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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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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22)모방과 창조

  • 기사입력 : 2005-10-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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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짱: 궁금한 게 있어요. 글샘은 언제부터 글을 잘 쓰셨나요?

    글샘: 어려운 질문이구나. 잘 쓴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정해져야 답하지. 잣대 없이 대충 말하자면. 고교 땐 글을 아주 못 썼어. 솔직히 군대시절 ‘펜팔’을 하면서 이런 저런 책을 보에서 멋진 구절을 뽑아 끼적거린 게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계기가 됐다고나 할까.

    글짱: 글쓰기 첫걸음은 모방에서 시작해 창조로 이어진다는 뜻이군요.

    글샘: 딩~동~뎅! 바로 짚었어. 왜 초보 글쓰기에서 모방이 중요한지 설명해주마. 물론 ‘베끼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모방을 전제로 하는 거지. 다음 예문을 읽고 몇 학년이 쓴 글인지 알아맞혀 봐!

    예문 : <논설문> 나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자

    새로운 것들이 개발되고 유행을 이끌면서.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머리를 부분마다 다른 색으로 나누어서 염색을 하는 사람. 귀뿐만이 아닌 눈썹이나 배꼽에 피어싱을 하는 사람. 심지어는 손톱에 귀고리를 달거나 손톱을 아주 길게 길러 화려하게 치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틀에 박혀 있는 것보다는 새롭고 독특한 자신의 것을 만들려는 사람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따가운 눈초리가 아닌 생각으로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모방’이 아닌 ‘창작’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개성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개성은 자기만의 인격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남의 것을 모방한다면. 그 사람은 사회에서 주목과 그에 따른 인정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나를 표현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나에 대한 자신감을 암시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두 번째로. 개성과 모방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의 생각을 그대로 빌려오는 것은 도둑질과 마찬가지이다. 대상이 누구든지 자신의 생각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정작 타당하지 못하다고 하여도. 생각의 샘에서 나온 귀중한 의견은 소중하다. (중략)
    지금까지 개성있는 행동이 필요한 이유와 개성을 나타내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발휘하여 나타낸다면. 한층 더 발달한 생활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글짱: 중학교 3학년쯤 되는 학생의 글 같은데요?

    글샘: 땡~! 초등학교 6학년이 쓴 글이야. 맑은 심성에서 나오는 어린이투의 표현을 엿볼 수 없어 아쉽지만. 논설문 형식으로는 잘 쓴 글이지. 그러나 ‘모방이 아닌 창작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같은 구절을 보건대. ‘개성’과 ‘모방’. 그리고 ‘창작’이라는 낱말을 헷갈리고 있어. 어려운 말로 ‘개념의 혼란’이라고 할 수 있어.

    글짱: 제가 보기엔 그다지 무리가 없는데요?

    글샘: ‘개성’과 ‘모방’이란 용어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개성은 ‘모방의 반대편에 나란히’ 있는 게 아니라. ‘반대편 비스듬한’ 곳에 있다고 보면 돼. ‘모방’의 반대편엔 ‘창작’이 있어야지. 그러한 개념의 혼란 때문에 ‘피어싱’이라는 유행의 기류마저도 ‘창작’으로 단정해 버리는 비논리적인 주장이 나온 거야. 또 ‘지금까지. ~~~을 알아보았다’는 식의 표현은 논설문이든 생활문이든 ‘버려야 할 표현’이지.

    글짱: 논술탐험에서 누누이 강조했잖아요?

    글샘: 그랬던가? 그건 그렇고. 이처럼 개념(용어)을 이해하지 못하면 주제가 흐트러지는 오류를 범한단다. 개성을 주제로 한 초등생의 논설문에서 머리염색이나 머리땋기 따위는 어울리는 글감이야. 다만 ‘주제’에 접근하지 못한 채 인용에만 머물러 ‘개성을 발휘하면 발달한(?) 생활을 한다’는 식의 이상한 결론으로 끝난 게 아쉬울 따름이야.

    글짱: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글샘: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투’를 먼저 모방해 보면 조금씩 자기만의 글투를 갖게 된단다. ‘개성’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 줄게. 경남신문에 실린 여러 칼럼글 중에서 일부분만 발췌한 거야.

    (1)‘얼짱’ ‘몸짱’ 하는 말이 청소년들의 대화에 자주 쓰이고 있다.(중략)  누구나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끼와 재능이 있다. 이것이 나만의 ‘짱’이다. 창의성을 살려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끼와 재능을 발휘했을 때도 같이 박수를 쳐주는 아량있는 ‘짱’문화가 필요하다.(중략)

    네티즌과 청소년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이 ‘짱’문화를 기성세대들이 관심있게 보면서 격려하고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짱’문화가 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2)유태인의 격언에 ‘남과 똑같은 우등생이 되기보다 남과 다른 사람이 되라’는 말이 있다. 판박이처럼 규격화된 몰개성적 모범생보다도 무언가 남과 다르고 자주적인 개성 속에서 창조성을 발휘하는 인간형이 될 것을 강조하고 또 자녀들을 그렇게 교육시킴으로써 유태인이 세계 역사를 움직이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모두가 운동장을 걷거나 뛸 때는 시계 반대 방향이 원칙이며 그렇게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중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걷거나 뛰는 이들이 있어 불편함을 겪게 된다.(중략)

    아무리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는 사회라고 할지언정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지켜야 할 질서를 지켜야 모두가 편하고 즐거운 운동시간이 될 것이다.

    (4)요즘 학생들은 간섭도 싫어하고 부모의 통제권 밖에서 벗어난 학생일수록 개별적으로 보면 하나 같이 똑똑하고 영리하며 자기 개성이 너무 강하다.

    글샘; 개성의 중요함을 논하는 단락엔 인용문 (1)~(2) 같은 글을 참고하면 좋아. 그러나 논설문엔 장점만 쓰는 게 아니야. (3)~(4) 같이 개성의 문제점도 언급하는 ‘대비 형식의 글’을 곁들이면 구성이 훨씬 탄탄해지고 결론 도출도 쉽다는 걸 기억하거라.(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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