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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는 논술- `논`] 논술의 기초 (1)

  • 기사입력 : 2006-04-10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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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호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강사 ▲월간 `논' 편집인 ▲문화평론가 ▲성공회대 사회학부 외래교수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가르치지 않고 도와주는 논술- `논`]  논술의 기초 (1) 논술의 배경과 의미

      수능이 레벨을 결정한다면 논술이 당락을 결정한다고 한다. 논술이 처음 시행될 때는 시사적이거나 혹은 단문의 질문들을 일반 제시문을 통하여 수험생의 생각을 물었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제시문 독해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논술은 `지금, 여기'에 대한 문제이다. 고정되어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분명히 과거에 어떤 관습과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경향 사이에 충돌을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국 논술은 그러한 충돌의 지점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지금 여기'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동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 논술의 배경
     논술의 배경은 근대 산업사회라고 일컬어지는 근대화 과정과 맞물려 있다. 특히 우리의 근대는 서구가 200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서서히 이룬 근대화를 20년 혹은 30년 안에 급속하게 이루어야 했던 과정이었다. 조국 근대화를 위한 국민 만들기가 필요했고, 30년 만에 무엇인가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달리 효율성의 단일가치가 지배되는 사회를 이룩해야만 했다. 그 과정은 다양한 방식의 총동원령이 내려질 정도로 통합적인 작업들을 통하여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는 과정을 만들어 냈다.


     `새마을 운동'이나 `국어순화운동' 등의 캠페인이 그러하며 장발단속 등 신체적 구속을 통하여 군대식으로 사회전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 과정은 분명 `국민 길들이기' 혹은 `국민 만들기'를 통하여 산업 역군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고 그 결과 훌륭하게 산업역군은 만들어졌다. 산업역군들이 땀을 흘리는 그 순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갖게 되었고 효율성을 위한 `비교적 균등한' 노동력을 완성했다.


     이제는 `보릿고개'라는 빈곤의 시대는 사라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삶의 의미와 가치,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행복의 의미들은 담보 잡혀야만 했다. 모든 것은 물질적 가치에 의해 규정되었고 사람들의 관계나 공동체적 의미와 가치는 상실되었다. 

    (사진:초암논술 이윤호 대표강사가 종로엠스쿨 경남 초암아카데미에서 대입 논술 특강을 하고 있다.)


     `백만 하나, 백만 둘,…'하는 어느 건전지 광고는 우리 사회 발전의 은유일 것이다. 그 과정이 우리들로 하여금 무엇인가 잃어버리게 하는 자리들을 만들었다. 공동체적 관계들은 파괴되었고 모든 관계는 비즈니스화 되었다. 진정한 우정으로 만나야 하는 친구 관계는 목적적 관계가 아닌 수단적 관계로 자리 잡기 시작하는 산업사회의 끝자리에 여러분은 서 있다.


     영화 모던 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의 모습처럼 하드웨어의 컨베이어 벨트에 부품으로 줄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동일한 생각에 동일한 행동, 동일한 조건하에서 존재하는 그러한 나사못들이 일정하게 움직이는 하드웨어 시스템에 의해 규정당하는 표준화된 세상을 만들고 있다. 정말 일사불란하고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비교적 균등한 노동력들을 양산한 조국 근대화의 과정의 성과와 변동이 어쩌면 논술이 제도화된 배경일 것이다.

        #논술의 의미
     산업사회가 끊임없이 발전을 보장하고, 노동과 자본이 사회발전의 주요한 원천으로 계속 남았다면 논술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여러분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균등한 노동력을 만들기 위해서 짧은 머리와 규격화된 제복에, 사지선다형 혹은 오지선다형의 답안지만을 작성하면서 대학에 입학했을 것이다.


     이제 세상은 노동과 자본이라는 가치로부터 지식과 정보라는 가치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기계노동에 의한 양적인 시간의 합에 의해서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환경, 즉 여백과 여유와 창의적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건들이 바로 그러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2차, 3차 산업이 중심이 되었던 사회로부터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인 지식산업, 문화산업, 그리고 정보산업 등이 등장하고 있다.


     하드웨어로부터 휴먼웨어가 중심이 되는 시대로 변하고 있고 `남보다 먼저'라는 무한 경쟁사회로부터 `남과 다른'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단순한 양적인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적인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이 `주 5일 근무제'라는 제도를 현실화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논술은 이렇게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 혹은 지식정보화사회로 변동하는 시점에서 더 이상 과거식의 획일적이고 균질한 노동력이나 균질한 가치가 이 사회의 발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서 나온다. 그래서 산업사회의 획일적 가치가 더 이상 사회발전의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 `논술이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배경'인 셈이다. 


     입시는 현실의 변동을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논술이야말로 `지금, 여기'의 변화를 논하는 장이며, 무엇보다도 논제의 대부분이 바로 이 변동의 지점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근대가 놓치고 간 문제들과 탈근대가 지니는 의미, 아울러 한계와 과제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논술의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각 교과에 등장하는 근대적 특징과 근대성의 문제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탈근대적 현상들, 즉 정보화시대, 지식기반사회의 특성들, 세계화의 의미와 과제 등 탈근대의 과제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정리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관련 서적이나 신문의 칼럼 혹은 비평들을 정리해 보면 좋을 듯하다.  〈다음 편엔 `논술의 기초 Ⅱ­ - 맥락잡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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