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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19) 웰컴 투 동막골 & 맥아더

  • 기사입력 : 2005-09-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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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0년 9월 14일. 6·25전쟁의 전세가 역전된 날이에요. 이날 새벽 2시. 261척의 전함에 승선한 7만5천여 연합군 병력이 함포사격과 항공기 폭격을 퍼부으며 인천상륙작전을 벌였어요.

      그 해 9월 어느날. 강원도 산골 마을 동막골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되는 영화가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요.

      ‘웰컴 투 동막골’(이하 동막골).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남진을 하던 인민군이 쫓겨 퇴각하면서 낙오돼 산속을 헤매던 중 여일을 만나 동막골로 오게 되고. 비슷한 무렵 자살하려던 국군과 탈영병 국군이 또 동막골로 와 인민군과 국군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영화예요.

      이때 한사람 더. 비행기가 추락해 동막골에 머물고 있던 연합군 스미스까지 가세해 전쟁과 증오라는 현실 논리를 잊어버리고. 순수한 마을사람들에게 동화되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동막골 생활이 시작되죠.

      동막골은 모두를 웰컴하는 마을이에요. 국군도 인민군도. 추락한 미군도. 하지만 동막골이 웰컴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 아니 웰컴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무장한 연합군도 놓치지 마세요.

      ‘동막골’의 흥행은 남북화해정책에 대한 문화적 승인이에요. 김대중 정부 이후 가장 변화한 것이 북한에 대한 인식이죠. 이제 우리는 인민군의 인간미를 묘사해도 반발하지 않아요. 잠자고 있는 국군을 죽이지도 않고. 먼저 화해를 청하고. 스미스에게 돼지 바비큐를 권하고 급기야는 진짜 유엔군에 맞서 합동작전에 돌입하는 등 정의로운 휴머니스트가 바로 동막골의 인민군으로 거듭나죠. 우리는 여기까지 진보한 셈이에요. 북한 바로알기 운동의 가장 대중적인 성취죠.

      하지만 ‘동막골’은 우리에게 제2의 일본군을 남긴 영화예요. 인민군을 용서했으니 우리 내부가 아닌 외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할 필요가 있겠죠.

      동막골 폭격을 두고 연합군은 논쟁을 벌이다 결국 미군의 주도로 폭격이 결정되고 마침내 우리 순결의 상징인 여일(강혜정)이 쳐들어온 연합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죠.

      ‘동막골’은 넓게 보면 6·25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에 관한 이야기예요. 이 책임을 외세 즉 미군에게 넘긴다고 해서 우리가 떳떳할 수는 없을 거예요.

      2005년 현재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어요. 동막골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겠죠. 6·25전쟁. 감춰진 북한의 모습. 혈맹이라 믿었던 미군의 횡포. 과거 속에 묻혀 잠자고 있던 민간인 학살. 그리고 우리의 영웅인 맥아더장군의 핵폭탄 투하 발언 등이 미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라크 내에서 점령군이라 칭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실시간 접하면서 우리의 과거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는 씁쓸한 마음과 함께 급기야 인천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라는 사안이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어요.

      6·25전쟁을 경험했던 세대들이 아직 우리사회에 남아있고. 전후 55년 동안의 반공교육으로 여전히 미국을 혈맹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사회예요.

      하지만 맥아더 동상이 의미하는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한국사회에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졌다고 할 수 있어요. 동막골의 남북연합군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동상을 세우는 것도 철거하는 것도 상징적인 정치행위예요. 소련의 붕괴처럼 사회가 뒤집어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동상을 철거하는 것이 세우는 것보다 더 힘들 거예요. 맥아더 동상을 철거한다고 우리의 과거가 한순간에 바로 잡히는 것은 아니예요. 동상을 철거하는 행위에 앞서 맥아더와 6·25전쟁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 바탕 위에 국민들을 설득하고 호응을 얻었을 때 사회분열 없이 가능한 일 아닐까요?

      맥아더 동상은 인천 자유공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분단 55년 동안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살아왔던 우리네 의식 속에도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될 거예요.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동막골’영화를 감상한 후 영화에 대한 비평을 조사하여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어 보세요.

      2. 1945년 8월 15일이 바로 우리 현대사의 시작이에요. 이때부터 6·25전쟁까지의 상황과 전쟁 후 지금까지의 현대사를 정리하여 보고 북한에 대한 시각변화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영화 ‘쉬리’부터 ‘동막’골까지 정리해보는 것도 좋아요)

      3. 맥아더 장군의 평가는 다양해요. 미국을 대변하는 맥아더장군의 일본 점령군 시절부터 6·25전쟁 상황까지 그가 한 일을 조사하여 토론하여 보고 동상 철거라는 현재의 문제점을 연결하여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일본의 역사왜곡과 경제성장이 미국이 주도한 정책과 무관하지 않아요.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역사편을 참고하여 조사해 보세요)

      4. 최근 6자회담 타결에 관한 소식이 많이 들려요. 4차 회담에서의 우리정부의 입장을 보면 동막골의 남북합작이 생각나네요. 기사를 스크랩하여 6자 회담 타결의 의미를 이야기 나누어 보고 이후의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 한국과 미국과의 미래지향적 모습을 토론해 보세요.

      5. ‘동막골’에서 보여준 민간인 학살에 대해 조사해보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 왜 전쟁을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6.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월드비전 구호팀장 한비야씨가 세계무대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과거를 바로 아는 것과 그 과거를 통해 주적을 만드는 것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 세계는 하나니까요. ‘미국이 싫어요’ ‘일본이 싫어요’ 등의 주적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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