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그 추억을 찾아 (27) 김해 진영장

  • 기사입력 : 2005-09-06 00:00:00
  •   
  •   장사도 돕고 얘기도 나누고… 상부상조 해야제"


      하늘이 높고 푸르다.
      김해 국도변도 가을색이 완연하다.

      여름이 지나 더위가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도 벌써 지나고 곧 백로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선선하고 차가운 기운이 돌며. 추석 무렵으로 만곡이 무르익는 시기이다.

      김해 진영장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불그스럼한 옷을 입은 사과가 노점 좌판에서 향긋한 유혹을 하고. 붉은 고추는 장터 한켠 양지바른 곳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진영농협 맞은편에서 장이 시작된다.

      “골라 골라 3천원.”
      흥겨운 음악에 맞춰 의류상이 손님을 부르는 소리가 아주 정겹게 다가온다.

      골목길 양쪽으로 가게가 있고 또 그 앞에 노점을 벌여 장터가 꽉 찬 느낌이다.
      천원마트와 즉석두부점에서도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더위가 한풀 꺾여 그런지 오늘은 손님들이 많네.”
      주변상인들끼리 미소를 지으면서 장사에 열중이다.

      어물전 상인 옷장사 거들며 '하하하'

      장날이면 1천명 '북적' … 즉석 흥정도

      도로변 '작은 장'엔 싸전 펼쳐져 있고

      골목 위 '큰 장' 고기전·옷전 늘어서

      진영장은 크게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다. 도로변에서 시작되는 곳은 작은장으로 불리며 싸전이 들어 서 있다. 골목길로 쭉 올라가면 큰장. 이 곳은 고기전과 옷전이 펼쳐져 있다.

      이 두 장을 연결하는 골목길과 그 주변으로 장이 들어 서 한바퀴 휘 둘러보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린다.
      작은 장 싸전에는 3대째 장사를 하고 있는 집이 있다.

      시할머니.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인 전영희(47)씨가 되를 잡고 있다.
      “20년 전 제가 장사를 처음 할 때만 해도 진해에서 기차를 타고 와서 쌀을 사 가지고 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쇠퇴해 장날에 반짝 파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된다고 한다.
      싸전 옆에는 노전 국수집이 허기를 달래준다. 많은 사람들이 앉아 한그릇 훌훌 말아 맛있게 먹고 있다.

      한 할머니가 참호박을 머리에 이고 위태롭게 걸어간다.
      직접 기른 것을 장에 내다 팔기 위해 나온 듯하다.

      곧 흥정이 시작됐다.
      노전을 펼쳐놓은 한 아주머니가 할머니를 불러 세웠다.

      “할매 호박 얼마요. 2천원에 내려놓고 가소.”
      “그리는 안된다. 2천500원 주라. 내 위에 주라카는 사람이 있어서 가던 중이다.”

      “그라면 가소. 2천500원은 절대로 안돼요.”
      “아이고 그라지 말고 여기까지 이고 온 값이라도 주야지.”

      이렇게 옥신각신 흥정을 제법 오랫동안 한다. 결국 할머니가 지고 만다.
      500원의 싸움. 이것이 우리 장의 모습이요 현실인 것이다.

      큰 장에는 제법 널찍하게 전을 펼쳐 놓은 의류전이 몇개 보인다.
      아주머니 서너 사람이 옷을 고르자 옆 어물전 상인이 장사를 거든다. “아지매하고 딱 맞네. 이제 가을인데 긴 소매 옷이 좋지예.”

      이것 저것 옷을 입어보던 아주머니는 가을색이 툭툭 떨어지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가져간다.

      이 곳에서 어물전을 하고 있는 김성순(66)씨는 생선을 다루기에 여념이 없다. 30년간 이 일을 해온 터라 능숙한 솜씨로 비늘을 털어내고 내장을 덜어내고 소금에 절여 손님에게 넘긴다. 조기. 민어. 돔 등 10만원어치 가량을 사 간다.

      “이 손님이 오늘 제삿날이라 이 정도 사가지. 다른 날은 어림없어.”
      옛날에는 밥이야 먹었지만 이제는 밥도 못 먹을 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인근 열쇠·천막집에는 할아버지들이. 신발집에는 할머니들이 모여 한가롭게 오후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침에 장을 보고 점심을 먹고난 후에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은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움이다.

      진영재래시장 번영회 김정무(65)회장은 “장날이면 약 1천명의 손님들이 찾을 만큼 진영장은 그런대로 활성화 되어 있다”며 “앞으로 전용 주차장이 생기면 더욱 더 장이 발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장터사람들>

      ▲40년 의류전 김성근씨 "깎아 달라는 손님 이길 수 있나요"

      “손님한테 이길 수는 없죠.”
      40여년간 의류업을 해 온 김성근(70)씨의 장사 철학이다.

