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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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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29) 삼천포장

  • 기사입력 : 2005-09-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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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갯내음 폴폴~ 억척 뱃사람들의 삶터


      죽방 멸치·싱싱한 어패류·잡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사람들

      '사천 8경' 이어 '9경'으로 꼽을만

      # 옛 어촌의 향수

      사천시 동금동 삼천포장. 공식 명칭은 삼천포종합시장으로 불린다. 지난 95년 사천군과 통합돼 삼천포시라는 행정지명은 없어져 버렸지만 현지에선 아직 사천시보다는 삼천포시가 더 자연스럽다.

      삼천포장은 사천시에서 편도 1차로를 따라 ‘삼천포항’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과거 20~30년 전만 해도 오일장은 현재 위치에서 남해안으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을 경계로 불과 200m 떨어진 선구동 삼천포중앙시장에서 번성했다고 한다.

      “옛날엔 항구에 있는 어시장과 중앙시장밖에 없었지. 대부분 오일장도 이곳에 함께 섰지. 지금 장은 생긴 지 한 20년 정도 되지. 아마 진주를 제외하곤 제일 큰 장일걸.” 신발을 파는 한 노인의 설명이다.

      당시 동금동은 미나리꽝 자리. 삼천포항에 정박한 뱃사람들을 위한 여인숙과 어망과 어구를 손질하는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오일장의 모태가 됐다. 그러다 현재의 ‘경남아파트’라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서 5일장이 본격적으로 섰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설명에 거센 파도와 싸우던 뱃사람들의 고단함과 마음 졸이며 남편과 아버지를 기다리던 옛 어촌의 향수가 가득 밀려온다.

      # 진짜 명품

      삼천포장은 오일장으로는 드물게 아주 큰 편이다. ‘경남아파트’라는 주상복합건물을 중심으로 문창살처럼 펼쳐진 장은 인근 장꾼들과 장을 보러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죽방렴 멸치 등 건어물과 삼천포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감성돔. 싱싱한 조개 등 어패류 등 삼천포에서만 나오는 특산품 뿐만 아니라 의류. 잡화 등 대형할인마트에서 볼 수 있는 많은 물건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있다.

      낡은 리어카에서 고무줄로 동여맨 오래된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는 유명 음반 회사에서 파는 인기 음반보다 더 아름다운 음률을 자랑한다.
      새벽 일찍 도심에서 도매가로 가져와 고단함을 잊고 파는 옷은 ‘아르마니’보다 더 멋지다.

      국물이 넘칠 듯 푸짐하게 담아내는 칼국수는 ‘베니건스’에서 파는 파스타보다도 맛있다. 진한 땀 냄새 배어나오는 장터의 사람 내음은 유명 향수회사 ‘지방시’보다도 더 향기롭다.
      싸구려 같지만 싸구려 같지 않은 장터의 물건과 사람들. 장터야말로 진짜 명품들이 즐비한 셈이다.

      # 사천 9경

      사천에는 ‘사천 8경’이라 불리는. 풍광이 멋들어진 곳이 있다.

      최근 새롭게 개통된 창선·삼천포대교. 봄이면 붉게 화장을 하는 와룡산 철쭉. 이순신 장군이 첫 출전해 대승을 거둔 선진리성의 벚꽃. 가을 저녁노을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실안낙조 등 이미 유명한 관광코스로 자리 잡은 곳이다.

      여기에 새로운 관광코스 하나를 더 꼭 추가하고 싶다.

      삼천포항에서 쭉 뻗은 창선·삼천포대교를 구경하고(물론 신나게 달려봐도 좋다). 항구에 펼쳐진 어시장에서 갯내음과 함께 남해안의 싱싱한 어패류 맛도 본다. 도심 쪽으로 몇 백m 올라오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에 등장하는 옛 명동 거리를 볼 수 있는 중앙시장에 들른다. 마지막으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작은 다리 하나 건너 시골할머니의 주름살과 구수한 사투리. 그리고 명품(?)들을 볼 수 있는 종합시장. 삼천포 오일장에 들러 쇼핑을 하면 된다.

      삼천포항~어시장~중앙시장~종합시장(삼천포장). 불과 1㎞ 반경 내에 모두 모여 있기 때문에 쉬엄쉬엄 걸어가면 된다.
      삼천포를 간다면 엉뚱한 곳으로 가지말고 이곳에 꼭 들러보자. ‘사천 9경’에 충분히 손꼽히는 또 하나의 명소이다.

      참고로 여기에 과거 은방울 자매의 ‘삼천포 아가씨’를 듣는다면 더욱 감성에 젖어들 수 있다.
      글·사진 = 최승균기자 july9th@knnews.co.kr
     
      ★장터사람들- 웃음 파는 시계상 김갑주씨

      "웃으면서 살아봐~ 모든 게 행복해 보여"

      5분간 지켜본다. 시종일관 웃음꽃이 넘친다.
      손님과 대화하면서도 웃고. 시계줄과 배터리 교환 작업을 하면서도 늘상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시계상 김갑주 할아버지(72).

