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유혜경의 NIE] (27)신문으로 세상공부

  • 기사입력 : 2005-12-05 00:00:00
  •   
  • 윤리 덕분에 과학이 건강해질 수 있어요.

      지난 11월 24일 황우석 교수가 연구원 난자 사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국민 사과를 했어요. 기자회견장에서 황우석 교수는 “한 템포를 늦춰 가더라도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소중한 진리를 성찰할 여유가 저에게는 없었던 것… 그러다 보니 오늘과 같은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후회어린 고백을 했어요. 정말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가장 존경받는 과학자로. 가장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던 황 교수의 고백에서 우리 사회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해요. (사진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황우석교수)

      세계에서 최초로 인간의 복제배아를 만들고 거기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내는 것. 이것이 황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이루어 낸 일이에요. 세계가 놀랐고 우리도 자랑스러워 했어요. 하지만 많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음에도 성과에만 집착하여 그냥 넘어간 생명 윤리라는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나 다름없었어요.

      먼저 가장 근본적인 윤리문제부터 알아볼까요?
      복제배아를 만들어 줄기세포를 추출해 난치병 환자를 치료한다고 하는데. 배아는 수정된 후 14일 전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놔두면 태아가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복제배아를 그대로 두면 복제인간이 되는 거죠. 두 번째로는 복제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내면 배아는 실험을 위해 그 생명을 뺏는 경우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배아를 실험대상으로 보고 실험하는 것은 생명을 도구로 사용하게 되는 무서운 일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하지만 이런 윤리적 문제가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난치병 연구를 위한 배아복제가 금지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황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이 연구를 해서 결국은 성공을 한 거예요. 그렇다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위의 근본적인 윤리문제와 별도로 연구 과정의 부적절성 때문이에요. 실험용 난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의 비윤리성. 그리고 연구원의 난자제공. 이 두 가지 문제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첫 번째. 실험용 난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자가 실험에 사용되다 보니 제공자들에게 난자사용의 목적이나 난자채취 후 있을 수 있는 부작용 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점이에요. MBC PD수첩에서 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문제가 커졌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작년 5월부터 이 문제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난자매매 문제는 실제로 외국에서도 난자제공자에게 실비를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돈을 지급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럼에도 난자매매 쪽으로만 보도가 되더군요. 그 덕분에 난자기증센터를 설치하여 황 교수를 돕자고 하는 여론이 일어나게 되었고요. 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난자제공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제공자들이 모른다는 점이죠.

      두 번째. 연구 중에 있는 연구원의 난자제공 문제인데. 황 교수의 연구원이 <네이처>지와 인터뷰를 했을 때 같은 연구진이 난자를 증여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전혀 몰랐고. 이를 명시한 헬싱키선언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했어요. 황 교수를 포함한 생명과 관련되는 연구를 하는 우리나라 과학자들조차도 이것을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 과학계의 윤리의식이 세계 기준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황 교수가 여러 직을 사퇴한다고 해서 이 연구가 중단될 가능성은 없어요. 이런 윤리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와 그 연구진이 만들어 낸 업적은 세계에서 인정하고 있어요. 지난해 2월 시민사회에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자 황 교수가 연구를 중단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10월 일방적인 연구재개를 선언함으로써 윤리문제가 부각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그때 이런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졌다면 이번과 같은 일은 없었을 거예요.

      지금 우리사회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를 실천에 옮기고 있어요. ‘황우석 살리기’에 앞장 선 여론과 언론에 의해 건전한 비판이나 토론마저 ‘국익훼손’으로 매도될 만큼 균형감각을 잃고 있어요. 지난 반세기 동안 과학기술의 반인간적. 반문명적 질주를 수없이 경험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윤리를 붙여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건강한 사회는 과학기술은 발전시키되 이것이 사회를 지배할 수 없도록 제동을 거는 사회예요. 그 제동을 거는 힘이 비판적 윤리적 능력이죠. 윤리가 과학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파괴적 일탈을 막는 것인 셈이죠.

      황우석 교수와 연구팀은 이번 사건으로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과학을 위해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이야기 나누어보세요]
      1. 황우석 교수와 관련되는 기사를 스크랩하고 모르는 단어를 조사하여 정리하세요.

      2. 복제양 돌리부터 인간배아 복제까지의 생명복제와 관련한 내용을 정리하여 보세요.
      3.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서 자연스럽게 생긴 양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복제양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조사하여 친구들과 퀴즈상식대회를 열어 보세요.

      3. 자신이 골수암에 걸려서 골수를 이식받지 않으면 죽을 상황이라고 가정을 해 보세요. 나와 똑같은 골수를 만들기 위해 나와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을 찬성하나요? 골수를 이식받지 않으면 자신이 죽고. 골수이식수술을 받으면 복제인간이 죽을 수 있어요. 나라면 어떻게 할까요? (영화 아일랜드나 전갈의 아이-비룡소-를 보면 더욱 좋아요)

      4. 영국에서 유전자 조작이 성공해 머리없는 올챙이를 만들었어요. 개구리 배아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특정 부위의 발달을 막는 기술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연구예요. 하지만 인간배아를 이용하여 인공장기를 만들어 내겠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은 많아요.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과학기술. 멀지 않는 미래의 일이에요. 미래과학의 모습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