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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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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4) 논거가 왜 중요한가

  • 기사입력 : 2005-08-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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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샘: 오늘은 학생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을 탐험해 보련다. 글샘의 사이트에 올라온 어느 고3 학생의 글을 예를 들게.

     [제목: 소비에 관한 글]
     생산을 중시하였던 과거 전통 사회와는 달리, 오늘날 전반적인 생활 속에 소비가 주된 것으로 자리를 잡았다. 단순한 생계유지를 위한 소비보다는 삶의 질의 향상에 기여하는 소비로 발전되었다. 안정된 사회로 진전하면서 사람들은 보다 나은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욕구는 소비라는 수단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특히 상류층은 하류층보다 물질적인 측면에서 안정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소비의 욕구가 더 강하다. 이것이 지나치면 그들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충동구매를 하거나 과시적인 유명 브랜드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정한 수준에서의 소비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갖춘 생활을 토대로 사람들의 삶을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중략)
     소비는 항상 변화, 개선되며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재정립된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현대사회의 소비의 개념을 재정립시켜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삶의 질적인 향상의 기반이 되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사회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글샘: 생략부분을 포함하더라도 논술글로는 분량이 너무 적어. 그렇지만 `서론­-본론-­결론'의 틀은 갖추고 있더군.

     글짱: 그런데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인데요.

     글샘: 이 학생이 제목을 `소비에 관한 글'이라고 쓴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어. 내가 제목을 단다면 `바람직한 소비와 삶의 질' 또는 `합리적인 소비와 참다운 행복찾기' 쯤으로 할 것 같거든. 그럴 경우 본문에는 소비와 삶의 관계나 행복한 삶에 관한 내용을 다뤄야겠지. 제목이 두루뭉술하니까 머릿속에 개요를 짤 때 글의 방향이 잘 잡히지 않는 거야.

     글짱: 논거에 충실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글샘: 맞아. 결론에서 `소비의 개념을 재정립하자'라고 주장했다면, 본론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가 나와야지. 또 `현대사회의 다양한 소비 형태'나 `어떤 소비 형태를 지향하는 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등 배경 지식을 보여줄 만한 알맹이가 없단다. 심지어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소비를 해야 한다'식의 애매한 주장을 하고 있잖아.

     글짱: 내용엔 오류가 없나요?

     글샘: 왜 없겠니? 전체적인 개요와 글의 전개가 허술하다 보니 상투적인 설명만 나열해 밋밋한 글이 됐지.

     글짱: 평범한 소재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글샘: 그럴 수도 있지. 쉬운 주제를 다룰 땐 더 고민해서 써야 한단다. 자기 주장도 명확하게 해야 하고, 대안을 설정하는 방식에서 독창성을 가미하는 성의를 보여야지.

     글짱: 그런 글감엔 어떤 게 좋을까요?

     글샘: 청소년의 글이므로 `학교에서 경험한 물물교환 바자회' 등 사례를 합리적 소비나 검약 소비라는 틀에 맞춰 구성하는 게 필요하지.

     글짱: 문장의 연결 부분도 매끄럽지는 않죠?

     글샘: 글머리 두 문장은 흐름이 단절돼 있어. 문장만 하나씩 나열했다는 거지. 다듬어 볼까?

     ▣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생산을 중시하였지만, 오늘날 우리의 생활 전반에는 소비가 주된 삶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소비유형의 변천에 따라 단순한 생계유지형 소비보다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소비로 바뀌어 가고 있다.


     글샘: 또 용어나 어휘를 잘 선택해서 써야 논술에선 논거를 뒷받침하기 쉽단다. 어구나 문장을 재구성해 볼게.

     ⊙ 안정된 사회로 진전하면서∼ => 물질적 풍족이 주된 행복의 원천이라고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 충동구매를 하거나 과시적인 유명 브랜드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 광고나 시류에 휩쓸린 충동구매나, 자신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 남의 눈을 의식해 유명 브랜드를 구입하는 과시효과가 나타난다.

     ⊙ 적정한 수준에서의 소비는∼ => 일정한 지출로 총 효용을 가장 크게 하는 합리적 소비는∼

     글짱: 이런 큰 줄기를 토대로 적절한 설명을 곁들여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나요?

     글샘: 그렇지. 논술의 분량을 맞추려면 그 방법이 적절하단다. 예문을 하나 더 만들어 보자.

     ▣ 합리적 소비란 지출의 우선순위에 따라 품질이 우수하면서 값이 비교적 싼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한 소득 범위 내에서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얼마만큼 구매할 것인가를 판단해 만족을 극대화할 것인지가 합리적 소비의 관건이다.

     글샘: 이러한 글감을 얼마나 끄집어 내느냐에 따라 논술의 무게감이 달라진단다. `합리적인 소비와 삶의 질'이라는 제목으로 논술을 쓸 때 필요한 내용을 몇 가지 더 인용해 줄게.

     ▣ 구매력 있는 부유층이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들 계층의 소비행태를 과소비라고 비난하는 풍조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잣대는 합리적 소비에 대해 모호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 소비지상주의는 더 많이 소비할수록 더 큰 행복이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그러나 행복의 원천은 과소비를 피하면서 물질적인 것 외의 활동을 추구함으로써 만족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오늘날 환경위기의 시대에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녹색소비'도 바람직한 소비생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소비교육을 하려면 먼저 교과서에서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비와 투자를 다뤄야 한다. 또한 기부의 개념도 합리적 소비의 한 영역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글샘: 이처럼 논제를 풀어갈 땐 배경지식과 자신의 생각(또는 체험)을 현실에 연관지어 구체적인 글로 논증하는 게 필요하단다. 논술은 논리적 타당성과 함께 현실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글이어야 하기 때문이야. 그런 점을 잘 이해하면 언제든지 `잘된 논술'을 쓸 수 있단다.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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