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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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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23) 내가 보는 사회

  • 기사입력 : 2005-1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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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분들은 역사 공부 열심히 하나요? 선생님도 학창시절에 역사 공부한다고 밑줄 긋고 줄줄 외우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가장 이해가 안 되었던 점이 시대별 주도세력을 외우고 이해하는 거였어요. 지금처럼 학생들을 위한 재미있는 역사 시리즈가 많이 나오던 시대가 아니라. 교과서만 보며 열심히 밑줄 긋던 시대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 시대에 대한 이해는 하지도 못한 채 문벌귀족. 호족 등등 하면서 용어들만 외웠어요.

    여기서 주도세력 이야기를 좀 더 할게요. 어떤 시기든 그 시대의 성격으로 이익을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피지배층은 당연히 후자에 속하겠죠.

    대체로 행동력이 부족해서 상황을 바꾸기에는 상당히 힘들지만 지배층의 욕심 때문에 생기는 모순이 극에 이르러 피지배층의 불만이 커지게 되면 피지배층의 지지를 업고 지배층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하게 되죠.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사회를 이끌면서 이익을 누린 지배계층과 그에 도전하면서 피지배계층의 이익에 표방하는 새로운 세력이 새로운 지배층으로 등장하여 피지배계층에게도 다소 개선된 새로운 사회가 전개된답니다.

    이렇게 새로운 시대를 열고 그 시대를 이끌어 가는 계층을 ‘역사주도세력’이라고 부르죠. 그렇지만 또 이 주도세력 때문에 모순이 나타나게 되고 새로운 세력이 또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이것의 반복이 ‘역사’라고 할 수 있어요.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요즘 들어 보수. 진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요. 자.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생각해 보자고요. 시대의 주도세력을 ‘보수’라고 할 수 있고. 주도세력의 모순에 지쳐 피지배계층의 입장을 옹호하는 새로운 세력이 ‘진보’예요.

    어느 시대이든 보수와 진보는 존재했고. 이 두 집단 사이의 끊임없는 대립이 사회를 발전시킨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시대를 함께 공유하는 우리들에겐 이 대립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 불안해 보이기도 할 거예요.

    최근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강정구 교수 파문. 10·26재선거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 APEC수업. 자유냐 평등이냐. 분배냐 성장이냐에 대한 논란은 바로 보수와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관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정치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유럽의 정치는 계층정치라고 해요. 가난한 계층이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중산층은 보수정당을 지지하죠.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정치적 의미에서만 찾아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보수의 가치를 설명하자면. 첫째 산업화 세력을 들 수 있어요. 즉 군부를 중심으로 한 박정희 정부를 말하죠. 이때부터 산업화가 시작되어 빈곤을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되었어요.

    둘째는 반공세력이죠.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시대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았어요.

    마지막이 성장중심주의예요. 경제가 좋아지면 서민경제까지 좋아질 수 있다는 가치죠. 다른 어느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인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평가가 좋은 이유가 바로 이 점 때문이에요. 경제성장이 서민생활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죠.

    여기서 하나 더. 미국을 뺄 수가 없어요. 우리 산업화의 핵심. 반공이데올로기의 핵심은 미국이니까요. 종합해 보면 반공. 국가중심주의. 성장중심주의. 친미주의가 한국 보수의 핵심적 가치가 되네요.

    그렇다면 진보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진보라는 개념이 실제로는 6·25 이후로는 거의 실종되었기 때문에 민주화세력을 진보라 할 수밖에 없네요. 산업화에 대항하면서 생겨난 가치겠죠. 산업화의 뒷전으로 밀려났던 노동자의 인권문제. 성장중심주의 속에 절대빈곤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한 사람들의 가치겠죠. 경제민주주의. 복지국가. 노동인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반공으로 갈라진 국가가 아닌 반공을 넘어선 민족중심주의가 이들의 가치인 셈이네요.

    부산에서 열리는 APEC에 대해서 수업하는 문제를 가지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좋겠어요.

    친미. 성장중심주의자들이 보기에 APEC이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부산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부각될 것이고. 반미. 신자유주의로 인해 부각되는 빈부격차를 문제시 하는 사람들에게는 APEC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거지요.

    어떤 가치가 옳은 것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랍니다. 우리나라의 보수는 사람들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이후 다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세계화의 문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학문과 사상의 다양성을 통한 진보를 내세우지 못한 진보세력 또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신’과 ‘제가’를 위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그리워지는 가을이네요.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보수와 진보의 한자를 찾아 개념정리를 해보고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우리 역사에서의 보수와 진보를 시대별로 정리해 보고 그 시대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그 가치로 인해 나타난 문제가 무엇인지 조사하여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3. 강정구 교수 파문. 10·26재선거에 대한 정치권의 불안 등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여 기사 분석을 통해 보수와 진보가 가지고 있는 가치판단의 근거를 찾아 토론해 보고. 그 근거에 의해 쓰여진 사설이나 칼럼 등의 글을 분석하여 나의 입장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4. 부산에서 개최되는 APEC에 대해 조사를 해 보고 세계경제협력기구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성과 부정성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5.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해 계속 화두가 되는 국가보안법을 조사하여 보고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6.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나와 있어요. 민주공화국이란 말은 민(民)이 주인으로서 함께 화합하는 나라라는 뜻이죠.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나라에 대해 토론해 보고 신문에서 그렇지 못한 예를 찾아 이야기 나누세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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