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심강보의 논술탐험(29) 방학글쓰기

  • 기사입력 : 2006-01-16 00:00:00
  •   
  • 논술탐험 (29) 방학 때 쓰는 글 (중)

     글샘: 지난 논술탐험에서 방학 동안 어떤 글쓰기를 하면 좋은지 알아보았지. 방학 때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좋은 일엔 또 어떤 게 있을까?

        글짱: 요즘 헌혈이 줄어 피가 모자란다는 기사가 신문에 나왔더군요. 헌혈을 한 뒤 느낌을 글로 써 보는 건 어떨까요?

     글샘: 옳지. 참 좋은 생각이야. 그렇지만 느낌에만 그치지 말고 혹시 헌혈 방식에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보는 글도 괜찮겠지. 글샘의 홈페이지에 올라 온 고교 2학년이 쓴 체험글을 예로 들어 글쓰기 방법을 하나씩 알아보자꾸나.

     (예문 1) 지금 헌혈기관에서는 만 17세 청소년들이 헌혈을 하려면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00일, △△도에 있는 D고 5명의 학생들이 ○○역 앞에 있는 헌혈의 집에서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그날 학생들은 헌혈을 하기 위해 학생증을 지참하고 갔지만 학생증에는 주민등록번호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학생들은 학교 교사에게 전화까지 해 가며 헌혈을 시도했지만 결국 헌혈을 하지 못한 채 문을 밀어야 했다.

     글샘: 이 부분은 글머리야. 이런 글을 신문사에 보내면 독자투고란에 게재될 수 있단다. 직접 겪은 일인데다 헌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사성 글이기 때문이지. 신문에 보도될 만한 `뉴스 가치'가 있다는 뜻이야.

     글짱: 글머리를 참 잘 쓴 것 같네요. 다음 단락에서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충분히 짐작될 정도니까요.

     글샘: 헌혈 방식의 문제점을 학생의 처지에서 잘 꼬집은 글이야. 다만 `만 17세 청소년'이라고 쓴 부분은 `만 16세 이상 미성년자'라고 해야 옳단다.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글을 써야겠지. 또 `연출되고 있다' 같은 표현이 매끄럽지 않구나. 간결하게 압축하는 방법도 필요하지.
     
     ☞ 다듬은 글 = 만 16세 청소년들이 헌혈을 하려면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00일 △△도 ◇◇시 ○○역 앞에 있는 헌혈의 집에서 D고 학생 5명이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다. 학생증을 갖고 갔지만 주민등록번호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헌혈을 거부당한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를 하면서까지 헌혈 적정 나이임을 증명해 보였지만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글샘: 우리나라에서 헌혈 가능 나이는 `만 16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되어 있어.

     (예문 2) 학생증을 제시했더니 담당자는 “주민등록번호가 안 나와 있으면 헌혈할 수 없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께 전화까지 해 가며 헌혈을 하려 했지만 끝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러면 만 17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헌혈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학교 중에는 학생증에 주민등록번호가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는 그냥 지참하기만 하면 자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인터넷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주민등록번호 불법도용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잇달아 일어나자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증에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학생증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글샘: 학생들은 `중언부언의 실수'를 자주 범한단다. 논술을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이런 실수를 조심하라고 강조하지. `그러면 ∼해야할까' 같은 비유 표현도 삼가는 게 좋지만, 학생들은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가 아니므로 큰 흠이 되는 건 아니란다.
     
     ☞ 다듬은 글  = 주민등록번호가 안 나와 있으면 헌혈을 할 수 없다는 담당자의 얘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제도대로라면 만 16세 이상인 학생이 헌혈을 하기 위해선 주민등록등본을 갖고 가야 한다. 학생증에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는 학교의 경우는 그걸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등 여러 문제 때문에 대부분 학교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뺀 채 학생증을 만드는 추세이다.

     글짱: 다듬고 나니 글의 분량이 확 줄었군요. 간결해서 쉽게 이해되지만, 글의 장르에 따라 적정한 분량을 채워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글샘: 그럴 땐 다른 정보를 보태는 게 바람직하단다. 느낌글을 쓰는 경우라면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더 넣는 식으로 `긴 글'보다는 `알찬 글'을 쓰는 방법이지.
     
     (예문 3) 그렇다면 주민등록증도 없고 운전면허증도 없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주민등록등본도 부모의 주민등록증과 도장이 없으면 발급받을 수 없다.

     글샘: 등본 발급의 문제점도 잘 짚은 대목이야. 그러나 더 줄여서 쓸 수 있을 거야.
     
     ☞ 다듬은 글  =  또 주민등록등본을 가져오면 된다지만, 등본 발급도 부모의 주민등록증과 도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글짱: 이 글을 쓴 학생은 정말 세상 공부를 많이 했나 봐요.

     글샘: 생각을 많이 하고 쓴 글이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서서히 정립한다고 볼 수 있어.
     
     (예문 4) 의료보험증이 없어도 이름, 나이,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신원확인이 되는 병원의 신원확인서비스 같이 헌혈의 집에서도 그런 신원확인 프로그램이 설치되었으면 좋겠다. 의료보험증을 가져오면 되지 않느냐는 소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길가다가 우연히 헌혈을 하는 기관이 있으면 들어가서 헌혈을 하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헌혈을 하기 위해 항상 의료보험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다.

     글샘: 여기서는 대안도 제시하면서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역력해.

     ☞ 다듬은 글  =  주민등록번호만 대면 신원확인이 되는 병원의 시스템처럼 헌혈의 집에서도 그런 프로그램이 설치되면 좋겠다. 의료보험증만 있어도 헌혈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길 가다 헌혈을 하는 차가 보이면 큰맘 먹고 실천하는 이들이 많은 편인데 의료보험증을 휴대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샘: 이 학생이 쓴 뒷단락은 무난하더구나. <이렇게 복잡한 절차가 지속된다면 헌혈을 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이 이런 사회봉사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게 된다.> 라는 내용으로 마무리했어.    좀 더 간결하게 압축할 부분이 있지만 고교생의 글로는 이 정도면 아주 잘 쓴 편이란다. 다만 헌혈기관의 의견이 글에 반영되지 않은 게 아쉬워. 글의 분량이 부족할 경우엔 ‘헌혈기관에서 왜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야 하는지’ 사례를 써주는 것도 괜찮겠지.‘적정 나이가 아닌 학생들이 영화관람표 등을 얻기 위해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헌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든지. 그런 내용이 들어가면 헌혈기관의 고충도 감안하면서 더 나은 제도를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의 글로 ‘완성작’이 되는 거란다.

        글짱: 이번 논술탐험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군요. 솔직히 제가 몸이 조금 약해 헌혈을 꺼렸거든요. 정말 이번 방학 땐 헌혈체험을 꼭 해보고 싶어요.

        글샘: 좋은 생각이야. 사랑도 실천하고. 세상 보는 눈도 넓히고. 글쓰기 공부도 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을 거야. 글다운 글을 써 보려 한다면 머리만으로 쓰는 글이 아닌 체험을 통한 생활글 쪽을 택하는 게 글쓰기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단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 (편집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