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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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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18) 뉴올리언스의 비극과 다시보는 미국

  • 기사입력 : 2005-09-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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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손자 못 봤어요?”
    미국 뉴올리언스의 흑인여성 애니(38)는 이렇게 울부짖으며 손자를 찾고 있어요. 가족을 잃은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지 모르는 상황이 바로 자연이 휩쓸고 간 지구촌의 작은 도시. 우리 이웃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친구들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지역 모습을 많이 보았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태풍 ‘나비’가 와서 울릉도 주민들의 피해가 참 많아요.

    늘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을 지키자고 말하면서도 나의 편안함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나. 그리고 우리가 다같이 반성을 해야 할 거예요.

    지구에는 지진·태풍 등 여러 가지 자연현상이 생겨요. 이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현상이 지진이라고 하더군요. 저번에 일어났던 쓰나미 알죠?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서 열대성 폭풍에 해당하는 태풍. 허리케인 같은 현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한대요.

    이번에 미국이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보자 다른 나라사람들이 도와주자고 하면서도 미국을 비난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미국이 지구 온난화 현상을 줄이자며 세계 각국이 모여 약속한 교토의정서(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국제 약속)를 탈퇴하고 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저번에 날씨편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으니까. 이번에는 카트리나 피해로 들여다 본 미국에 대해 이야기 나눌 거예요.

    미국 하면 자유. 평화. 잘사는 나라 등등 참 좋은 수식어가 붙는 나라죠.
    하지만 이번에 비춰진 미국의 모습은 좀 이상했어요. 재난 구조도 늦고. 구호품 도착도 늦어지고. 댐이 무너질 걸 예상했다고 하면서도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고. 흑인들이 폭도로 변했다고 하는 등. “여기가 미국 맞아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어요.

    뉴올리언스는 미국에서도 흑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재즈의 고향’이라고 불리죠. 흑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끌려와 노예 생활을 하면서 참 힘들게 살았어요. 인종차별 하면 떠오르는 것은 흑인이니까요. 버스도 뒷좌석에만 앉아야 하는 차별이 없어진 게 1950년대니까. 지금까지도 흑인들의 생활은 저소득층이거나 극빈자로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해요.

    앞에서 30대 할머니가 손자를 찾고 있다고 했죠? 애니는 10대 20대 아들딸이 6명이고 서너 살 된 손자손녀가 5명이에요. 못 사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 지금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흑인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양육비랍니다. 저소득층에서 아이 셋을 낳을 경우 매달 1천달러 이상의 양육비를 받는대요. 아이가 많을수록 양육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흑인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탁아소가 있다고 하네요.

    정부가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주는 보조금이 어쩌면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다시 가난과 범죄에 빠져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흑인사회의 본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흑인밀집지역 공립학교에는 컴퓨터가 없는 학교도 많다고 하네요.

    카트리나는 흑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어요. 죽음 앞에 내팽개쳐진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배신감과 국가에 대한 믿음이 깨진 상황이에요.

    여러 면에서 9·11테러와 많은 비교를 하는데 밖으로부터의 위협이나 물리적 위협은 그 사회를 단결시켜 하나로 만들 수 있지만 내부에서 벌어지는 분열은 국가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일임을 과거의 교훈을 통해 미국도 우리도 간과해서는 안 될 거예요.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조사하고 발생하는 원인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허리케인에도 이름이 있고 태풍에도 이름이 있어요. 이번 태풍 이름이 ‘나비’였어요. 저번에 큰 피해를 준 태풍은 ‘매미’였지요. 태풍 이름을 조사해보고 이름을 이렇게 짓는 이유를 과거 애니미즘. 토테미즘과 연결하여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3. 큰 피해를 당한 지역에는 지구촌의 따뜻한 온정이 이어져요.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적십자. 의사를 파견하겠다는 국경없는 의사회 등 많은 단체들이 있어요. 이런 단체들이 하는 일을 조사하고 NGO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4. ‘사라. 버스를 타다(사계절)’라는 책이 있어요. 흑인들이 사회적 차별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에요. 책을 읽고. 흑인들의 노예해방부터 흑인 인권운동에 대해서 조사하여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5. 이번 카트리나로 인해 드러난 미국의 모습을 스크랩하여 보고 미국신문에서는 이번 카트리나 보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우리나라의 신문과 비교하여 본 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6. 뉴올리언스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게를 부수거나 총을 들고 다니면서 약탈한 것이 보도가 많이 되었어요.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먹을 것이 공급되지 않아 가족들이 굶어 죽을 수 없어 한 행위이다’라고 반박하고 있어요. 이런 경우 도덕적인 삶. 그리고 ‘선’이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7. 미국 사회의 흑인보조금제도가 오히려 흑인사회를 모순되게 만들고 있어요. 이것을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라고 해요.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실업수당이 직업을 갖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든지 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어요. 최근 부분적으로 국가의 복지정책이 비판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때요?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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