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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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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32) 나의 진로 탐색 글쓰기

  • 기사입력 : 2006-0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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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샘: 며칠 뒤엔 새 학년이 시작되는구나. 나이를 먹듯이 해마다 올라가는 학년이지만 마음가짐이 새롭지?

     글짱: 저도 고2가 돼요. 지금쯤 제 적성에 맞춰 미래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아직도 어떤 쪽으로 가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글샘: 꿈이 많은가 보구나. 이런 시기엔 `나의 꿈, 나의 미래'라는 주제로 글을 써 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마침 글샘의 사이트에 고교생이 되는 여학생의 글이 올라왔어. 마음에 담은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글이지. 이런 글은 어떻게 쓰면 좋은지 단락별로 짚어 보자꾸나.
     
     【예문 1】
     유치원에 다닐 적부터 초등 3∼4학년 때까지 나의 꿈은 아나운서였다. 예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5학년 때에는 신문기자로 꿈이 바뀌었다.
     아나운서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써 준 글을 그대로 읽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신문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을 읽고는 주인공처럼 멋진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샘: 이렇게 마음으로 쓴 글을 `짚어주기'한다는 자체가 어울리지는 않겠지? 그러나 행여 가치판단에 오류를 범할까 싶어 몇 마디 해 주련다. `단편적인 지식' 때문에 꿈이 흔들릴 수도 있거든. 이 단락만 봐도 꿈이 자주 바뀌어 가는 과정임을 알 수 있어.

     글짱: 지금의 저랑 아주 비슷한 상황이네요.

     글샘: 그런데 과연 아나운서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써 준 글을 그대로 읽기만 할까? 그렇지는 않아. 요즘 아나운서는 기자가 취재해 온 원고를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단다. 자기 계발에 따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지. 인기 앵커로 활약하거나, `연예인 같은 아나운서'로 뜨는 사람들을 방송에서 많이 봤을걸.

     글짱: 무슨 말씀인지 알겠네요. 직업 탐구가 소홀했다는 뜻이죠?

     글샘: 대부분 학생이 이런 부분에서 오류에 빠지고 말지. 그러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멋진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글짱: 마찬가지겠죠. 소설이나 방송에서 본 기자의 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경우네요.

     글샘: 이러한 가치판단의 잣대로 논술을 쓴다면 어떻겠니? 글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이라면 `미성숙'을 지적할 가능성이 높지.
     
     【예문 2】
     하지만 좀 더 자란 뒤에는 언론인이라고 해서 자기가 하는 생각을 다 표현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정당을 혹은 특정 인물을 깎아내리기 위해 언론이 존재하는 것인가'하는 어떤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외교학과에 진학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외교학과는 국제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는 시각을 길러주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은 탓이었다.
     
     글샘: 지금의 언론과 미래의 언론이 같을 수는 없겠지. 고교1학년 시기에 미래 진로 탐색을 할 땐, 대학졸업 즈음인 7년 뒤라는 시점을 감안해서 구도를 짜야 하지 않을까?
     하나 더 지적하자면, 언론이 지금 제 기능을 못한다고 여길 땐 `내가 그 안에 들어가 바로잡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 그런 기자와 그런 언론이 늘수록 정의사회가 되는 것이고.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써 보면 훨씬 알차고 현실적인 `미래 진로 글'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글짱: 어려운 주문 같지만, 사실 그게 맞는 말이죠.
     
     【예문 3】
     수학이라는 과목에 매력을 느꼈다. 수학에서는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수학은 오로지 참값을 추구할 뿐이다. 0.1정도 오차가 생긴다고 큰 문제 될 것 없는 과학하고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글샘: 글쎄다. 과학과 수학을 이렇게 분리해 판단해도 되는 건지…. 과학자가 우주비행 과제를 수행할 때 0.1정도 오차가 생긴다면 우주선은 추락할 수도 있잖아. 수학과 과학은 공존하는 학문이라는 뜻으로 개념을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겠지.


     【예문 4】
     하지만 이공계 진학은 부모님의 반대와 아직 완전히 버리지 못한 언론인에 대한 막연한 미련 때문에 포기했다.
     아니, 어쩌면 그때 만큼은 내가 부모님에게 졌는지도 모른다. 나의 꿈은, 나의 미래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에 숨겨져 있다.
     
     글샘: 여기에서는 적성과 현실, 특히 부모님과의 의견 차이 등으로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구나. 물론 일기를 쓰듯 솔직하게 털어 놓은 글이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야. 왜 부모님이 이겨야 하는 걸까? 논술시험이나 구술면접에 빗대 말한다면, 자기 주장을 남(심사위원)이 공감할 수 있게 설득력 있는 표현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 글짱이 이런 경우라면 어떤 방법과 근거로 부모님의 마음을 돌려보겠니?

     글짱: 논술글에 사전 지식이 필요하듯, 어떤 글이든 연구 조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군요.

     글샘: 그렇지. 기자나 아나운서 등 언론인을 진정으로 꿈꾼다면, 이공계로 진학해도 그 길은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봤어야지. 현재 일부 언론사에선 이공계 출신의 `전문기자'가 활동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엔 그런 기자들이 더욱 빛을 발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있기 때문이야.
     자기 노력에 따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쪽을 택해도 미래 진로 고민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단다.

     글짱: 그래도 이 글을 올린 여학생은 생각이 참으로 깊은 것 같네요.

     글샘: 느낌글에선 글샘의 지적이 그리 문제되지 않아. 다만 평소 느낌글을 쓸 때도 논술을 쓰듯 논리에 부합하도록 조금만 신경을 써 달라는 게 글샘의 주문이지. 그것이 논술공부요, 글쓰기 공부의 첫걸음이거든.

     글짱: 저도 성적보다는 적성에 맞는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준비할래요.

     글샘: 좋아. 오늘 논술탐험은 이 정도에서 끝내자꾸나.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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