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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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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30) 방학글(하)

  • 기사입력 : 2006-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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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술탐험(30) 방학 때 글쓰기(하) - 신문기사처럼 써 보자

     글샘: 두 차례에 걸쳐 경험이나 느낌을 글로 남기는 방법을 알아봤어. 글짱은 어떤 글을 써 볼 요량이니?

     글짱: 학생기자로 활동하다 보니 글의 형식이 기사처럼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쓰는 것도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요?

     글샘: 논술문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때론 신문기사처럼 글을 써 보는 것도 필요하단다.

     글짱: 기사와 논술문의 형식이 다르잖아요?

     글샘: 구성 요소나 대안 제시 등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점이 많아. 기사는 대체로 중요한 내용을 앞부분에 담고 뒷부분으로 가면서 자세히 알려주는 형식이지. 물론 요즘엔 기사 형식에도 변화를 주어 독특한 전개방식도 있지만 말이야. 이곳 논술 지면의 `명강사 명강의' 강석 선생님이 강의하는 `서론쓰기 유형'도 기사로 치면 리드(글머리) 쓰는 법의 하나라고 봐도 돼.

     글짱: 기자가 사회현상을 놓고 문제점과 대안을 쓰기 위해 `알찬 취재'가 필요하듯, 논술에선 정보 습득과 `논리적인 글쓰기'능력이 뒤따라야 하겠죠?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샘: 그렇지. 객관적 시각에서 쓴 기사처럼 논술은 자기 주장을 객관화한 글이란 점에서 일맥상통한단다. 사실 논술은 자기 주장을 객관화시키려고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동원해 논리를 꿰맞추는 고난도의 글이라고 할 수 있지.

     글짱: 방학 동안 여행기나 탐방글을 쓸 때 기사 형식으로 써 보는 것도 괜찮다는 말씀인가요?

     글샘: 맞아. 그런 과정에서 구성 요소의 중요함을 알 수 있지. 오늘은 정리하는 차원에서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이 기사 형식으로 쓴 소방관에 관한 글을 예로 들며 설명해 보자꾸나.
     
     (예문 1) 상황이 접수되고 출동명령 수보(상황경보)가 전달되면 대기하고 있던 소방대원들은 20초에서 30초 만에 출동한다.(중략) 김 소방교는 근처에 사시는 어머니가 화재 현장에서 막 돌아온 자신을 보고 아무 말씀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셨다며 걱정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글샘: 이런 소재는 소방관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야 좋아. 그러나 자칫 감상에만 그치기 쉬워 `사회의식(또는 메시지)'을 담는 데도 신경 써야 할 거야. 미사여구가 없어도 괜찮아. 본 대로 느낀 대로만 써도 돼. 이땐 독자로서 글을 쓴다기보다 기자로서 기사를 쓴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단다.


     (예문 2) 화재 발생 시나 그 밖의 교통사고, 산악사고 등 각종 재난사고나, 응급 상황 등 경중을 가리지 않고 119로 신고하면 몇 분 내에 119 구조·구급대가 출동해 생명을 구함은 물론, 병원까지 이송하는 모습을 우리 주변과 각종 매체를 통해 많이 본다.
     
     글샘: 누누이 설명했듯이 더 간결해야지. 기사체는 주로 단문이야. 단문이 모여 단락이 되도록 하는 건, 글쓰기의 기초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이 문장은 두 개로 나누는 게 좋아.

     ☞ 다듬은 글  화재나 교통사고, 산악사고 등 각종 재난사고나 응급 상황 때 119로 신고하면 몇 분 내에 출동하는 119 구조·구급대. 소중한 생명을 구함은 물론 병원까지 이송하는 119대원들의 모습을 우리 주변과 각종 매체를 통해 많이 본다.

     
     (예문 3) 화려한 언어로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보석과 같은 이웃 `소방관'. 사진을 찍고 자신의 일상에 대해 멋쩍어 하면서도 위험에 처한 시민을 위해 현장에선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든든한 소방관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글샘: 글에서 고마움을 전하기보다 글을 읽고 독자가 고마움을 느끼도록 하는 게 기사체란다. 마무리 기법에 정답은 없지만, 위 예문처럼 감사글로 끝내는 건 조금 단조롭다고 할 수 있어.
     
     ☞ 다듬은 글  ∼∼ 갑자기 또 다른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이 날아든다. 잠시도 쉴 틈 없는 요즘이다. ∼∼
     
     글샘: 이번엔 중학 3학년이 쓴 비슷한 유형의 글을 보며 일반인의 글과 비교해 보자.

     
     (예문 4) 소방관들은 서문시장에서 제일 가까운 소방관들이 먼저 도착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정말 서문시장은 골목길이 좁고 어지럽게 있어서 소방차로 진압하기 힘들어서 소방관들이 직접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고 말했다.

     글샘: 문장을 간결하게 쓴다는 게 학생들에게 쉽지 않은 모양이야. 자, 또 다듬어 보자.

     ☞ 다듬은 글  소방서 측은 서문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소방서의 소방관들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그들은 “시장 골목길이 좁고 진입로에 물건 등이 쌓여 있는 바람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소방관들이 직접 화재현장 속으로 뛰어들어 갔다”고 말했다.

     
     (예문 5) 이번 사건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못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글샘: 정말 그럴까? 조금 이상한 주장이야. 일방이든 쌍방이든 잘못을 따져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맞지 않을까? 화재의 교훈을 다루는 글엔 자기 생각을 많이 넣을 수 있을 거야.
     [재래시장의 낡은 건물이 현대화되지 않아 언제든 대형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는 [겉핥기 식의 소방점검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도 있겠지. 아울러 상인들의 소방의식을 촉구하는 대목이나 상인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대변해 주는 글감도 가능할 거야. 비록 내용이 허술할지라도 이렇게 글을 써 본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글쓰기 공부란다.

     글짱: 요즘 2006학년도 주요 대학 정시논술 문제 난이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잖아요? 저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글샘: 그래. 논술에 대비할 목적으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진 않겠지. 하지만 어릴 때부터 글쓰기와 독서, 그리고 토론을 꾸준히 하면서 `내공'을 쌓는 게 논술 준비의 왕도라고 할 수 있어. 대입시험 논술문제가 어떻게 나오든 당차게 쓸 수 있는 자신감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조금이나마 시간여유가 있는 방학 때 여행문이든 취재글이든 몇 편의 글을 써 보거라. 실행을 해야 향상이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으니까.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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