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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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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남해안 어촌마을

  • 기사입력 : 2005-09-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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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지 걷어 조개 잡고 일몰 보며 커피 한 잔… 추억의 낭만여행


      9月. 가을이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머리칼 시원스레 뒤로 넘겨주는 선선한 바람.

      벌써 가을을 타는 걸까. 막연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유혹이 든다.

      가슴이 확 트일 수 있는 곳. 갯내음 물씬 풍기는 곳. 해질녘 붉은 노을에 시선을 뗄 수 없는 곳.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곳. 이런 조건을 만족시켜줄 장소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다.

      떠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100% 만족을 할 수 없겠지만 남해안에는 그나마 ‘가을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갯마을들이 많다.
      가을 초입. 지난 여름 더위에 지쳤거나 막연히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주말에 한번 갯마을로 떠나 보자. 가족이나 연인이랑 떠나면 금상첨화다.

      하루 두번 바닷길 열려 '쏙' 잡는 재미 쏠쏠

      ▲남해 문항마을= 해발 200m 정도의 대국산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새우와 가재를 섞어놓은 ‘쏙’이라는 갯것이 아주 유명하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마을 앞 개펄에 붓대롱을 쏙 잡아빼 잡는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구수하고 단맛이 구미를 당긴다.

      문항마을은 외형상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저 멀리 수평선으로 아득하게 보이는 몇 개의 작은 섬 중 ‘장도’라는 섬은 썰물 때 하루 두 번 정도 바닷길이 열린다. 한마디로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곳. 이 틈을 이용해 관광버스가 다니기도 한다.

      아늑한 마을에는 요즘에 거의 볼 수 없는 우리밀의 원조 ‘앉은뱅이 밀’도 밭둑 옆 도랑가나 돌담 틈새에서 모습을 내민다. 그 외 이순신 장군이 유명을 달리한 장소인 ‘이락사’와 가매장을 한 ‘충렬사’가 있다.

      ★가는 길=남해대교를 지나서 좌회전한다. 충렬사가 있는 노량포구로 난 남해 일주도로를 따라 25분쯤 동남쪽으로 내려가면 문항마을이 나온다.

      도내 유일 죽방렴·해질녘 해안 감탄 절로

      ▲남해 지족마을= 남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삼천포대교와 창선교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섬마을이다.

      다른 곳의 바다와 달리 원시어업 형태의 보고인 죽방렴이 있다. 죽방렴은 사천과 함께 이곳이 도내에서 유일하다. 남해 12경 중 4경에 속할만큼 노을을 맞은 해안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족마을도 썰물 때에는 앞바다에는 장구섬. 농가섬과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바닷길이 열린다. 또 바닷물이 빠져나간 개펄에서 작고 기묘하게 생긴 쏙이나 바지락 등의 생명체를 접할 수 있는 생태체험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바지를 걷고 맨발로 걸으면서 개펄에 쏙쏙 빠지는 기분은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마냥 즐겁기만 하다.

      쏙이나 바지락을 캐기 위해서는 장화. 장갑이나 호미를 준비해야 하며 바구니는 마을에서 제공한다.

      ★가는길= 남해대교를 지나 19번 도로를 따라가면 남해읍 삼거리에 도착한다. 창선 방향으로 8㎞ 정도 가면 창선대교가 있는 지족마을에 도착한다. 또 사천 IC에서 내려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나 남해방향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자그만 섬 두둥실… 층층이 다른 바다색…

      ▲마산 장구마을= 조그마하고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잔잔한 파도에 남해 바다 특유의 조그마한 섬들이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 하나의 호수처럼 느껴진다. 이곳은 제주 우도 앞바다처럼 수심이 얕아 층층이 다른 색깔을 뿜어낸다. 이곳도 물이 빠지는 날에는 마을 가까이 앞바다에 자리 잡고 있는 섬을 들어갈 수 있는 바닷길이 열린다.

      물이 빠지는 시간엔 머리에 수건을 두른 동네 할머니들이 호미를 들고 개펄 속으로 들어간다. 마을 앞바다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씨를 뿌려 관리를 하는 바지락 양식장이라고 한다. 다만 허락 없이 호기심이 앞서 바지락을 팠다가는 할머니들의 욕을 실컷 얻어먹을 수 있다. 장구마을 옆에는 저도 연륙교가 지난다. 전망대에서 수평선으로 지는 일몰을 구경하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낭만 그 자체다.

      ★가는길= 마산에서 통영으로 이어지는 14번 국도를 따라 현동검문소에서 좌회전한다. 수정을 거쳐 백령고개를 넘으면 반동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해안을 따라가다 저도 연륙교로 가는 길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도착할 수 있다.

      맑은 물·고운 모래·천년노송 오솔길 조화

      ▲거제 명사마을= 거제도 서남단의 잘록한 포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지명 때문일까. 저구리 앞 350m 길이의 작은 해변이지만 북한 원산의 명사십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맑은 물과 아름다운 모래를 자랑한다. ‘거제의 명사십리’라 불러도 손색없다.

      여름엔 천년노송과 오솔길이 펼쳐져 있어 해수욕장으로 인기를 끈다. 지금 가면 한산해 연인이나 가족과 모래사장을 걸으면 꽤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남쪽으로 길게 누운 장사도나 맞은편 죽도. 추봉도. 한산도. 비진도 등 남해안 다도해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해안을 돌아 홍포 망산. 여차를 연결하는 해안도로에서 바라보는 남해안 정경은 한 폭의 품격 높은 그림이다. 명사바닷가는 볼락. 감성돔. 쥐취 등 낚시와 조개를 캐는 재미도 덤으로 준다.

      ★가는길= 해금강 입구에서 다대쪽으로 난 14번 국도가 끝날 때까지 간다. 1018번 도로와 만나는 첫 번째 갈림길에서 직진해서 조금만 가면 저구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홍포 쪽으로 가다 보면 명사해수욕장과 명사마을이 나온다.

      기암괴석·동백나무 자연림 '남해제일 비경'

      ▲통영 소매물도 마을= 너무나 유명한 섬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대미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경치는 해금강 못지 않다 해서 해금도로도 불린다. 선착장서부터 가파르게 난 마을 안길을 지나 섬 꼭대기인 망태봉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야말로 절정이다. 섬 서쪽과 남쪽 해안에 위치한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은 남해제일의 비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용바위. 부처바위. 병풍바위. 거북바위 등 절정의 바위벽이 둘러섰고 중간중간 바위굴이 입을 벌리고 있다. 그중 ‘글씽이굴’은 배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어 한층 묘미가 있다.

      소매물도와 등대도는 조수가 빠져 나가면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낮아지는데. 하루에 두 차례씩 ‘모세의 기적’을 연출한다. 소매물도는 동백나무가 자연림을 이루고 있으며 등대도는 섬등성 전체가 잔디로 덮여 있다.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 일출과 일몰. 천혜의 갯바위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스쿠버다이버들도 즐겨 찾는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까지 왕복하는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민박이 가능하고 먹을거리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가는길=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서 매물도로 가는 정기여객선이 하루 2~3회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최승균기자 july9th@kn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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