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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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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 땅 순례 ⑭ 남해

  • 기사입력 : 2006-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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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관음포 첨망대와 가천 다랑이 논)

      '보물섬' 팔백리 해안따라 금쪽같은 유산들이…


      우리 땅을 성지로 생각하고 순례하는 진정한 여행자에게는 남해에서 일출이라는 보물을 만날 수 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굽이굽이 팔백리 해안 경치가 빼어나 경남문화유산 답사기를 쓰면서 마지막으로 쓰고 싶어서 남겨두었던 아름다운 곳이다.

      충렬사에선 북소리 들리는 듯

      [이 충무공의 자취를 찾아서]  하동에서 남해대교를 건너면 포구에 아담하게 자리한 노량마을이 있다. 횟집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노량 나루 언덕위에 충렬사가 있다.

     노량 해협은 1598년 11월 19일 (선조31년) 충무공 이순신이 임진왜란 때 왜군을 맞이하여 손수 북채를 쥐고 북을 두드리며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다가. 왜적의 유탄에 맞아 숨을 거둔 역사적인 현장이다.

     결국 이 전투로 인하여 왜군은 대패. 7년 동안 계속 되었던 임진왜란은 끝났다. 전쟁이 끝난 뒤 충무공의 시신은 고향 아산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6개월 동안 이곳 충렬사에 매장되어 있었다.

     충렬사 계단을 오르면 노량에서 충무공의 북치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오는 듯하다. 외삼문과 내삼문을 거쳐 충렬사 비문을 지나면 사당이 있고. 사당 뒤쪽에 충무공의 가분묘가 있다.

      남해읍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벚나무 터널 끄트머리에 ‘이락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 유허’가 있다. 곱게 단장된 길을 따라 숲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충무공이 전사한지 234년이 지난 순조 32년(1832년)에 세워진 작은 비각과 유허비가 있다. 유허비 뒤편 동백이 붉은 꽃망울을 자랑하듯이 뽐내고 있는 길을 따라 가면 충무공이 노려보았을 노량 앞바다가 보이는 첨망대가 있다.

      성벽 둘레엔 '망대'의 흔적

      [대국산성]  남해읍 방향으로 가다 탑동 마을에서 지방도로 1024번으로 들어서면 마을 지킴이 작은 막돌탑이 반겨준다. 바다를 옆에 두고 오리쯤 가면 진목마을 입구에 대국산성 이정표가 있다.

     잡목이 우거진 좁은 산길과 마늘 밭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작은 주차장이 나오고. 가파른 산길을 잠시 오르면 남해 앞 바다가 훤히 보이는 성이다.

     성의 둘레는 1.5㎞. 성벽의 높이는 5∼6m이고 윗부분의 폭은 2.4m인데. 성벽의 바깥쪽은 깬 돌을 이용하여 겹으로 쌓아 올리고. 안쪽은 자갈과 흙을 섞어서 채워 성벽을 다졌다.

     성벽의 둘레에는 네모꼴의 망대(적의 동정을 살피기 위하여 세운 높은 대)가 있었던 흔적이 있다. 최근에 보수를 했고. 성의 축조와 관련해서 형제의 우정을 기리는 잔잔한 전설이 마을 사람들을 통해 내려오고 있다.

     

      대웅전서 바라보는 바다 장관

      [화방사]  이어마을에서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십리를 채 못가면 산모롱이를 돌아드는 언덕배기에 아담한 절집 화방사가 있다.

     절집 입구에 있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돌아서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산사의 찻집이다. 아래 마을 쪽으로 잠시 눈을 돌리면 남해 사람들의 지근한 삶이 묻어나는 계단식 논들 위로 다가오는 강진만의 풍광에 넋을 빼앗기고 만다. 돌다리를 건너면 일주문이 자리하고 있고. 가지런한 돌길 옆에는 석종형 부도 1기가 외롭게 서있다. 몇 걸음 옮기면 채진루이다.

     채진루는 대웅전 앞마당으로 출입토록 대웅전과 마주보게 배치되어 있다. 마당에서 출입이 쉽도록 누각바닥을 마당과 같은 높이로 만든 이 누각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오량(五樑)구조로된 2층 맞배지붕으로 세부장식이 조선말기 수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화방사 여행의 아름다움은 명월당에서 맞는 달맞이와 대웅전 앞마당에서 남해 한려수도의 장관을 바라보는 것이다. 섬에 위치한 사찰만이 특별히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의 장점이다.

