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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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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3) 논술공부하러 가는 길

  • 기사입력 : 2005-08-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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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를 믿어야 하나?
    학원에 기대야 하나?

     글샘: 지난달엔 논술이 화두였지? 고교 정규 과목으로 포함시킨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표로 열대야만큼이나 후끈했으니까.

     글짱: 네. 과연 학교에서 논술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요?

     글샘: 오늘은 `이 시대 논술의 길'에 대해 담론하는 걸로 논술탐험을 대신하자꾸나.

     글짱: 내년 1학기부터 논술을 고교 2∼3학년 정규 교과 과목에 포함시킨다잖아요? 학교교육으로 논리적인 사고력과 창의력, 자기표현력을 길러주는 게 도입 취지라던데요?

     글샘: 그렇지. 하지만 공교육을 살리려는 의욕만 너무 앞선 즉흥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드는 게 사실이란다.

     글짱: 논술학원 열풍은 이제 수그러들까요?

     글샘: 글쎄. 학교논술만으로도 대입시험에 어려움이 없다면 사설학원은 고전하겠지. 하지만 학교논술에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다시 논술학원으로 몰릴지도 모르지.

     글짱: 한편으로 생각하면 대학측에 본고사 부활의 빌미를 준 것 같기도 해요.

     글샘: 대입논술시험 문제를 봐야 알겠지만, 일부 대학에선 이번 수시논술시험에 2008학년도에 예상되는 문제를 출제했을 가능성도 있단다. 이번 수시 1학기 논술은 지난해와 비슷한 틀로 예상된다고 이미 글샘이 얘기했잖니.

     글짱: 그러면 2008학년도엔 논술문제가 본고사처럼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요?

     글샘: 대학측이 창의력보다 변별력에 중점을 두고 출제한다면, 본고사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렇다면 대입시험에선 언어논술, 수리논술, 과학논술 등으로 세분화되므로 학교 논술교육으로는 벅차지 않을까?

     글짱: 지난번에 글샘께서 우리 대입논술은 정해진 틀에 맞춰 쓰는 글이라고 했잖아요?

     글샘: 논술교육은 어쩌면 논술을 쓰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거라고 했지. 논술공부로 문학가를 만들자는 건 아니거든.

     글짱: 참, 신문활용교육(NIE)은 논술공부에 어떤 도움을 주나요?

     글샘: 그 말 한번 잘 꺼냈어. 최소한 초등 고학년부터는 아이들에게 신문으로 수업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해. 토론수업은 물론 기사쓰기 공부까지 겸한다면 논술교육은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는 셈이지.

     글짱: 고교생이 신문을 활용하는 방법은요?

     글샘: 신문기사 중에서도 칼럼이 논술에 가장 가까운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단다. 사설보다는 교수 등 전문인이 기고한 칼럼글이 적절하지. 그런 칼럼을 골라 핵심단락을 찾아보거나, 논리 전개 방식을 참고해 자기 주장을 곁들인 창의적인 글로 만들어 보는 방법이 좋아.

     글짱: 독서는요?

     글샘: 두말 하면 잔소리지. 논술은 다양한 독서와 토론 능력, 교과지식이나 시사 배경지식이 갖춰져야 좋은 글을 기대할 수 있단다.
     다시 말해 논술은 교사가 가르쳐 주는 것이라기보다 학생이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자기 생각과 주장을 드러내는 글이야. 그 밑거름이 독서란다. 논술은 `글쓰는 기술'이 아닌 `사고(思考)의 틀'로 풀어 가야 한단다.
     수험생에게 배경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게 배경 사고란다. 사고력과 배경 사고를 쌓는 힘은 풍부한 독서에서 나온다고 하지. 고전 문학뿐만 아니라 서양 근대사상서나 철학 기초 책을 많이 접해야 할 거야.

     글짱: 통합교과형 논술이 출제되면 대체로 어떤 식으로 답안을 써야 하나요?

     글샘: 신문이나 책 등에서 본 글은 간략하게 인용하는 게 좋아. 지정된 분량을 맞추려고 남의 생각만 많이 나열하면 기대한 만큼의 점수가 안 나온단다. 최근 심사위원들은 다소 순진함이 엿보이는 답안을 청소년의 글로서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하더구나.

     글짱: 논술실력을 늘리는 공부방법엔 어떤 게 있을까요?

     글샘: 자신의 생각을 너절하게 쓰지 말고 요약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워야 한단다. 또 대학에 따라 자기 주장을 앞부분에 쓰길 권하기도 하므로 기출문제 연습 땐 희망하는 대학의 문제유형을 분석하는 걸 잊지 말거라.

     글짱: 예전 본고사 문제는 어떤 식이었나요?

     글샘: 10년 전 어느 대학에선 인문과학의 중요성을 다룬 예문을 주고는 `이과 학생들에게도 인문과학 소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라'는 문제가 나왔더군.
     또 몇년 전 서울대 논술형에선 세계의 식량문제, 흙을 주제로 한 소설, 생명공학과 유전자 복제를 제시문으로 낸 뒤 `식량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고 했단다.
     결국 제시문의 연관관계를 유추하고 논거를 짜맞출 수 있는 학생들이 유리하지. 논술은 자기 생각과 표현이 가장 중요한데 그런 것을 누가 가르쳐 줄 수 있겠니? 다만 학교교육에선 논술의 틀만 잡아준다 해도, 글쓰기 기본이 부족한 학생들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단다.

     글짱: 그렇게 말씀하시니 학교를 믿어야 할지, 학원에 기대야 할지 헷갈리네요.

     글샘: 논술을 제대로 쓰고 싶으면 자신을 믿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말하고 싶어.

     글짱: 왜 자신을 믿으라는 거죠?

     글샘: 논술시험은 내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게 아니라, 심사위원의 기본 평가 잣대인 `뒷받침하는 내용(논거)'을 넣어 논리있게 쓰는 글이야. `논술 정형'은 따르되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전달하는 창의적인 글이어야 한다는 뜻이지.
     그런 능력은 학원이나 학교에서 일회성 교육보다 스스로 독서나 사고를 통해 키우는 게 올바른 길이 아닐까 싶다.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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