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심강보의 논술탐험] (11) 예상문제 대비 방법

  • 기사입력 : 2005-07-11 00:00:00
  •   
  • ‘두발단속과 교권’이 논제라면 내 견해는 어떤 식으로 쓸까

     글샘: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중·고교 두발 제한과 단속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결정했지? 대입논술시험 문제로 나올 수 있는 사안이야. 논제에 걸맞은 단락이나 문장을 `양념 글감'으로 준비하는 게 도움될 거야.

     글짱: 제 생각을 자유롭게 쓰면 안되나요?

     글샘: 물론 자기 생각이 가장 중요하지. 그러나 논리가 어설픈 `내 생각'만을 나열한다면 논술이 아닌 `변명'이 될 수 있거든. 요리사가 요리를 할 때 모든 양념을 넣더냐? 꼭 들어가야 할 양념을 선별해서 쓰잖아. 논술도 마찬가지지.

     아래 예문은 글샘이 다양한 관점에서 만들어 본 `양념'이야.
     
     <예문 1>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외모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이는 성장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머리를 조금 더 기르고 싶은 것은 개성 표현에 불과하다. 청소년이 외모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수록 자아존중감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제7차 교육과정의 목표가 창의적인 인간육성임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과잉 두발단속으로 획일화를 강요하고 있다.
     
     글샘: 청소년의 시각에서 `성장기 개성표현'을 강조하면서 학교측의 불합리한 두발단속을 비판하는 글감으로 써먹을 수 있을 거야.

     <예문2> 세상에는 절대적인 것은 없고 모두 상대적이다. 두발문제는 `교육'이라는 가치와 `자유'라는 가치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생들의 인권과 자유를 소중히 여겨야 하지만, 교권 또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두발을 자율화하면 학생들의 일탈을 조장할 수도 있으므로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두발 지도까지 인권침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이다. 강제로 행사하는 교권보다 학생 스스로 따르도록 하는 교권이 자리잡을 때 교육철학이 살아 숨쉬는 학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샘: 대다수 수험생이 찬성 견해를 쓸 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논술이 눈길을 끌 수 있겠지. 또는 양쪽 의견을 대비한 글을 쓸 때 어느 선까지는 반대쪽 주장의 장점을 인정해야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글이 된단다.
     
     <예문 3> 교육기본법 제18조엔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해놓았다.
     
     글샘: 법 조항을 인용해 교권 존중의 논거로 삼아 봐. 이런 예문은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여 두발자유화 쪽으로도 가능하단다. 다음 예문을 참고하거라.

     <예문 4>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학생들 역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추구하고 지킬 권리를 갖는다. 교육기본법 제12조에도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 교육 또는 사회 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고 규정함으로써 학생 인권의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글샘: 또 다른 법 조항을 인용하면 행복추구권을 주장하는 논술이 되지. 학교의 일방적인 두발 규정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인간존엄과 인권보장에 배치된다고 강변해 보렴.
     
     <예문 5> 사회라는 공동체에서 구성원 전체에 공통되는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 공공복리이다.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이율배반적으로 모순되는 경우에 양자의 조화를 통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두발제한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기본권의 제한을 받는 학생의 사익보다는 커야 진정한 공공복리라고 할 수 있다.
     
     글샘: 국가주의에 입각한 획일적인 교육방식을 비판할 땐 위 예문처럼 공공복리의 개념을 인용할 만하지.
     
     <예문 6> `감시와 처벌'이라는 책을 쓴 미셸 푸코는 “학교 공장 감옥 등 사회 조직은 행동의 모범을 하나하나 규정하고 인간을 개조시키는 군대의 훈육 방식을 답습했다”고 주장한다.

     글샘: 학생 두발 규정을 군사문화의 잔재라는 논리로 접근할 때 필요한 예문이야. 책에서 따온 글감은 독서지식을 과시하는 방법이기도 하지.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에 군대식 교육은 사라져야 한다는 논지로 서술할 수 있단다.
     
     <예문 7> `우리 모두를 위한 비폭력 교과서'의 저자 아키 유키오는 “갈등상황에서 서로를 무시하거나 상처주지 말고 상대의 양심에 호소하라”고 말했다. 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기 위한 학교 구성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 민주시민 교육을 하려면 학생들에게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주고 그 결과를 스스로 지키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글샘: 위 예문도 책에서 가져 오는 글감이지. 두발 자율화와 관련해 대안을 제시하는 단락에 `양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야.

     글짱: 또 다른 방향의 접근 방식은 없을까요?

     글샘: 물론 많지. 논술은 외워서 쓰는 글이 아니잖아. 글샘이 왜 예문을 제시해 줬겠니? 이런 유형의 `양념 글감'을 찾아내는 실마리로 활용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구나. 어떤 글감으로 요리할 것인지는 학생들의 몫이야.   (경남신문 편집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