      원시어업 '죽방렴'도 보고…

      [삼천포에서 창선으로]  육지에서 남해로 가는 방법은 하동에서 남해대교를 건너는 길과 삼천포항에서 창선 삼천포대교를 이용하는 것이다.

     창선 삼천포대교가 완공되기 전에는 배를 기다려 자동차를 싣고 건너갔다.

     창선면을 가로 지르는 도로변에는 바다와 산과 작은 들판이 어울리는 행복감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삼동면을 이어주는 창선교 아래를 흐르는 지족해협은 원시어업 죽방렴이 점점이 있다.

     좁은(손) 바닷길이라 하여 ‘손도’라 불리는 지족해협에 V자 모양의 대나무 정치망인 죽방렴은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 말목 300여개를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갯벌에 박고 주렴처럼 엮어 만든 그물을 물살 반대방향으로 벌려 놓은 원시어장이다.

     

      일주문 옆엔 석종형 부도 9기가

      [용문사]  창선교에서 남해읍 방향으로 가다가 무림교차로에서 지방도로 1024번을 따라가면 용문사 이정표가 있는 용소 마을이다.

     좁은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올망졸망한 밭뙈기를 지나면 용문사 주차장이다.

     용문사 답사의 참맛을 느끼려면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걸어 오르며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에 잠시 속세를 잊어 보는 것이다.

     일주문 옆 양지바른 언덕에 9기의 석종형 부도가 있고. 고만고만한 전각들이 아름답다.

     용문사에는 보물급 문화재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유물들이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작은 절집을 더욱 보배롭게 하는 것은 호구산 줄기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과 전각 뒤쪽에 부끄러운 듯 숨어 모양을 달리하는 굴뚝을 만나는 것이다.

     또한 상승감을 주는 팔작지붕 대웅전을 돌아가면 작은 절집에 꼭 맞는 차밭이 부처의 광배처럼 펼쳐져 있다.

     

      공을 들이면 자식이 생긴다는…

      [가천 암수바위]  용문사에서 내려서면 진한 녹색의 마늘밭 위로 앵강만이 내려다 보인다.

     설흘산(해발 481m) 방향으로 길을 잡아 끊어질 듯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가면 휴일이면 등산객들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들이 줄지어선 남면 홍현리이다.

     설흘산을 등산하고 바닷가 쪽으로 내려서면 산비탈을 일궈 만든 손바닥만한 다랑이 논은 물론이고 바다로 곧장 떨어질 것 같은 벼랑에도 촘촘히 일구어 놓은 논밭을 흔히 볼 수 있다.

     마을 앞 바닷가 쪽에는 남녀의 성기를 상징하는 암미륵과 수미륵 바위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두 미륵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여. 치성을 드리면 재난을 막을 수 있고. 자식 없는 사람이 공을 들이면 자식을 낳을 수 있다고 한다.

     

      산 위에서 듣는 바다의 속삭임

      [금산과 보리암]  남해 기행에서 금산과 보리암을 빼놓을 수 없다.

     가천 암수바위에서 왔던 길을 돌아 상주 해수욕장 방향으로 일정을 잡으면 금산 들머리에서 보리암 이정표를 만난다.

     금산으로 오르면서 자신이 얼마나 합리화 해지는지를 스스로 깨달았다.

     예전에는 상주 해수욕장 방향에서 고집스럽게 등산을 하여 보리암으로 오르곤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자동차를 이용하여 뒤쪽으로 힘들이지 않고 오르고 나서는 아예 옛길을 잃어버렸다.

      아름다운 남해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료교사 김주영(47)씨의 금산 애찬으로 아쉬운 남해 순례를 마무리한다.

     “남해금산은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날 만나야 할 산이다. 산 아래 먼 바다에서부터 안개가 피어오르면서 이내 섬들은 하나씩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발밑까지 안개가 차오르면 비릿한 바다 냄새와 함께 바다의 속삭임을 산위에서 들을 수 있게 된다.

     금산은 뭍에 솟아있으면서 바다에 잠겨있고. 하늘의 바람을 노래하면서 파도의 화음을 배경음악으로 들려주는 사색의 산이고 살아있는 전설의 산이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 회장)

      [맛집]
      ▲바다횟집(055-867-7878: 남해군 창선면 지족리 136-1. 이영만·김영숙) 인근 지족해협 죽방렴에서 건져 올리는 싱싱한 자연산 활어의 맛을 볼 수 있다.
      ▲남해별곡(055-862-5001: 남해군 서면 서상리 1640-1) 산낙지 볶음과 갈비 바비큐를 하는데 오후 창가에 앉으면 고즈넉한 일몰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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