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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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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8) 어린이 독후감 특별수업

  • 기사입력 : 2005-09-12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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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샘: 오늘은 약속대로 어린이 독후감을 어떻게 써야 할지 짚어주는 특별수업이야.

     글짱: 제가 잘 배워 동생한테 가르쳐 줄게요. 제 남동생은 일기나 독후감을 길게 쓰는 걸 귀찮아 하거든요.

     글샘: 남자애들 대부분이 그래. 글샘의 아들도 6학년이지만 일기장 한쪽을 겨우 채우거든.

     글짱: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비법은 없나요?

     글샘: 독후감 쓰는 데 비법이 있는 건 아냐. 책을 읽은 뒤 자기 느낌을 적는 글이니까. 원칙 또한 없지만 어느 정도 독후감 쓰기의 기본 얼개를 알면 도움되겠지.

     글짱: 글머리만 잘 쓰면 술술 풀어 나갈 수 있다면서요?

     글샘: 말이야 쉽지. 실천이 잘 안되니까 문제지. 어린이 독후감 글머리는 `책을 읽은 동기'로 시작하면 쉬워. 일부러 `동기'를 만들어 내려고 해선 안돼. 솔직하게 쓰는 게 최고지. 그런 글의 예를 들어 볼게.

     인터넷에 들어가서 독후감을 대신 써 달라고 했다. 그런데 홈페이지의 선생님이 나를 꾸중하는 답변을 남겼다. 기분이 매우 나빴다. 그래도 학교숙제를 해야 하니까 할 수 없이 내 비상금을 털어 책을 사서 읽었다.

     글샘: 이런 글이라면 누가 읽어도 어린이다운 글이라고 공감할 수 있잖아.

     글짱: 하하하. 동기가 재미있네요. 자기 잘못을 반성하면 더 좋겠지만…. 또 다른 형식으로 글머리를 쓰려면요?

     글샘: `내 이름은 별바라기꽃'이란 책을 읽고 쓴 초등생의 글머리를 예로 들까?

     내가 처음에 도서실에서 이 책을 빌리게 된 것도 책의 제목 때문이었다.
     늘 별만 바라본다는 별바라기꽃이라는 별명에서 왠지 알지 못할 그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슬픈 내용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녀의 세상나가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니까.

     글짱: 이상한데요. 어린이가 쓴 글이 아닌 것 같아요.

     글샘: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초등 5학년 여학생의 글이야. 학원에서 수준을 너무 높여 가르쳤는지, 아니면 표현 기교가 남다른 건지, 이 학생의 다른 습작글도 이 정도 수준이야. 글짱의 첫 느낌처럼 `~왠지 알지 못할 그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어른투의 글로 쓴 게 아쉬워. 그냥 어린이답게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으리라 생각했다.》로 썼다면 참 좋았을 텐데.

     글짱: 잘 쓴 듯한 글이지만 `어린이다운 글'이 아니란 뜻이군요.

     글샘: 글머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고 있는 어린이라 이런 점만 고쳐 나가면 `진실한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동기' 뒤에 이어 줄거리를 써 주는 게 필요해. 《이 책에서는 ~~~~~ 라고 얘기하고 있다. ~~~ 주인공 OOO는 ~~~~~ 했다.》 식으로.
     이렇게 설명해도 쓸 말이 없다고 투덜되는 어린이가 많을 거야. 내 아들도 자주 그러거든. 그럴 땐 줄거리에 이어서 `느낀 점'이나 `가족의 이야기'를 덧붙이도록 얘기해 줘.

     글짱: 알겠어요. 그런 예문을 `환경 보존'주제에 맞춰 소개해 주세요.

     글샘: `물­건강하고 아름답게 사는 법'이란 책이 생각나는구나. 글쓴이는 “물만 제대로 마셔도 질병의 3분의 1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 그러한 주제를 바탕으로 《이 책을 만나 환경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 식의 느낌을 넣을 수 있지.
     또 《엄마는 설거지를 할 때 `퐁퐁'을 사용한다. 그 거품 때문에 강물이 오염될 텐테…. 엄마는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른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등 떠오르는 대로 자기 생각을 쓰는 거야.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 나라가 `물 부족 국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거야.

     글짱: 마무리는 어떻게 하라고 해야죠?

     글샘: 그러면 앞에 얘기한 5학년 어린이의 글 중 마무리 부분을 칭찬하며 설명할게.

     조급하지 않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버지를 기다리는 인애. 언젠가는 인애도 저 하늘의 별이 되어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글샘: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으면…'하는 바람을 담아 독후감을 맺고 있어. 책의 내용에 따라 이런 식의 마무리도 괜찮아. 책을 읽은 뒤엔 언제나 `나'를 생각해 봐. 그리고 주인공과 비교하는 거야. 나이, 가정환경 등 서로 비슷하거나 다른 점에서 느끼는 나의 마음이 곧 독후감에서 느낌이 되는 거니까.
     어린이에게 독후감 쓰는 법을 가르칠 때 `논점'이나 `논리'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도움이 안돼. 초등생 수준에선 `논점과 논리'가 아니라 `솔직한 느낌'을 글로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거든.

     글짱: 저도 생각을 많이 하며 글을 써야겠어요.

     글샘: 돌탑을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높이 올라갈수록 무너지기 쉽지. 그러나 기초가 튼튼하다면 도중에 무너져도 다시 쌓는 데 힘이 덜 들겠지. 너무 욕심내지 말고 일기부터 정성들여 쓴다면 독후감을 쓸 때 짜증내는 일은 없을 거야.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추석을 보낸 뒤에 다시 만나자꾸나.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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