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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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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6)독후감 쓰며 논술 익히기

  • 기사입력 : 2005-08-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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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짱: 학교에서 독후감상문을 써 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걱정이에요.

     글샘: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너도 쓰기 싫은 모양이군. 학생들 처지에선 솔직히 귀찮을 거야. 하지만 독후감이 논술공부에 도움된다는 마음을 가지면 생각이 달라질걸.
     그러면 오늘은 독후감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지. 먼저 독후감 하나를 살펴보자꾸나. 10장 분량의 글이지만 주요 단락만 소개하마.
     
     [`물레방아'를 읽고 ­ 중학 1학년 글]
     소설은 이방원의 아내가 물질적 탐욕으로 인해 남편을 배신하고 결국 비극적 죽음을 맞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치규는 큰 부자이고 물질만능주의를 가진 탐욕스런 인물이다. (…줄거리 요약 부분 생략…)
     이방원은 아내를 너무도 사랑하고 아꼈다.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아내는 그저 부자라는 이유로 신치규에게 가 버렸다. 단지 가난 때문에 이방원을 떠나 버린 건 너무도 매정한 짓이다.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까짓 돈이 헤어질 이유가 될 수 있었을까. (……) 그리고 신치규도 인간성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다. 욕심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에다 세력있는 사람인데 어찌 가난한 농사꾼의 아내를 탐낼 수 있단 말인가. (……)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면 부자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어야 마땅한 것인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만능주의는 옳지 못한 것이다. 신치규에게 간 아내도 옳지 못하지만 돈으로 유혹한 신치규가 더 잘못된 것 같다.
      그런데 이방원은 너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아내의 마음이 떠났다고 하지만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 이들의 이야기는 물질만능주의의 그릇됨을 알려준다. 동시에 물질만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비극적 결말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글짱: 우와∼! 중학교 1학년이 이렇게 잘 써요?

     글샘: 물론 중학교 1학년 수준에선 아주 잘 쓴 글이야. 그러나 생략하기 전의 원문을 보면 `했던 말을 또 하는' 등 엉성한 면도 엿보인단다. `느낌글' 수준에선 나무랄 데가 없지만 말이야.
     다만 논술공부형 독후감이 되게 논점을 담아 `생각글'로 썼더라면 더욱 좋았을 거야.

     글짱: 논술처럼 독후감에 오늘날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내라는 말씀인가요?

     글샘: 맞아. 고전(근대소설)을 통해 오늘을 비춰보고 내일을 준비하자는 것도 독후감을 쓰는 취지 중 하나잖아. 소설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는 지금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생각글'을 덧붙이면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단다.

     글짱: 다른 부분은 보완할 게 없나요?

     글샘: 왜 없겠니. 한꺼번에 설명한 글을 남길 테니 밑줄 쫙 그어가며 네 생각과 견줘 보거라.

     
     [ 이런 점 더 보태면 논술 수준 독후감  ]

     독후감은 정답이 없는 글이다. 마음에서 우러난 느낌 그대로 쓰는 글이 제격이다. 청소년의 순수한 느낌을 보태면 한결 돋보이는 독후감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농촌의 정겨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물레방아'가 옛날엔 이 소설처럼 `남녀가 은밀히 만나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장소'로 설정된 것에 놀랐다]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청소년의 시각과 주제의식이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의 욕망과 돈, 신분 차이로 빚는 사회구조의 모순, 성의 상품화와 윤리의 타락 등 오늘날 세태와 비교해 진단하는 글도 중학생 수준에서 충분히 다룰 만하다.
     또 소설 속 `물레방아'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인생사와 삶의 굴레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공간적 배경'이라는 점만 알아챈다면 알찬 글감으로 써먹을 수 있다.
      여기에다 소설에 나타난 갈등의 해결 방식인 `아내 살해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비판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글짱: 이제부터라도 좀더 깊이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어색한 문장도 있나요?

     글샘: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면 부자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어야 마땅한 것인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만능주의는 옳지 못한 것이다.〉라는 대목은 결론 도출에 오류가 있단다. 삼단논법을 잘못 이해한 때문이지. 다듬어 볼게.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면 부자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어야 마땅한 것인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물질적으로 부유하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도덕을 저버린 신치규와 방원의 아내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글샘: 흔히 실수하는 문장도 거론해야겠구나. 〈신치규에게 간 아내도 옳지 못하지만 돈으로 유혹한 신치규가 더 잘못된 것 같다.〉처럼 `누가 더 나쁘고 덜 나쁘고'식의 논리로 써서는 안돼.
     반면에 결론 부분 〈이들의 이야기는 물질 만능주의의 그릇됨을 알려준다. 동시에 물질만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비극적 결말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논술형 독후감에 딱 어울리는 문장이란다. 메시지를 주는 형식이 바람직하다는 뜻이지.

     무엇이 중요하거나 필요한지, 가치 판단의 잣대만 있으면 어떠한 형식의 글을 쓰더라도 어려움이 없단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쓴 독후감은 이미 논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봐도 될 거야. 논술처럼 독후감 쓰는 방법은 앞으로 몇 차례 더 다룰 테니 차근차근 배워보렴.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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