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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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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28)방학때 쓰는 글(상)

  • 기사입력 : 2005-1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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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값진 경험’이 가치있는 글감

     글샘: 겨울방학이 시작됐지? 요즘 학생들은 `방학이라도 방학 기분이 안 든다'고 하더라. 방학이라도 학원공부에 매여야 하는 때문인가?

     글짱: 꼭 그렇지는 않아요. 방학이라고 하면 먼저 해방감이 들잖아요. 그래서 해야 할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여행도 가고 싶고, 가슴에 남는 착한 일도 하고 싶거든요.

     글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의미있는 방학이 될 거야. 이번 논술탐험은 `방학동안 어떤 글을 어떻게 써 볼까'라는 주제로 해 볼까? 독후감이나 논설문도 있겠지만, `값진 경험'을 글감으로 쓰는 방법을 살펴보자꾸나. 홀로 사는 노인댁에서 자원봉사를 한 학생의 체험글을 먼저 예로 들어 설명할게.

     (예문 1) 방문한 날 △△구 방문보건센터에서 ○○대학교와 호스피스 위탁사업으로 간호학과 학생들이 방문해 있었다.

     글샘: 아무리 값진 체험이라도 문장이 매끄럽지 않으면 봉사의 참뜻을 전달할 수 없지. 수식 어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주어와 술어의 호응관계에 신경 써야 한단다. 글샘이 다듬은 글과 비교해 보거라.

     【 다듬은 글 】 마침 그날 할머니댁엔 △△구 방문보건센터와 호스피스 위탁사업을 하는 ○○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이 먼저 와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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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문 2) 사업실패로 인해 빚더미에 앉게 된 아들의 보증인 할머니가 빚을 짊어지고 갈 곳 없어 양로원에서 잠시 기거했다.

     글샘: 한 문장에 많은 얘기를 담으려고 욕심 부린 문장이야. 이럴 땐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게 좋아.

     【 다듬은 글 】 할머니는 한때 집도 있었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한 아들의 빚보증을 떠 앉게 되는 바람에 집도 잃고 양로원에서 기거해야만 했다.
     
     글짱: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 투고하는 글도 이런 식으로 다듬어야 하나요?

     글샘: 당연하지. 독자가 보내온 글 중엔 거의 수정할 게 없도록 `잘 쓴 글'이 있는 반면, `앞뒤 안 맞는 글'도 있어. 신문사에선 사연이나 주장이 참신한 글을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곤 하지. 다소 어색한 문장은 담당 기자가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듬는 과정을 거친단다. 그래서 여러 신문에 투고를 해 보는 것도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될 거야.

     글짱: 아하, 그렇군요. 지금 글샘이 가르치는 식으로 첨삭 조언을 공짜로 받는 셈이 되겠네요.

     글샘: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논객이나 시민기자들 중에도 `타고난 글꾼'은 많지 않을 거야. 글을 많이 써 봄으로써 문장력이나 논점 파악 등 글쓰기 실력이 절로 향상된다고 봐야겠지.

     글짱: 신문사에선 주로 어떤 독자글을 지면에 반영해 주나요?

     글샘: 예전에 한 네티즌이 `내 글은 왜 언론에서 채택하지 않는지'를 묻더구나. 습작을 읽어 보니 글솜씨는 괜찮은 편인데도 `그냥 책상에서 쓴 글'이었어. 그런 글은 `독자의 관심이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므로 채택되기 힘들단다. 반면에 글솜씨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봉사활동 체험이나 직접 겪은 사회의 문제점을 써 보낸다면 채택 확률이 높지. 그만큼 글감이 중요한 것이란다.

     글짱: 그러면 이번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예로 들어 주세요.

     글샘: 좋아. 복원된 청계천을 다녀와서 쓴 중학 3학년의 글을 몇 대목만 소개할게.
     
     (예문 1) 청계천을 둘러보니 `거대한 인공 호수'라는 평가내용이 떠오르며, 좀 더 자연을 살린 복원을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글샘: 청계천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대목이지. 논술과는 별개로 `자유로운 글'이라 하더라도 두루뭉술한 표현은 삼가고 구체적인 문장으로 쓰는 게 좋단다.

     【 다듬은 글 】 청계천을 둘러보니 `거대한 인공 호수'라는 일부 건축전문가의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좀 더 자연을 살려 복원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예문 2) 이제는 청계천이 흘러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청계천이 소수의 기득권층만이 아닌 전 국민의 청계천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샘: 중학생다운 결론 부분이야. 고교생다운 결론은 좀더 깊이를 더해서, `건축제한 강제 규정' 마련 등 어떠한 개선과 대책이 필요한지 `대안'이 담겨야겠지. 참고로 `전문 글꾼'들은 `청계천 문제'를 다룰 때 어떤 내용을 담는지 다음과 같은 인용글을 살펴보거라.
     
     【 참고 글 A 】 하지만 계획은 사람을 위한 계획이 되어야 한다. 시민의 입장에서 접근되어야 하고 또 시민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개발시대의 논리를 벗어나 사람 위주의 도시계획, 인간성을 회복시켜 주는 도시계획이 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 참고 글 B 】 느닷없이 생태주의자가 된 시민들은 말없이 말한다. 철거된 고가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진 사람들은 다수를 위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라고.
     
     【 참고 글 C 】 옛날에 그곳이 개천이었음은 틀림없지만 말이 복원이지 사실상 새로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것도 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게 아니라 행정 당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원래 물이 없던 곳에 억지로 물을 끌어올려 강을 만든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글샘: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참고하는 것도 글쓰기 공부의 한 방법이라고 했지. 아무래도 전문가의 글솜씨가 돋보이지? 그러나 홀로서기를 하려면 체험을 글로 남기는 방법이 가장 효과가 있단다. 이번 방학 때 봉사활동이나 여행을 한 뒤엔 꼭 글을 써 보거라. 참, 올해 논술탐험은 이번이 마지막이구나. 새해 다시 만나 `방학 글쓰기 방법'을 더 깊이 알아보자.  (편집부장)

     [사진설명:방학 동안 자원봉사한 체험이나 여행 느낌 등을 글로 써 보는게 논술공부의 밑거름이 된다. 사진은 봉사활동하는 학생들과 청계천 루미나리에(빛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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