 이불 등은 비를 피해 비닐밑으로 꼭꼭 숨었다. 나물류와 채소를 조금씩 가지고 나온 할머니들은 삼삼오오 비닐지붕 밑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물전 총각은 '울상' 찐빵장수 아저씨는 '콧노래'

      장맛비 아랑곳않고 자리를 지키는 장꾼들

      비닐터널 아래서 국밥집 한구석에서 행복한 이야기꽃 피어나고…

      비가 많이 와도 별로 신경을 쓰지않는 분위기이다. “이런날 집에 있으면 더 쓸쓸하지. 손님이 없을줄 알면서도 장에 나와서 앉아 있어야 몸이 아프지 않아.” 한 할머니가 이것 저것 채소류를 한소쿠리 가득담아 손에 쥐어준다.

      비닐터널을 지나자 넓은 광장이 나온다. 중앙에는 장옥을 새로 만들기 위해 바닥을 다듬어 콘크리트로 깨끗하게 마무리 해 놓았다.

      곧 장옥이 완공되면 보다 현대적이고 편리하게 일반성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비오는 날에도…. 한쪽편에는 국밥집이 몇개 늘어 서 있다. 장의 규모에 비해 꽤 많은 것 같다. 근처에 하루 이삼십마리의 돼지를 유통시키는 큰 식육점이 있는 덕택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성 돼지국밥이 맛이 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아침에는 비가 안 왔는데 무슨 비가 이리 오노.”

      며칠동안 애써 말려놓은 고추를 들고 새벽버스를 타고 이반성에서 왔다는 김씨 할머니는 구멍난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고추푸대가 비에 젖을새라 마치 손주를 감싸 안듯 천막안으로 들여놓는다.

      장옥 안에 전을 펼친 장꾼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어 보인다. 옷가지들과 이불 등을 놓고 손님과 흥정을 벌이고 있다.

      떡방앗간(참기름집)과 국밥집은 활기가 넘친다.
     고추. 들깨. 참깨 등이 제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주인들은 한번씩 들락거리며 줄을 이어주고 볼일을 보러 간다.

      어디에서 매캐한 냄새가 난다. 참기름을 짜는 것 같은데 이상하다. 참기름집 주인은 “장마철이다 보니 깨에 습기가 차 이런 냄새가 난다”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이런 참기름은 맛이 없어 짜지 말라고 해도 할머니들은 아깝다면서 고집을 피워 참기름을 짜간다”고 한다.

      국밥집에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꽉 차 있다.
      번영회 회장 정용수(59)씨는 “인근 반성수목원을 구경하고 일반성장을 둘러보는 형태로 이 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면서 비가 퍼붓는다. 그러나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비가 와도 장은 열린다. 글·사진=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장터 사람들>

      ▲명물빵집 김철규-김희은 부부 - "따끈한 찐빵 비오는 날 별미"
      “여름은 비수기지만 비가 오면 더 잘 팔립니다.”
      일반성장 위 도로변에 먹음직스러운 빵을 차려놓은 장터명물빵집.

      김철규(37)-김희은(34)씨 부부의 보물단지인 이동식 빵집이다. 일반성장과 고성장 덕산장 등을 돌아다니며 사랑이 듬뿍 담긴 빵을 팔고 있다.

      찐빵. 팥도너츠. 찹쌀도너츠. 꽈배기 등이 손님을 기다리며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한켠에서는 계란. 우유 등을 풀어넣고 밀가루반죽을 하느라 연신 바쁘게 움직인다.

      “찐빵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비가 오면 따끈따끈한 찐빵을 많이 찾거던요.”
      아니나다를까 한 할머니가 찐빵과 도너츠를 사가지고 간다.

      김철규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1년여 전부터. 사천에서 택시를 8년간 몰았는데 아이들 4명을 키우기가 너무 벅차 전업을 했다고 한다. 빵집은 형님이 하던 사업. 6개월 정도 따라 다니면서 배우고 혼자서 연구하여 이제는 제법 능숙한 솜씨로 밀가루 반죽을 한다. 그리고 고소하고 맛깔스러운 빵을 구워낸다.

      김씨는 오전 7시께 장에 도착하여 반죽을 하고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손님이 많을 때는 밀가루 20㎏ 한포대 정도씩은 판다고 한다.
      “1년 정도 하니까 빵에 대한 이해가 되더군요.” 열심히 밀가루 반죽을 하는 그의 모습이 둥그스럼한 빵을 닮아가고 있다.


