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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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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23) 시각의 차이

  • 기사입력 : 2005-10-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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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짱: 요즘 신문을 보면 헷갈려요. `강정구 교수 사건'을 놓고 신문마다 주장이 달라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거든요.

     글샘: 그렇 수도 있겠군. 그러나 이념 논쟁에서 신문마다 똑같은 주장을 한다면 우리나라엔 신문사가 한 곳만 있으면 되겠지. 이 문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신문의 논조 차이로 해석해야지.
     그래서 논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상반된 논조의 신문을 비교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립해 나가는 게 도움이 된단다. 마침 중3 학생이 글샘의 사이트에 `강 교수 문제'를 다룬 글을 올려왔더구나. 한 번 읽어보렴.

         <중 3이 쓴 글> 제목: 무제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문제에 이어 또 한 번 체제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나는 `국가 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하고', `맥아더 장군 동상의 철거는 옳지 않으며', `강정구 교수와 법무부 장관은 나름대로 소신 있게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 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하는 이들, 강 교수와 법무부 장관에게 비판적인 이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생각의 차이'일 뿐이지 않은가? (중략)

     혹자는 강 교수의 발언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크게 위협한다며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 교수의 발언의 요지는 `6·25전쟁의 의미'에 있는 것이지, 체제의 우열을 가리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현재 강 교수를 비판 아닌 비난으로 매도하려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진심으로 그들이 체제의 유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강 교수를 비판하는 것이리라 믿고 싶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한 지식인의 발언이 `눈에 거슬려' 매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지 다른 생각일 뿐'이라고 인정하고, 그의 발언에 정식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유로운 사고와 자유로운 표현을 존중하는 사회. 상대방의 의견에 끊임없이 질의·반론하여 공동의 의견을 이끌어내는 사회, 이런 사회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사회라 생각한다.
     민주주의 체제의 수호를 부르짖으며 강 교수의 발언을 비난하는 이들이여! 당신은 얼마나 민주적이십니까?
     
     글짱: `생각의 차이'라는 논점으로 썼네요.

     글샘: 다만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하지 못한 게 흠라고 할 수 있어. 특히 마지막 문장은 논술에서 감점요인이지. 자신의 생각은 확실하게 표현해야 하지만 논술 글엔 이성적인 판단이 드러나야 한단다. 그래서인지 글의 제목도 자신있게 달지 못 하고 `무제'로 쓴 듯해. 또 좀 더 수준을 높이려면, `진보와 보수의 논쟁'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겠지. 오늘은 신문의 칼럼을 보며 `접근 시각'을 탐험해 보자꾸나.
     
     (1) 이제 한국의 보수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그런 이상주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의견에는 단호히 반대하지만, 그런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는 존중한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도 자유주의 이상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안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글샘: 한 대목만을 인용했지만, 유심히 보면 보수 논객의 칼럼임을 일 수 있지.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견지하며 자기 주장을 내세운 점을 참고할 만하단다.

     (2) 진보학자가 주류 시각과 다른 급진적 주장을 하고 나서면 당연히 그 주장을 학술적 논쟁을 통해 검증하고 틀린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 그 주장과 그 학자는 자연스럽게 학술적으로 매장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강정구 교수 사태가 보여주듯이 이 같은 학술적 검증 과정에 앞서 국가보안법에 의한 구속 위협이 따르게 된다.(중략)
     모든 학문은 자기 성찰과 내부 비판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는데 국가보안법 체제는 주기적으로 강정구 사태 같은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진보학계가 이 같은 탄압에 대항해 싸우느라 자기 성찰과 내부 비판을 할 기회, 이를 통해 학문적으로 발전하는 기회를 박탈해 온 것이다.

     글샘: 이 글은 진보 논객의 글이지. 진보학계의 자아성찰을 주장하면서도 논쟁의 원천 요인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잖아. 이 글 또한 이성적 판단이 돋보이지 않니?
     
     (3) 사태가 이렇게 비화된 것은 정치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각각 지지세력의 재결집이라는 정략적 목적을 갖고 이 문제를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다.(중략)
     당초 이 사안은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강씨의 주장이 학문적 영역에 속한다면 학계에서 검증하면 될 일이었고, 학문적 범주를 벗어난 선전·선동적 발언이었다면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글샘: 언뜻 보면 양비론의 시각 같지만, 여야 정쟁 차원에서 보면 진보 성향 논객의 칼럼임을 짐작할 수 있을 거야. 정치권의 책임을 추궁하며 소모적 논쟁을 끝내자는 게 골자야. 

     (4) 학문적 주장은 결코 사법적 판단에 의해 수정되지 않는다. 학문적인 논의는 학문적 토론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학자의 주장에 대해 사법적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대한민국 체제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던져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번 논란이 한국 현대사에 대한 한 차원 높은 논의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글샘: 최근 여러 칼럼에서 강 교수 옹호론과 매도론이 나왔지. 이 글은 원론적인 입장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글 같아도 핵심은 사법처리를 반대하는 칼럼이야. 학문과 역사의 영역으로 다루려는 글을 쓸 때는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단다.
     
     (5) 보수는 여전히 한 세대 전에 만들어진 기득권의 유지에 집착한다. 논리도 인물도 비슷하다. 시대 변화에도, 국가 진로에도 맞지 않는다. 미래는 고사하고 현재도 책임지기 어려운 모습이다. 강 교수가 지사인 양 행세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진보와 민주주의의 한 자락을 차지하려면 그에 걸맞은 언행이 뭔지 먼저 숙고해봐야 한다.

     글샘: 진보와 보수 양쪽을 비판하는 글이야. 한 대목을 인용했기 때문에 논술에 어울리지 않는 양비론적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지? 그러나 이런 대목을 본론에 넣어 처리한다면, 자기 주장이 담긴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논술의 완성도가 달라진단다.
     신문은 논술의 교과서야. 책에서 보지 못한 시사 지식이나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담겨 있지. 그런 내용을 글감으로 가공한다면 한층 알맹이 있는 논술이 될 거야. 이때 유념해야 할 건 한 부분만 읽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는 점이지. 오늘은 이만. (경남신문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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