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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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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40) 외세지배 안 받은 태국의 저력

  • 기사입력 : 2006-04-10 12: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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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는 태국 말로 ‘자유’라는 뜻이에요. 타일랜드로 불리는 태국은 그 이름처럼 지금까지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라예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서구열강이나. 일본의 지배를 경험한 적이 있지만 태국은 일찍부터 서양의 영구적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왕이 적극적으로 문호개방을 한 나라예요.


    이런 태국이 요즘 신문에 연일 보도되고 있어요. 바로 탁신 총리 때문이에요. 2001년 국내 최고 재벌인 탁신 치나왓이 총리로 선출되면서 동남아에서 가장 빈부차가 심각하다는 태국을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제대국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했는데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물러나는 상황이 되었어요.


    탁신은 국내 최고 기업인 ‘신’의 엄청난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탁신의 자녀들이 증시에서 최대 부호 다섯 번째 순위 안에 모두 들면서 비판을 받아 왔어요. 탁신뿐만 아니라 탁신과 가까운 정치인과 자녀들이 최대 부호 순위에 대거 포함되는 기이한 상황이 태국의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패가 얼마나 심한지 알게 해 주지요.


    특히 이번에는 탁신이 자기 소유의 기업을 싱가포르에 팔아 엄청난 이익을 챙겼음에도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은 데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죠. 더 이상 탁신을 믿을 수 없다는 국민들의 마음은 탁신이 재신임 투표에서 이겼지만 결국 사임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어요.


    20세기를 지나면서 국왕이 건재한 나라로 동아시아에서 5개국이 있어요. 국왕이 천황이라고 불리며 신처럼 받드는 일본. 입헌군주국이지만 국왕이 주요 정당의 연립정부를 통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캄보디아. 임기 5년제로 국왕을 선발하는 말레이시아. 국왕이 총리와 국방·재무부 장관을 겸임하는 브루나이. 그리고 태국이에요. 이들 국가 중 국왕이 가장 위력이 큰 나라가 일본과 태국이랍니다. 절대적인 추앙을 받으며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태국 국왕 라마 9세 푸미폰은 이번 탁신 총리 사퇴에도 많은 힘을 쓸 만큼 항상 국민들의 편에서 국민과 함께 고민하는 국왕이라고 해요. 극심한 가뭄에 국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힘들어 할 때 국왕도 같이 식음을 전폐하고 국민들과 고통을 나누었다고 해요.


    태국에서 이렇게 국왕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라마 5세의 업적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출랄콩코른(대왕이라는 뜻)’으로 불릴 만큼 숭배를 받는 왕이에요. 그의 즉위 시기와 재임 기간은 우리나라 고종황제와 비슷해요. 우리는 당시 흥선대원군과 명성왕후 일가의 세도정치. 그리고 쇄국정치로 결국은 나라를 빼앗겼지만 태국은 달랐어요. 우리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청. 일본 등에 둘러싸여 있었고. 오른편에 이웃 인도차이나 반도를 식민지화 한 프랑스와. 왼편에 이웃 말레이시아와 미얀마를 식민지화 한 영국 사이에 끼여 있었어요.


    이때 라마 5세는 이미 선대부터 서서히 포르투갈이나 영국과 미국의 공세에 밀려 조약을 체결하면서 문호를 개방해 가고 있던 상황을 이어 받았어요. 준비되지 않은 고종 황제와는 상황이 아주 많이 달랐죠. 그는 결국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되는데 서양의 영향력 아래서 독립의 일부분을 훼손하게 되더라도 서양의 영구적인 지배를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 문호 개방에 왕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열강들의 틈새를 잘 이용하였어요. 당시 서구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한 이웃 아시아 군주들에 비하면 서양의 군사적. 경제적 실태를 아주 잘 파악한 국왕이었어요.


    결국 라마 5세의 현명한 판단으로 태국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양의 식민지 국가가 되지 않았어요. 물론 영토의 일부분을 내 주기는 했지만 국가의 주권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은 태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아직까지 자리 잡고 있기에 민주주의가 최고의 정치라고 여기는 요즘 같은 시대에 국왕의 말 한마디에 고개를 숙이는 태국 국민들이 있는 것이죠.


    태국은 예부터 굶주림이 없는 나라였어요. 그리고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들은 예의가 바르고. 낙천적이라 미소의 나라라고 해요.


    대부분의 식민 지배를 벗어난 나라들이 겪었듯이 태국도 타놈의 장기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했어요. 그리고 연이은 군부 쿠데타에 대항하여 많은 희생을 치르기도 했어요. 이젠 정치와 경제의 부패 고리를 끊은 태국인들은 진정한 민주주의로의 도약만 남았네요.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얼마 전 인기리에 끝난 ‘궁’ 드라마의 핵심은 입헌군주제예요. 현재 입헌군주제인 나라들을 조사하여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태국과 관련되는 기사를 스크랩하여 태국과 관련하여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환경. 기후. 인종 등을 조사하여 보세요.

    3. 19세기 열강들의 제국주의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의 역사를 조사하여 태국의 상황과 비교하여 보세요. 역사신문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아요.

    4. 최근에 나온 아시아지역과 관련되는 기사를 스크랩하여 현재 아시아지역의 상황을 조사하여 우리나라의 연관성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5. 태국의 경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해 부패로 이어졌어요. 우리나라에도 현대자동차의 비리의혹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어요. 관련되는 기사를 스크랩하여 기업의 투명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6. 얼마 전 삼성의 8천억원 기부를 두고 말들이 많아요. 기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기업의 잘못을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7. 5·31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고위 공직자의 부정이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태국을 통해서 봤어요.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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