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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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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24) 우리의 오리엔탈리즘

  • 기사입력 : 2005-1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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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포터 시리즈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 ‘프로도 경제효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경제적 고부가가치산업이 되어 버린 판타지 소설. 그리고 영화. 게임. 요즘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죠?

    가장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인 ‘반지의 제왕’은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무려 11개 부문이나 휩쓴 작품이에요. 원작은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영화로 대성공을 거두었어요.

    이런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먹히는 사회적 관점은 잠시 제쳐두고라도 이 영화 속 장면들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어요. 가장 큰 관점은 인종적·성적 차별주의와 서구적 지향성이에요. 중간계에서 활약하는 영웅은 모두 백인 남성이고요. 여성이나 비서구인은 보이지가 않아요. 우리의 눈을 가장 사로잡는 전투장면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원정 때 만나 패배했던 페르시아제국의 다리우스 1세를 연상케하는 코끼리부대의 출현은 조금 당황스럽더군요.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점이에요. 특히 서구중심주의적 사고관이죠.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서구인에 대한 우호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셈이죠.(사진 : 프랑스 서남부 도시 툴루즈 교외의 렌느리에서 이민자들의 시위로 버스가 불타고 있다.)

    세계사를 보면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 아시아 그리고 남미에서 먼저 발견되었고. 인류 최초의 문명이 중동. 이집트. 중국. 인도의 강가에서 생겨났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그리스로 넘어가 알렉산더의 정복대상으로서의 동양이 잠깐 언급되다가 서구와 충돌하는 모습의 동양으로만 보이고 있어요. 그것도 종교에 굉장한 집착을 하여 편견을 지닌 집단이나 테리리스트로. 아니면 경제적 약자로 말이죠.

    왜 이렇게 세계사는 서구중심으로 되어 있을까요? 에드워드 사이드라는 사람이 1978년 ‘오리엔탈리즘’을 출간하였는데 이 책을 보면 의문에 대한 답이 있어요.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식체계를 가리키는 말로서 ‘우월한 서양’ ‘열등한 동양’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포함하고 있어요. 사이드는 이런 오리엔탈리즘이 동양을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지배하고 간섭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동양인들에게 서양의 간섭과 지배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거예요.

    고대부터 18세기 중엽까지 유럽의 바깥에 다른 어떤 세계가 있다는 인식에 근거하여 싸워야만 하는 존재로 동양이 인식되었고. 18세기말부터 20세기초 식민지 독립시대 이전까지는 현실적인 힘의 우위에 따라 지배와 피지배. 주인과 노예라는 관점의 동양 바라보기에서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서구의 자기만족 폐해에 대한 대안으로 동양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이것도 서양인에 의해 필요한 동양인에 대한 연구이므로 오리엔탈리즘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하네요.

    더 큰 문제는 잠재적 오리엔탈리즘의 확산이라는 거예요. 위에서 언급한 영화나 소설. 그리고 서구의 정치가들이 중동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면 할수록 그것은 ‘테러리스트’ 중동사람들을 지배 종속하기 위한 암묵적 행동계획. 즉 경제적 봉쇄나 전쟁에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와의 전쟁. 그리고 북한의 상황을 보면 그리 설득력이 없진 않네요.

    새무얼 헌팅턴의‘문명의 충돌’에서는 현대사회의 대립구조를 ‘종교’로 설명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이드는 이런 사고 역시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구조를 정당화 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어요. 오리엔탈리즘적인 사고의 기반에서 시작한 동양에 대한 우월성이 문화적. 인종적 편견을 만들었고. 이는 곧 대결과 갈등을 확대 재생산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요 며칠 계속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나오는 ‘프랑스 이민자 소요사태’를 봤을 거예요. 저번 영국 런던테러 때와 같은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차별이 원인이라고 하네요. 프랑스는 다른 유럽사회에 비하면 이민자에 대한 정책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이 발생하자 이민정책을 유도하여 경제발전을 이끌어냈던 유럽사회가 동요하고 있어요. 이민자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보니 ‘테러리스트’와 연관하여 반이슬람 정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원인이겠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로 무장한 서구인들의 눈에 비춰진 이민자들의 삶이 어떻게 보였을까요?

    우리나라에 유학온 고려인(러시아 한인교포) 여성이 “나처럼 고려인 딱지를 달고 여기서 살아 보셨나요? 식당을 가도 미장원을 가도 내 외국식 발음을 듣고 맨 먼저 물어보는 것이 ‘어디에서 왔느냐?’는 것이죠. ‘고려인’이라고 대답하면 십중팔구 반응은 ‘아이구 거기는 어렵지? 사는게 어려워서 왔구먼?’ 이런 식이죠. 국어의 조사체계를 연구하러 왔다고 하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들 실실 웃어 보이죠. 그들은 말로는 우리를 같은 민족. 같은 동포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단지 불쌍히 여겨 동냥해야 할 하층민들이죠. 러시아에 있으면 인종차별을 일삼는 경찰에게 가끔 모욕을 당하지만 그들의 차별보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차별이 더 힘들고 무서워요”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중에서) 라고 말하고는 공부도 마치지 않고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하네요.

    우리 주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는 얘기나 별로 다르지 않아요. 그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경제적 우열에 따른 단순한 차별이라기보다는 우리 시회가 가지고 있는 ‘한국식 오리엔탈리즘’ 아니었을까요?

    [이야기 나누어보세요]

    1. 오리엔탈리즘이 무엇인지 정의. 역사 등을 조사하여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서양을 우월하다고 보는 것이 오리엔탈리즘이라면 동양을 우월하다고 보는 것은 옥시덴탈리즘이라고 해요. 이 두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에 맞는 예를 주변에서 찾아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3. 서양인으로 동양에 대한 애정을 갖고 바라본 대표적인 인물이 소설가 펄 벅이에요. 중국으로 건너가 동서양의 갈등을 직접 체험한 것들로 작품을 주로 썼는데 그중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지’라는 작품이 있어요. 이 책을 읽어보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4. 미국의 ‘악의 축’ 발언과 관련한 중동정책. 북한 정책은 정치이데올로기로서의 오리엔탈리즘적인 기능을 무시할 수 없어요. 이와 관련한 기사를 스크랩하여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5. 프랑스 소요사태 기사를 스크랩하여 과정을 정리해 보고 런던 테러와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찾아보고. 미국도 이민자의 나라라는 점에서 공통점과 다른점을 찾아 토론해 보세요.

    6. 유럽에서는 노동력의 필요에 따라 이민정책을 실시하였어요. 이민의 역사를 정리하여 문제점은 없었는지 알아보세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이민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토론해 보세요.

    7. 해리포터 시리즈 많이 좋아하죠? 서구의 아주 유명한 작품 속에도 오리엔탈리즘적인 사고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어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그 외 여러분들이 즐겨보는 판타지 소설 또는 게임 속에 있는 오리엔탈리즘을 친구들과 찾아보고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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