      ▲2대째 참기름집 정용수씨 - "솜씨 따라 날씨 따라 맛 달라"
      남산참기름집(떡방앗간)은 일반성장의 대표적인 곳이라 할 만하다.
      정용수(59)씨가 대를 이어 고소한 맛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도 꽤 크다. 분쇄기가 18대에 기름짜는 기계만 해도 5대나 된다.

      “분쇄기 한대마다 고추. 들깨. 홍화 등 정해진 것이 있습니다. 이것 갈던 곳에 저것을 갈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분쇄기가 많은 이유를 알 만하다.
      정씨가 가업을 이은 것은 중학교를 졸업하고부터. 벌써 40년이 넘었다. 장남으로 다섯 동생들을 키우고 공부시키느라 고생도 많이 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5년 정도 ‘유선방송’ 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본업은 역시 방앗간 일.


      “볶는 기술. 온도 조절. 솥 두께 등 같은 참깨라도 솜씨에 따라 참기름 맛이 달라집니다.” 정씨는 자신이 짜내는 참기름이 최고의 맛이라고 자부한다. 그만큼 노하우가 쌓였다는 것.

      수십년 단골들이 많아 들고오는 것만 봐도 뭘 하려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두되 정도 되는 참깨를 볶아서 기름으로 완성하기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려 장날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집니다.”

      100여명이 오지만 들깨 조금. 참깨 조금 가져와 기름을 짜가기 때문에 큰 이윤은 없다고 한다.
      정씨는 시장의 궂은 일을 도맡아 번영회장도 17년째 하고 있다.

      “개인 돈을 들여서라도 시장의 민원을 해결하다 보니 이렇게 회장직을 오래하게 됐네요”라며 미소짓는 그의 얼굴에서 일반성장의 활기찬 모습이 느껴진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진주 일반성장은>
      3일 8일 열린다. 마산과 진주의 중간쯤에 위치. 독자적인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인근 지수. 사봉. 진성. 이반성부터 멀리 고성에서 수리재를 넘어 오는 영오. 개천. 구만과 의령. 함안까지 이곳 장을 이용하고 있다.

      <추억을 열며>
      본지 86년 1월 17일자에 실린 진주 일반성장은 장터가 비좁아 간선도로까지 인파로 메워져 번창함을 자랑하고 있다고 전한다. 지금도 간선도로까지 장이 펼쳐져 있다. 가축시장은 이반성쪽으로 옮겼다.

      <장터 구경도 식후경>
      일반성장에는 돼지국밥집이 많다. ‘황대장 국밥’ 주인 김일금(63)씨는 32살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장이 열리는 전날부터 하루 종일 국물을 우려내 기름을 걷어버려 국물 맛이 담백하다. 또 갓 잡은 돼지라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고소하다.

      뚝배기가 넘칠 정도로 고기를 듬뿍 얹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간다.

      <주변 볼거리>
      경상남도수목원= 진주시 이반성면(二班城面) 대천리(大川里)에 있는 도립 수목원. 산림박물관·전문수목원과 부대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산림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에 4개의 전시실과 자연표본실·생태체험실을 갖추고 있다. 전문수목원은 침엽수원·낙엽활엽수원·상록활엽수원·화목원·야생초화류원·수생식물원·생울타리원·선인장원·장미원·유실수원 등 16개 원(園)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대시설로는 팔손이·월계수·커피나무 등 120여 종이 식재된 돔형 온실을 비롯해 야생동물원·전망대·임간학교·산림욕장·주차장·체력단련장 등이 있다. 그 밖에 자연을 체험하고 숲을 배울 수 있는 숲속의 교실. 명상의 숲. 이야기 숲 등이 있다.

      <주말 열리는 장>
      ▲7월 9일= 마산 진동장. 진주 문산장. 진해 웅천장. 사천 삼천포·서포장. 김해 진영장. 밀양 송지·구지장. 양산 서창·석계장. 의령 신반장. 함안 군북장. 창녕 이방장. 고성 배둔장. 남해 지족장. 남면장. 하동 북천장. 산청 화계·단계·덕산장. 함양 서상장. 거창 가조장. 합천 대병장

      ▲7월 10일= 진주 미천장. 진해 마천장. 사천 사천·곤양장. 김해 진례·불암장. 밀양 송백장. 양산 물금장. 의령 칠곡장. 함안 가야장. 창녕 영산장. 남해 무림장(이동). 하동 횡천·계천장. 산청 차황·단성장. 함양 마천·안의장. 합천 가야·초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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