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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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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36) 붉은 악마와 월드컵 그리고 애국마케팅

  • 기사입력 : 2006-03-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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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이라 부르지 말자. 기적이라고 부르지 말자. 2006년 다시 타오를 불꽃이라고 부르자.”

      그리고 소녀의 얼굴이 긴장에서 환희로 변하는 순간,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면서 과거의 영광을 현실로 되살리자는 메시지가 담긴. 그리고 마지막 슬로건은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라는 광고.

    “48.396.208번째 붉은 악마. 이 아이도 언젠가 뜨겁게 대한민국을 외칠 것입니다.”

    아이의 탄생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붉은 악마임을 강조하는 광고가 요즘 TV에 제일 많이 나오는데 여러분들도 다 봤을 거예요.

      지난해 12월부터 월드컵과 관련된 광고들이 계속 TV화면을 차지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월드컵 응원가를 두고 라이벌로 경쟁하는 두 공식업체의 상업화에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애국가를 록 버전으로 불러서 눈물을 흘리고 불러야 할 애국가를 훼손했다는 둥. 애국가를 상업적으로 사용했다는 둥 하면서 말이에요.

      2002년 응원은 붉은 악마가 하고. 응원가는 윤도현 밴드가 부르고. 후원은 SK텔레콤이 했던 환상의 콤비가 지금은 나뉘어져 라이벌이 되었죠.

    이들의 논란의 핵심은 붉은 악마에게 있어요. SK텔레콤과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이들의 경쟁사인 KTF가 공식후원업체가 되었거든요. 결국 붉은 악마와 윤도현의 애국가 논쟁은 월드컵으로 최대의 수혜자가 될 이들 두 업체의 경쟁에서 시작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이쯤 되면 최근에 나오는 광고들을 한번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거예요. 광고는 대중의 정서를 반영하는 시대의 거울이에요. 황우석 신화가 깨어지고 양극화 현상으로 경제가 어렵고 정치권이 미덥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가 침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월드컵의 역동성을 살려 사회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이 광고의 의도일 거예요.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때의 붉은 악마는 순수한 자발적인 모임이었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없었던 길거리 문화를 만들어낸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었어요. 그 후 정치적인 문제에도 촛불집회라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 내게 되었고요.

      그리고 붉은 악마에 의해 기존의 ‘레드 컴플렉스’나 기성세대의 엄숙주의 등이 무너졌고. 경배의 상징인 태극기는 소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스포츠는 남성의 전유물. 젊은이들의 놀이라는 고정관념도 완전히 깨어지면서 21세기 일류국가의 창조적 에너지를 이들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의 붉은 악마의 모습은 어떤가요? 우리사회를 주도해 나가야 할 청년문화가 이미 상업주의와 연결되어 오히려 역폭풍을 맞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 구호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상황이 돼 버렸어요.

      이미 기업들은 자사의 이미지 광고나 상품 광고에 과도한 애국주의를 담고 있어요. 기업들은 가장 손쉬운 마케팅 활동으로 애국마케팅을 하곤 했어요. 과거에는 8·15콜라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코카콜라가 아닌 8·15광복을 생각하게 하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여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를 하기도 했어요. IMF때도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면서 애국마케팅을 유도했고요.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 단결을 원할 때. 즉 외부와의 경쟁심을 유발하고 집단의 우월성과 구성원들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것이 민족주의. 애국주의의 전형적인 방법이에요.
      황우석 신화의 밑바탕에도 애국주의가 있었고. 하인스 워드 열풍에도 애국주의가 있었어요. 물론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적 가치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예요. 하지만 이들 가치가 제일의 가치로 우선시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에요.

    민족과 국가를 사랑하고 한국인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이지만 민족과 국가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국익과 개발논리만을 전제로 가게 된다면 진실이 가려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이전의 사례들로 많이 봐 왔어요.

      미국에 사는 한 혼혈인의 성공으로 그들을 자랑스러워했던 적이 있었어요. 성공한 그들은 당연히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라는 공동체에 들어오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어요. 지나친 애국주의. 민족주의는 그래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에요. 애국마케팅. 기업들이 광고로 활용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애국의 열정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야기 나누어보세요]

      1. 최근 신문이나 TV에 나오는 광고를 모아 광고 분석해 보세요. 광고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광고란 무엇일까요? 단지 상품 판매를 위한 것일까요? 광고의 기능을 조사해 보고 기능에 해당하는 광고를 찾아 연결시켜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3. 광고를 하고자 하는 상품에 따라 광고문구나 광고방법이 달라요. 일주일치 신문을 모아 두었다가 상품에 따른 광고를 분류하여 광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보세요. 소비자로서 광고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4. 월드컵과 관련되는 광고를 모아 애국주의 마케팅에 대해 조사하여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5. 애국가 록 버전에 대해서 친구들과 토론 해 보세요. 애국가 상업주의. 붉은 악마의 상업주의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6. 민족주의 애국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기사를 찾아 이야기 나누어 보고 해결방법을 이야기 해 보세요.(외국인 노동자와 관련된 문제. 국익 관련 기사)
      7. 공익광고란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스크랩하여 국민들에게 알릴 공익광고를 만들어 보세요.

      8. 광고는 사회의 반영이라고 하죠. 광고 속에 나타난 우리 사회 모습을 찾아보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아파트 광고: 집에  대한 우리의 생각)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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