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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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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26)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할 때

  • 기사입력 : 2005-1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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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3일 쌀 관세화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그동안 농민들의 시위를 신문에서 많이 보았을 거예요. 법안통과를 저지해 왔던 일부 의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농민의 고통을 누가 아느냐?’며 호소를 하기도 했어요.

      세계는 거대한 시장이나 다름없어요. 복잡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때로는 처절할 정도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요. 산업혁명 이후로 ‘소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국내 소비뿐만 아니라 국외 소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무역’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과도한 경쟁은 언제나 화를 부르기 마련이죠. 무역에 대한 과도한 경쟁이 결국은 세계전쟁을 불러왔고. 결국 유럽사회는 과거의 화려함을 뒤로한 채 세계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고 말았어요. 1944년의 일이에요.

      세계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연합(UN)이 필요했고. 새로운 경제 질서를 요구했어요. 두 번의 전쟁에서 승리자가 된 미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질서를 요구했고 이에 부응한 것이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예요.

      국가간 무역을 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관세예요. 때로는 이 관세를 이용하여 국가들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특정산업을 보호하여 키우기도 해요. 일본과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프랑스는 항공산업을. 미국은 자동차산업을 이런 형태로 키운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자기 산업만 보호하다 보니 무역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었어요. 미국의 슈퍼 301조 발동은 바로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어요.

      GATT의 핵심사항은 관세인하 정책이었지만 오히려 나라마다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에 국가가 더 많이 개입하는 사례가 나타난 셈이죠.

      무역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국가가 개입을 해서 보호해야 한다는 보호주의적 관점이 있고. 최대한 국가개입을 배제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관점이 있어요.

      결국 세계는 이 두 관점이 충돌하게 되었고. 두 나라간 협상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시 다자간협상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는데 GATT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강제력이 없다는 거예요. 협상을 하더라도 지키지 않는 나라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협상을 해도 소용이 없었던 거죠.

      1986년부터 우루과이에서 협상이 시작되어 7년 후인 1994년에야 마무리가 되었는데 여러나라가 모여 공동기준을 정하려고 하다 보니 그만큼 시일이 많이 걸린 거겠죠. 하지만 이 우루과이라운드는 다른 라운드와 달랐어요. GATT가 가지고 있지 못했던 강제력을 가지게 하기 위해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게 되었거든요.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우루과이라운드 사법기관의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무역분쟁에 따른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 거예요.

      WTO가 주도하는 세계경제무역질서는 자유주의예요. 자유주의무역의 핵심은 관세를 줄여나가 마지막에는 관세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에요. 요즘 여러분들이 많이 들어봤던 말 ‘신자유주의’는 바로 무역장벽을 없애고 자유경쟁을 유도하는 경제개념인 셈이죠.

      70~80년대의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심에는 보호주의 무역이 있었어요. 공산품에도 관세정책을 유지하고 국가가 특정분야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해 주었고. 농산물분야는 아예 수입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1994년에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는 보호주의무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에요.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공산품 관세를 줄이고 서비스나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개방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농산물. 쌀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정부는 10년간 개방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원료로 쓰이는 일부 쌀만 수입을 했어요. 그 10년이 지나고 올해가 다시 협상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정부는 다시 10년간 완전개방을 미루고 이번에는 식탁에 올라오는 쌀도 부분적으로 수입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농업보조금 정책도 할 수가 없으니 쌀값이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므로 농민들은 시위를 하는 거예요.

      우리 경제에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을 볼 때 개방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정부가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식량이라는 부문에서 볼 때 쌀은 우리의 주권과도 연결되는 부문이기에 농민들도 나름대로 이유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올 12월에 홍콩에서 WTO회의가 있어요. 지금까지는 라운드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는데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명칭을 ‘개발 어젠다’로 바꾸었어요. 카타르 도하에서 맨처음 사용해서 도하개발어젠다(DDA)라고 부르죠. WTO가 너무 미국 중심. 선진국 중심이라는 비난이 많기 때문에 이번 홍콩회의에서는 선진국이 아닌 국가들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자유주의는 선의의 경쟁으로 창의력을 발전시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출발선이 똑같은 조건이었을 때 얼마나 더 노력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인데 지금 세계는 출발선이 너무나 다르잖아요?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소리에도 세계선진국들이 귀를 기울였으면 해요.

      농민들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부터는 슈퍼마켓에서 외국쌀을 보게 되었어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쌀은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된다는 거예요. 세계는 지금 식량전쟁에 돌입했어요. 미래 우리의 모습에 땅도 포함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경제란 무엇인지. 무역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과거 우리의 역사를 보면 상업을 중요시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점을 찾아보고 서양에서의 중상주의정책이 야기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조사하여 보세요.

      3. 농사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둥그배미야(푸른숲)’라는 책을 읽어보고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4. 토종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에 관한 기사가 나와요. 검색하여 스크랩해 보고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미래사회와 연결하여 토론해 보세요.

      5. 미국에서는 GMO(유전자변형)식품을 개발하여 식량사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어요. 무엇인지 조사하고 장단점을 이야기 해 보세요. 요즘 아프리카 빈곤에 관한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GMO식품이 아프리카 빈곤해결에 도움이 되는가?’를 조사하여 친구들과 토론하여 보세요.

      6. WTO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아요. 세계화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반세계화 목소리에 왜 WTO가 들어가는지 조사하여 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7. 지금까지 세계의 화두는 상업이었어요. 하지만 환경재앙으로 인해 땅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그래서 선진국들은 농업에 획기적인 시도를 많이 하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어요. 식량안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농산물 개방에 따른 문제점을 연결하여 생각해 보세요.

      8.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 같은 고전을 조사하여 지금의 신자유주의와 연결하여 생각해 보세요.

      9. 영화 ‘스팅’을 보면 미국의 술 전문가게를 정부가 허가해 줄 때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지 못하도록 가게와 약속을 해요. 그렇지만 정부는 수시로 가게가 술을 파는지 조사를 해서 가게 주인을 고발해요. 시장 참여자들이 게임 룰을 지키지 않고는 온전한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없어요. 경쟁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경제윤리를 망각한 채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아요. 무엇이 경제윤리일까요? 이것이 시장자유주의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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