      삼천포장에서 20년 동안 시계를 팔아오고 있다. 아주 오래된 듯 보이는 색바랜 시계 보관가방. 비닐에 싸인 유행 지난 시계들. 사실 한눈에 봐도 이게 팔릴까 싶을 정도로 모든게 현대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5년 전 다친 허리 때문에 몸도 많이 불편하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웃는다. 뭐가 그리 좋을까.
      “한번 사는 삶. 나쁜 인상 남길 필요가 뭐 있나. 그냥 웃으면서 사는 거지. 자네도 함 웃어봐. 하하.”

      할아버지. 지금은 웃지만 과거 삶은 그렇게 행복하진 못했다. 어려운 시련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철학을 깨달은지도 모른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인근 사천 곤양. 가난한 농사일이 싫어 결혼하고 군대 제대 후 무작정 상경했다. 처음엔 택시운전을 했다고 한다. 시골 촌놈이 생면부지인 서울서 생활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 번은 돈이 너무 없어 중부시장에서 거지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맹물에 면만 넣은 칼국수를 수도 없이 먹었다고 한다. 이후 부산으로 낙향 후 봇짐장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장사는 아무나 하나? 이도 만만치 않았다.

      “과일. 잡화. 의류행상 등 안해본 게 없어. 제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지. 한번은 자살 결심까지 했지.”
      자살 소동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할아버지에게 노모가 찾아와 말없이 눈물만 지었다. 할아버지는 이때부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아무리 아파도 아프다고 얘기하지 않겠다고.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고 하지 않겠다고.’

      그 이후 시계행상을 시작하고 오늘까지 웃으면서 살아왔다고 한다. 아마 그때부터 할아버지는 나이드는게 멈췄나 보다. 70~80년대 프로레슬링 선수 ‘김일’을 닮았다. 사실 머리가 벗겨져서 그렇지 이마에는 주름살 하나 없다. 탱탱한 피부와 가지런한 치아로만 본다면 전혀 70대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나 이래 뵈도 살아오면서 경찰서 한 번 간적 없어. 진실되고 올바르게만 살면 돼. 그럼 모든게 행복해 보이고 웃음도 넘치지.” 할아버지의 젊어지는 비결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염화미소’(拈花微笑). 할아버지의 인상에서 또 하나의 인생철학을 배운다. 최승균기자

      ★장터구경도 식후경
      장터 중간에는 조그만 나무의자와 천막을 쳐놓은 손칼국수집이 있다. 15년 동안 이곳에서 칼국수 장사를 해온 박두래(70) 할머니의 손맛은 별미. 직접 뽑아낸 국수면의 쫄깃함과 멸치 다신 물에 야채 송송 썰어넣은 국물맛이 일품이다. 할머니의 인심이 후해서일까. 가격도 참 저렴하다. 그릇 위로 국물이 넘치듯 말듯 가득 담아주는 칼국수 한 그릇이 단돈 1천500원이다.

      ★주변 볼거리
      ▲창선·삼천포대교= 대방과 남해창선을 연결하는 연륙교. 길이 3.4km로 삼천포대교. 초양교. 늑도교. 단항대교. 엉개교 등 총 5개의 교량으로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진다. 야간 경관조명은 푸른 바다와 빛이 멋들어진 조화를 이루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다.

      ▲실안낙조= 해안에서 보는 바다와 섬을 건너 남해 서산에 지는 저녁놀은 일품이다. 부채꼴의 참나무 말뚝으로 만든 죽방렴과 섬. 바다 그리고 일몰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선진리성 벚꽃=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출전시켜 왜선 13척을 함몰시켜 승전을 거둔 곳이다. 인근에 조명군총 등 역사의 현장이 있으며 성내 1천여 그루의 벚꽃이 만개하면 은백색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와룡산(臥龍山) 철쭉= 와룡산(798m)은 높고 낮은 봉우리가 아흔아홉 개로 형성되어 구구연화봉이라 전해진다. 기암괴석과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을 보기 위해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그외 봉명산 다솔사. 사천읍성 명월. 비토섬 갯벌. 남일대 코끼리바위도 사천 팔경으로 이름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주말 열리는장
      ▲10월 1일= 창원 신촌·가술장. 진주 금곡·대곡장. 사천 완사장. 밀양 무안장. 의령 궁류장. 함안 대산장. 고성 고성장. 하동 화개·악양·고전장. 산청장. 거창장. 합천 묘산장

      ▲10월 2일= 진주 지수장. 통영 중앙장. 김해장. 밀양장. 창녕 대합장(십이리장)·남지장. 고성 영오장. 남해읍장. 하동장. 함양장. 거창 신원·위천장. 합천 야로·삼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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