      주 손님층이 노인들인데 깎아 달라고 하면 어쩔 수가 없다는 것. 물론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이 업을 해오고 있다.
      김씨가 주로 취급하는 옷은 유행을 타지 않는 평범하고 편안한 옷.

      5천원대의 바지. 티셔츠부터 5만~6만원대의 여성용 겉옷까지 수백벌을 내 놓고 장사를 한다.
      진영. 진례. 가술 등의 5일장을 돌아다닌다.

      예전보다 장사가 덜하지만 그래도 구색은 맞춰놔야 된다면서 5일에 한번 정도는 부산 도매상에 직접 가서 옷을 구입해온다고 한다.
      “20년 전이 제일 전성기였지. 그때만 해도 매일 옷을 해 왔어야 했으니까. 하루에 수백만원 벌 때도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기껏해야 하루 10만원 정도.
      그냥 부인인 박옥련(70)씨와 장에 나와 사람 만나는 재미로 앉아 있다고 한다.

      김씨의 의류전은 단골들이 꽤 많다. 장날이 되면 일부러 찾아 와 들여다 볼 정도.
      “항상 깨끗한 옷을 만지면서 생활하다 보니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시원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건강한 장터를 닮은 듯하다.

      ▲ 20년 건어물전 이광기씨 "좋은 물건 싸게 파는 게 인기 비결"

      좀처럼 인터뷰하기가 힘들다. 손님들이 계속 몰려들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런대로 장사가 좀 되네요.”

      미소를 지으며 앉는 이광기(57)씨는 20여년째 건어물전을 하고 있다.
      형님이 하던 것을 인수받아 시작했다고 한다.

      가술. 수산. 진례. 진영 등 4군데 장을 돌며 한달에 약 20일 정도 장사를 한다. 그렇다고 노는 날이 많은 것도 아니다. 장사준비를 해야하기 때문.
      주로 마산 어시장에서 건어물을 구입한다.

      북어포. 오징어. 쥐포. 멸치. 새우 등과 각종 제수용품을 판다.
      이씨의 장사 철학은 좋은 물건을 싸게 팔고 친절하게 하는 것. 그래서 단골들도 많다.

      ‘저 사람이 곧 제사인데 왜 안오지’라고 생각이 날 정도로 웬만한 단골들의 제삿날까지 꼽고 있다.
      그만큼 추석 등 명절과 제삿날이 대목인 것이다.

      “예전에는 한번 물건을 사가면 자연스럽게 단골이 되었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주변에 대형 마트가 많이 생겨 손님들을 많이 뺏겼다고 한다.

      그러면서 재래시장 활성화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시장을 현대화 한다니 뭐니 해도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없으니….” 이종훈기자

      <진영장은>
      4·9일 열린다. 진영장이 처음 선 것은 1895년께 설창리 설창마을이었다고 한다. 그후 1928년부터 현재의 동구마을에 장이 서게 된 것. 대산면. 동면. 진례면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곡창지대라 각종 농산물로 유명하다.

      <추억을 열며>
      본지 86년 4월 25일자에 게재된 진영장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장옥이 있던 자리를 보수 개량하여 장사하기에 편하게 만들어 놓는 등 많이 현대화 시켰다.

      <주변 볼거리>
      ▲진례 도자기= 흙에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해 혼을 담은 불을 가마에 지피면서 구워낸 분청자기는 현재 김해의 특산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특히 96년부터 매년 10월께 진례면 송정리 일원에서 김해도자기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장유 대청계곡= 장유대청계곡은 불모산 산자락에 양 갈래로 형성된 6km의 긴 계곡으로 산림이 울창하고 맑은 물이 폭포를 이루는 등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주말 열리는 장>
      ▲9월 10일= 진주 미천장. 진해 마천장. 사천 사천·곤양장. 김해 진례·불암장. 밀양 송백장. 양산 물금장. 의령 칠곡장. 함안 가야장. 창녕 영산장. 남해 무림장(이동). 하동 횡천·계천장. 산청 차황·단성장. 함양 마천·안의장. 합천 가야·초계장.

      9월 11일= 창원 신촌·가술장. 진주 금곡·대곡장. 사천 완사장. 밀양 무안장. 의령 궁류장. 함안 대산장. 고성 고성장. 하동 화개·악양·고전장. 산청장. 거창장. 합천 묘산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