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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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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20) 느낌글 넘기

  • 기사입력 : 2005-10-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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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강보의 논술탐험] (20) 느낌글 단계를 넘는 법

     글샘: `정당한 폭력은 존재하는가'를 주제로 한 논술에 이어 오늘은 `통일'을 얘기해 보자꾸나.

     글짱: 지난번 논술탐험을 본 친구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중3 수준이 아니라 고교 수준 같다고 해요.

     글샘: 그럴 거야. 예문을 쓴 학생이 글을 좀 쓰는 편이거든. 이번에도 중3의 글을 보여줄게. 먼저 예문을 읽어봐!

    〈 중학 3학년이 쓴  글 - `통일' 한걸음씩 다가서기 〉

     얼마 전에 `남북한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이라는 TV프로그램이 인기였다. 이 프로그램이 빛나는 이유는 남북의 차이를 조금씩 알아가고 또 이해하면서 우리가 한 민족임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사회적으로 통일을 향한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기쁜 일이다. 반면에 지난 50여년간 남과 북이 너무 많이 달라졌고 통일 후의 혼란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며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들에게 `동북공정' 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분단국가의 현실'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구려'는 우리 민족의 역사이고, `독도'는 우리 민족의 강토이다. 이를 지키는 것 또한 우리 민족이 해 온 일이고, 해야 할 일이며, 할 수 있는 일이다. 남과 북이라는 반쪽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작 고구려의 문화유산은 북한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동북공정에 대항하여 연구하는 남한의 역사학자는 북한에 가볼 수조차 없지 않은가? (중략) 
     그런데 우리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우리의 형제를 겨누기 위한 무기를 사느라 국가 예산을 낭비하며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다. 이 공포를 없애고 한반도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한다고 해서, 남한이 무기를 사들인다고 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휴전'이라는 말 자체가 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통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모든 노력을 `한 걸음씩 다가가기'라 부르고 싶다. `한 걸음씩 다가가기'는 서로의 차이를 알고, 인정하고, 이해하며 마음으로부터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의미하는 말이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나와 같게 만들려는 태도는 다툼과 불신만을 초래할 뿐, 서로의 차이만 더 벌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실 우리가 분단된 이유도 `사상'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마음이 6·25전쟁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분단'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생각의 차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오랜 세월 함께 한 가족을 멀어지게 할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중략)

     때때로 북녘의 우리 형제들은 그들에게 다가가는 우리를 보며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설령 그들이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할지라도 우리는 미소를 띤 얼굴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마음이 북녘에 닿아 언젠가는 그들도 우리에게 오는 걸음을 한 발짝 떼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하략)

     글짱: 와∼우! 놀랍네요. 이 학생도 글쓰기 선수가 맞죠? 무거운 주제의 글을 가벼운 글감으로 시작해 잘 풀어 나간 것 같아요.

     글샘: 중복성 내용은 글샘이 생략해서  올렸지만, 이 학생 역시 선수급이야. `통일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자'는 맥락으로 생각을 표현했지. 전체 흐름도 무난하고, 마무리도 여운을 주면서 잘 처리했어. 그래도 허점은 있단다.

     글짱: 고1인 제 눈엔 껄끄러운 부분이 안 보이는데요?


     글샘: `동북공정'은 고구려와 연계된 문제라 분단 현실과 맞아떨어지지만, `독도문제'의 이유를 분단국가의 현실과 연계해 서술한 대목은 다소 무리가 있어. 게다가 `남북의 독도 영유권 대처 방안' 같은 내용이 뒤따르지 않았지.
     예컨대 다음과 같은 대목이지.

     《반면 지난 50여년간 남과 북이 너무 많이 달라졌고 통일 후의 혼란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며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동북공정' 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샘: 이 문장만으론 문제가 없지만, 이후에 나오는 부연 설명이 미흡해 허전한 글이 됐지. 논술 글에선 반대측 주장을 일목요연한 논리로 반박하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단다. 또 `나는'이나 `∼라고 권하고 싶다'식의 표현은 논술 글답게 다듬어야겠지.

     =>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왜 중국이 `동북공정'이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글샘: 흔히 말하는 `논술투'의 문장으로 표현하라는 거지. 그리고 `통일 후 혼란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라는 주장의 허점을 밝혀주는 것도 필요해. 넓게 보면 그런 대목이 딱히 없는 것도 아니지만,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라는 뜻이야. 여기에 `동북공정'에 관한 배경지식을 보태면 더 좋겠지.

     이번엔 어색한 문장을 다듬어 볼게.

     《그 이유는 `분단국가의 현실'에 있다고 생각한다.》(동북공정과 독도문제의 어려움을 분단 현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분단이라는 현실은 동북공정에 대책을 마련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우리의 형제를 겨누기 위한 무기를 사느라 국가 예산을 낭비하며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다.이 공포를 없애고 한반도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지금 우리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까?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국민의식 수준에 맞출 필요가 있음.)

     => [그런데 남과 북은 서로를 믿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갈라져 살아 왔으며, 형제를 겨누기 위한 무기를 사는 데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되찾고 한민족으로서 힘을 모아 세계속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통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모든 노력을 `한 걸음씩 다가가기'라 부르고 싶다.》(논술은 자신있게 써야. `그렇다면 ∼∼∼해야 할까'식 표현의 남발은 자제.)

     => [통일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 걸음씩 다가가기'일 것이다.] 또는 [통일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 걸음씩 다가가기'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마음이 북녘에 닿아 언젠가는 그들도 우리에게 오는 걸음을 한 발짝 떼게 될 것이라 믿는다.》(연결 단락에 우리측 반응이 없음. 시대상황에 걸맞은 구체적 내용을 추가.)

     => [식량지원을 해주었음에도 북한의 운용 방식이 때론 우리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글샘: 마무리 부분에 좀 더 욕심을 낸다면 학생이니만큼 통일교육에 대한 생각을 넣었으면 해. 《화해와 협력, 공존의 신남북 관계에 부합하는 새로운 통일교육 패러다임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이 들어가면 괜찮을 거야.  학생들도 논술을 쓸 땐, 글감을 만들어 내는 재주도 필요하지. 일부러 짜맞추기 식으로 쓰면 곤란하지만 생각을 조금 넓게 잡으면 멋진 글감이 떠오를 수 있을 거야. 오늘은 이만. (경남신문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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