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우리말 소쿠리] 을씨년스럽다

  • 기사입력 : 2005-12-19 00:00:00
  •   
  • 벌써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초겨울부터 날씨가 매우 춥다. 해가 없고 구름 낀 날은 스산하고 쓸쓸한 느낌이다. 이런 날을 두고 ‘을씨년스럽다’고 표현한다.

    을시년스럽다’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을씨년스럽다’는 어떻게 생긴 말일까. 이 말은 ‘을사년(乙巳年)→을시년→을씨년’의 변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말이다.

    1905년 11월 18일 일제는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을사조약)을 체결해 발표한다. 일제는 이완용. 이지용. 박제순. 이근택. 권중현 등 소위 을사오적을 앞세워 강제로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고 통감정치를 실시한다.

    을사늑약은 우리나라의 외교 사무 일체를 일본 외무성이 관리할 것 등의 다섯 조문으로 되어 있다. 형식적으로는 1910년에 경술국치를 당하여 우리나라가 일본에 병합되었지만 을사늑약으로 인하여 외교뿐만 아니라 실제로 국권을 침탈당한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을사년은 우리에게 있어 가장 치욕스런 해이다.
    조약 체결 후 11월 20일자 황성신문에는 위암 장지연 선생의 그 유명한 사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실린다.

    또 이상설. 이유승. 안병찬. 민영환. 최익현 등 전현직 고위관리들이 조약 체결 거부를 요구하는 상소를 올린다. 상소로도 조약 체결이 원점으로 되돌아가지 않자 시종무관장 민영환은 국민에게 보내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다. 뒤이어 많은 사람이 죽음으로써 조약 체결에 항거했다.

    이러한 사건으로부터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을 ‘을사년스럽다’고 하던 것이 변하여 지금의 ‘을씨년스럽다’가 된 것이다.

    올해는 을사늑약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광복 60주년을 맞은 해다. 오늘의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최옥봉기자 okbong@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