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그 추억을 찾아 (22) 김해 장유장

  • 기사입력 : 2005-08-02 00:00:00
  •   
  •   인구 늘며 옛 명성 되찾아

      물물교환·떨이·내기 윷 한판… 추억은 사라졌지만

      선지국밥 한 그릇·총총걸음 아낙들… 장터 풍경 그대로


      벼르고 별러 가는 날이 하필이면 비가 오락가락한다.
      차창에 떨어지는 빗줄기가 제법 굵어져 걱정이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어제까지 37~38도를 오르내리며 쨍쨍하던 날씨였는데….

      조바심을 치며 찾은 장유장은 장유면 사무소 맞은편 아래쪽 길을 따라 죽 ~ 늘어서 있다. 옛 장옥의 운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장터는 삼각주를 닮았다.
      “참 희한한 기라예.”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10㎝도 안 틀리게 그 자리에 전(廛)을 펴는데. 상권이 마트 위쪽으로 옮겨간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이전에는 이 골목길이 상권의 8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마트쪽 길 주변이 70%를 차지 할 것”이라며 “장터를 돌다보면 새옹지마를 느낄 때가 많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변한 것은 이 뿐이 아니다.
      옛날에는 농촌에서 생산되는 것을 가져 나와 물물교환도 하고. 내기 윷 한판 벌이며 왁자지껄 놀았는데. 지금은 그때의 사람들도 가고 없고 삶의 여유도 사라졌다.

      학교앞 학생이 지각하듯 파장에 가면 떨이를 살 수 있어 값도 싸고 양도 많아 그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조재관 장유면 발전번영회장은 “어렸을 때만 해도 엄마 손 안 잡으면 길 잃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며 “파장 무렵 장에 나가 아구를 사면 아구배 안에 오징어와 빨간고기. 납새미 등도 덩달아 먹을 수 있어 ‘도랑치고 가재잡기’ 였다”고 회상했다.

      그 당시에는 배곯는 일이 허다했으니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속이다.
      파장에 시장보는 맛을 새내기 주부들이 알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장터에서 젊은 새댁을 보기가 쉽지 않다.
      “아휴. 요즘 젊은 것들이야 아침 일찍 나와 사 가고. 낮에는 다들 취미생활하러 간다”고 들려준다.

      그래도 장은 역시 장이다.
      수줍은 새색시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는 연둣빛이 도는 하얀 박이며 올망졸망 엮은 옥수수. 솔잎 등 없는 게 없다. 그뿐이랴.

      보기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 붉은 자두와 복숭아가 탐스럽게 쌓여 있다.
      계절은 속이지 못하는 법, 맷돌로 직접 갈아 만든 콩물에 우뭇가사리가 둥둥 떠는 콩국물 들이키는 풍경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동서남북으로 뻥 뚫린 시장통 장옥에서 선지국밥 한 그릇 먹는 맛도 출출한 시장기를 달래기엔 부러운게 없다.
      없는 게 없고. 있을 건 다 갖춘 장유장.

      100여년 전통에도 불구하고 쇠락해 가는 여느 시골 오일장과는 달리 도시화 물결에 따라 인구가 유입되면서 옛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다.

      장유시장번영회는 정부지원금 18억원과 시비 12억원 등 총 30억원으로 장터 옆 주차장 부지(444평) 확보와 소방도로 8m 확장. 100여 점포가 들어설 장옥 현대화 사업 추진을 올 말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여옥동 번영회장은 “지난 해부터 피부로 느끼게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인근에 허가 나지 않은 장마저 생겨나면서 더 어렵다”며 “그동안 장유시장번영회가 임의단체에서 김해시 상인회에 등록된 만큼 김해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상권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마 손 잡고 나온 딸들과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총총걸음을 내딛는 아주머니들. 세월을 보내기 위해 장에 바람쐬러 나온 촌로들이 어우러져 장유장의 하루는 저물어간다.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하며….


      <장터 사람들>
      ★고막할머니 심나미(72)씨 "40년 '억척 어물전' 7남매 다 키웠제'"


      고막. 바지락. 조개. 생선 등 어물전 좌판을 깔고 생을 이어온지 40여년.
      장유장에서는 고막 할머니로 통하는 심나미(72)할머니.

      슬하에 7남매를 뒀지만 막내가 태어난지 두달여만에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냈으니 그동안 고생한 것은 말도 못한다. 몸져 누운 남편의 약값이라도 벌어 보려고 시작한 장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걸 보면 참 질긴 인생이다.

      남편을 그렇게 보내고도 아이들 때문에 눈물을 보이지 않은 심 할머니는 당시 단돈 500원으로 악착같이 장사를 했다. 물건을 해 오기 위해 새벽 2시에 일어나 장유에서 김해까지 걸어가서 마산 어시장으로 나가는 첫 차를 탔으니. 잠은 하루 3~4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요즘은 기사를 고용. 월급까지 주면서 물건을 해 오니 세상도 많이 변했고 할머니도 허리 펼만 해졌다.
      울산으로 시집간 셋쨋딸이 틈틈이 내려와 일을 거드니 외롭지 않고 마음도 든든하다.

