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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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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33) 소프트시대 핵심은...

  • 기사입력 : 2006-02-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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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는 소프트시대, 핵심은 문화

    이번 주면 방학이 끝나는 친구들이 많겠네요. 방학동안 한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가 있었나요?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간 친구들도 많을 것 같아요. 요즘 관객 연령층도 참 다양해졌어요. 흥행을 기록했다는 영화들을 봐도 한국영화가 거의 대부분이고요. 요즘 보면 정말 한국영화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흔히들 영화는 국가의 문화적 유산과 정체성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종합예술이라고 해요. 여러 가지 문화적 자원이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나라들은(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중국. 파키스탄 등 10여 개국) 연간 의무상영일수를 정해 자국 영화를 보호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1966년에 영화법 조항에 따라 모든 극장은 전체 상영일수의 40%. 즉 146일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해요. 지금은 1995년에 조정되어 106일 동안은 의무적으로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하고요.


    세상에는 한 가지 문제라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해요.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마찬가지죠. 스크린쿼터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국가중심적 관점이에요. 국가가 문화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문화예술분야는 한 국가의 정체성과 직결되며. 거의 모든 문화산업을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문화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다른 상품처럼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가치가 포함된 문화는 세계화 시대에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말이에요.


    반면에 자유주의적 관점은 문화에도 시장의 원리가 관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요. 이들은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야만 외부자극을 받아 수준 높은 문화.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시장에 대한 보호책은 국내영화의 발전보다는 일부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어요. 그 근거로 음반시장을 예로 드는데 음반산업에는 쿼터제가 없거든요. 그런데도 팝송을 누르고 가요 음반시장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외부자극이 오히려 국내 문화시장 활성화를 가져온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문화의 질은 향상될 거라고 말이에요.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요.


    미국은 몇 년 전부터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스크린쿼터 폐지였어요. 자국 영화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미루어 왔지만 결국은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결정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되었어요. 의무상영일수를 50% 정도 줄이는 것으로 결론났어요. 이 기사를 본 대부분의 학생들은 ‘우리 영화 이제는 괜찮다’고 하면서 ‘경제가 우선이다’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미국은 왜 그토록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원한 걸까요?

    작년에 유네스코에서 문화의 다양성 협약을 제시할 만큼 문화의 다양성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은 이것마저 거부했던 기사가 생각나네요.
    21세기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미디어와 관련된 산업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영화. TV. 인터넷. 다 미디어산업의 한 분야예요.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탄생하면서 문화독점권이 미국. 유럽. 일본으로 집중되어 있고. 이 중에서 대부분의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미국을 기반으로 하여 상품의 거대화. 세계 전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편성하려고 하고 있어요.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50%. 영화산업의 80%를 이런 거대 미디어기업이 장악하고 있어요.


    이런 현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적 시각으로 계속 추진해야 하는데 일부국가의 문화논리에 의한 문화보호가 문화산업의 독점화에 최대 걸림돌이 되는 셈이이요. 실제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위해 쿼터제를 폐지한 멕시코는 폐지 전 연간 100여편의 영화를 제작하던 산업이 10여편으로 줄어들어 사실상 영화산업이 죽었다고 할 수 있어요.

    쿼터제를 폐지하는데 왜 영화산업이 죽을까요?


    현재 우리 영화산업의 구조를 보면 한국영화제작사가 대기업이나 금융권. 충무로가 투자한 금액을 가지고 한국영화를 만드는데 전체의 25% 수준이며. 나머지는 미국 거대 미디어영화사의 직배영화 41.3%. 한국수입회사에서 수입한 영화 33.2%에 미국영화 비중만 64%예요. 그런데 쿼터제를 폐지하면 상영관들이 꾸준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배사와의 거래를 원할 것이고 자연적으로 한국영화를 상영할 상영관이 줄어들어 대기업 투자는 줄고 영화제작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우리 영화산업의 붕괴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더군다나 거대 미디어기업들이 직접 운영하는 멀티플렉스관을 만들려고 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 왜 그렇게 쿼터제 폐지나 축소를 원하는지 알겠죠?


    어쩌면 우리가 보고 싶어도 상영관을 잡지 못해 우리 영화를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뿐만 아니라 영화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에요. 세계화시대에 전통이나 고유한 문화는 오히려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어요. 경제발전이라는 논리만으로 스크린쿼터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이야기 나누어보세요]

    1. 스크린쿼터제 축소 기사를 스크랩하여 내용을 정리해 보세요. 스크린쿼터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신문이 있었는가 하면 반면에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른 신문도 있었어요. 두 기사를 비교하여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하여 두 주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여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3. ‘한·미 FTA’가 무엇이며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조사하여 득과 실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4. 최근에 본 영화 중 국내외 영화를 비교분석하여 보세요. 두 영화의 장단점을 찾아보고 한국영화와 미국영화(외국영화)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5. 작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의 다양성협약’이 무엇인지 조사하여 보고 세계화 시대에 전통문화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6. 정보화와 세계화로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것이 정작 진정한 세계화는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아요. 미국 영화의 독점이 문화의 획일화를 가져오고. 거대 패스트푸드점이 음식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말이에요. 진정한 문화의 세계화는 다양한 주체들이 있어야 가능하죠. 여러분은 어떤 문화의 주체인지. 어떤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7.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반영하고 있는 꾸며낸 이야기죠. 최근에 본 영화 중 어떤 현실을 담고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그리고 영화 비평글을 한번 써 보세요. 영화를 보는 주체로서 나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세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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