      "밭일도 밤에 하고. 김장이며 빨래도 밤에 다 하셨으니. 당신 몸은 돌볼 틈이 없었다. 여자로서 너무 불쌍하다. 이제 뼈만 앙상한 어머니가 가엾고 애처롭다”며 옆에서 일을 거들던 셋쨋딸은 울먹였다.

      7남매가 탈 없이 착하게 자라준 게 고맙다는 심할머니는 장남이 불교대학을 나와 스님이 됐다고 들려준다.
      손자 두명을 키우느라 당신 몸 돌볼 겨를이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부자요?” 젊었을 때도 못해 본 부잔데. 욕심 내지 않는단다.
      자식들 편하게 지내는 것 보는 게 소망이다.

      심 할머니는 “밤새 안녕 할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꼼지락거릴 때까지 해야지”라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담배가 영감이고 친구다”. 

      ★농산물 장수 정기문(54)씨 "천원짜리 손님 무시하면 큰 코 다쳐"

      나전칠기 기능인으로 살아온지 20년.

      그리고 농산물 장수로 장을 떠돌며 생계를 꾸려온지 20여년.
      중학교 졸업 후 배운 나전칠기 기술이 아깝지만 세월(유행)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어 그만뒀다.

      앞일이 막막하던 차에 그나마 수월하게 할 수 있는게 장사일 것 같아 운전을 배워 고구마 양파 감자 당근 등 뿌리 종류를 싣고 김해 양산 진영장을 다닌다. 뿌리 종류는 당일 덜 팔아도 잎사귀보다는 부담이 덜 가기 때문에 선택했다.

      생계 쪼들려 시작한 것이 남한테 손 안벌리고 살아가니 다행이지 싶다.
      그래도 토요일 등 대목을 맞아 물건을 잔뜩 갖다 놨는데 안 팔리면 스트레스 받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자식들 잘 크고 건강하니. 그것 이상 좋은 일도 없다.

      “10년전만 해도 수입이 꽤 좋았다”는 정씨는 주5일제 40시간 근무다 뭐다 하지만 시장 사람들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적어도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놀면 뭐 할 거냐. 장담 못하지만 움직일 때까지 일을 할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요즘 돈 가치가 없다 해도 1천원. 2천원. 3천원짜리 소쿠리가 놓여 있으면 여전히 1천원 짜리가 손이 수월하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천원짜리 손님도 무시못한다.

      때마침 한 아주머니가 고구마와 감자 소쿠리 앞에 섰다.
      “이게 맛있어요. 저게 맛있어요” 이것 조것 고르며 망설인다.

      “한밭에서 난 것인데예 뭐” 라며 검은봉지에 담는다.
      “밑에 알맹이가 잔 것 안 넣었어요?”
      “허허 참.”

      <장유장은> 3·8일장이다. 김해 문화원에서 펴낸 ‘김해의 地名’에는 “무계장이 장유면 무계리에 선다. 옛 신문장이다”라고 적혀 있다.
      조선시대 후기 신문리에 설치되었던 신문장을 무계리가 면소재지가 되면서 옮겨 왔을 것으로 생각돼. 장유장의 역사도 130여년 거슬러 오른다.
      김해에서는 진영장. 진례장과 함께 오일장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장터 구경도 식후경> 시장통 안에 50년 전통 꼼장어 선지국 집이 있다. 친정엄마 손맛을 물려받은 자매가 딸과 함께 셋이서 3대째 그 맛을 지켜오고 있다.
    특히 즉석에서 연탄불에 구워내는 꼼장어 맛이 일품. 선지와 콩나물을 듬뿍 넣어 끓인 선진국밥은 국물이 시원하다. 꼼장어 1만~2만5천원. 선지국밥 한 그릇 3천원.

      <주말 열리는 장>
      ▲8월6일= 진주 금곡·대곡장. 사천 완사장. 밀양 무안장. 의령 궁류장. 함안 대산장. 고성 고성장. 하동 화개·악양·고전장. 산청 산청장. 거창 거창장. 합천 묘산장.

      ▲8월7일= 진주 지수장. 통영 중앙장. 김해장. 밀양장. 창녕 대합장(십이리장)·남지장. 고성 영오장. 남해읍장. 하동장. 함양장. 거창 신원·위천장. 합천 야로·삼가장.

      <주변 가볼만한 곳>
      ▲장유 대청계곡=
    불모산 산자락에 양 갈래로 형성된 6km의 긴 계곡으로 산림이 울창하고 맑은 물이 폭포를 이루는 등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계곡물을 따라 30분쯤 올라가면 장유암이 있으며. 그 경내에는 우리 나라에 최초로 불법을 전파했다고 한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있다.
    1984년 장유폭포가 휴양공원으로 조성되었으며 교량. 급수시설 두 곳을 만들었고. 임도 1천720m를 개설하고 계곡 입구의 상절교는 30m. 본포교는 4m이다.

      ▲아랫덕정유적공원= 장유 택지개발사업을 위한 시굴 및 발굴조사 과정에서 A.D 6세기 후반~ 7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주거유적이 발견되어. 발견 조사된 건물유적 중 일부를 발굴 현장 인근의 관동고분공원 내로 이전 복원·전시해 놨다. 김해시 홈페이지 (http://www.gimhae.go.kr) 김다숙기자 dsk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